CB 리픽싱 규제, 상법상 자본충실 원칙 위배 가능성
윤준영 기자 | jun@chosun.com | 2021.07.21 07:00
Edited by 이재영 차장 | leej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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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증발공' 개정, 상위법 '상법' 위배
한계기업 자금조달 길 막히는 부작용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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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전환사채(CB) 관련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업계 안팎에서 파장이 예고된다. 중소기업들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했던 CB 발행이 줄어들면 자금조달 활로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당 개정안 자체로도 상법상 원칙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전환가액 상향조정의 근거 마련 내용을 담은 '증권의 발행 및 공시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한 차례 더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해당 규정안은 주가 하락으로 전환사채(CB) 전환가액이 하향했다가 주가가 다시 상승할 경우 최초 전환가액의 70~100% 의무적으로 상향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전환사채는 특성 시기(전환 시기)가 되면 투자자가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특수한 성격의 채권이다. 일반 채권보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하면 되고 주가가 안 오르면 그대로 채권으로 보유해 이자를 받으면 된다. 주가가 하락하면 최초 전환가액의 70%까지 하향 조정할 수 있는 리픽싱 조건이 붙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종의 하방 리스크를 막아주는 장치다.

금융위는 전환가액 상향조정 의무화의 배경으로 무자본 인수합병(M&A)이나 전환사채 관련 불공정 거래를 없애야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할 경우 주가조작세력이 대주주의 지분을 대거 매입하는 등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해당 규정이 상위법인 '상법'상 자본 충실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본충실의 원칙이란 회사가 법적 자본금액에 상당하는 재산을 보유할 것을 요구하는 상법상 규정이다. 지분 출자자나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회사가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보험사나 증권사의 자본적정성을 관리하는 위험기준자기자본(RBC) 및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등의 지표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전환가액 상향조정이 의무화되면 사채를 주식으로 바꿀 때 당초 전환가액보다 높아지는 만큼 발행 주식수는 적어진다. 그만큼 자본금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회사가 5만원 어치 CB를 발행 전환가액이 5000원(액면가 500원)에 발행했다고 하자. 전환가액대로면 발행될 신주는 10주다. 그러나 전환가가 1만원으로 오른다면 전환될 주식은 5주로 줄어든다. 액면가 500원을 기준으로 본다면 자본금은 5000원에서 2500원으로 절반이 줄어드는 셈이다. 원칙상 상법이 정의하는 자본금은 발행주식의 액면총액을 말한다.

법무법인의 자본시장법 관련 한 변호사는 “물론 자본충실의 원칙이 현 시점에서 유명무실해졌긴 하지만, 상법상 원칙을 따져보면 전환가액 상향조정은 자본금 축소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라며 “실무적인 차원에서도 CB 발행이 줄게 돼 적잖은 부작용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차원에서도 부작용이 생길 여지가 많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존 CB의 장점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면 전환가액도 상향 조정되므로 투자자로서는 전환에 따른 이득이 크지 않는 탓이다. 이렇게 되면 굳이 CB에 투자할 이유도 사라진다. 또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적다. 기업 입장에서는 CB 투자자들에 지속적인 금리를 제공해야 하므로 자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등 한계기업들은 CB 발행이 아니면 자금조달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라며 “전환사채는 기업 입장에서 당장 들어가는 자금이 필요 없고 최근 금리는 낮아지고 유동성을 풍부해지면서 쿠폰도 안 주는 CB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전환가액 상향 조정 규제가 생기면 사실상 CB를 통한 자금조달은 의미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20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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