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KPI' 유튜브 출연에 울고 웃는 증권사 연구원들
입력 2021.07.22 07:00|수정 2021.07.23 10:29
    담당 섹터·성격 따라 애널들 반응 달라
    비난 여론에 취약…적성 찾은 연구원도
    비인기 종목은 소외…"證 변화 필연적"
    • 젊은 주식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유튜브(Youtube)가 증권사 연구원들의 새로운 성과지표(KPI)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담당 섹터와 개인의 성격에 따라 유튜브 출연에 대한 연구원들의 입장은 갈린다.

      투자 열기가 뜨거운 섹터를 담당하는 연구원들은 기업들 눈치에 Sell(매도) 리포트를 내는 데 인색해왔다. 이들은 유튜브에서도 종목에 대한 신랄한 분석이 어려울 수밖에 없어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쉽상이다. 반면 비교적 종목 추천이 용이한 '시황 담당'은 유튜브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모습이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튜브를 새 마케팅 채널로 육성하고 있는 일부 대형 증권사는 올해 연말 리서치센터 KPI에 조회수 등 유튜브 관련 지표를 넣을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증권사는 전사적으로 유튜브에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말만 미정일 뿐 이미 도입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올해 들어 주요 증권사들은 대형사 중소형사 관계 없이 유튜브 구독자 늘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채널K'는 122만명이라는 구독자 수를 확보하며 우위에 올랐다.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셋 스마트머니'와 삼성증권의 '삼성POP'이 구독자 110만명을 기록하며 그 뒤를 잇는다. 한국투자증권의 '뱅키스', KB증권의 '마블TV', 그리고 하나금융투자의 '하나TV'는 구독자 10만명을 조금 넘긴 상태다. 유튜브 방송을 위한 전용 스튜디오를 마련한 증권사도 있다.

    • 유튜브 출연에 대한 연구원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먼저 담당 섹터에 따라 연구원들이 겪는 애로사항이 크게 다르다는 후문이다.

      인기가 많은 종목인 2차전지나 바이오 담당 연구원들은 비난 여론을 견뎌야 하는 실정이다. 그간 리포트를 통해 의견을 내왔기에 유튜브 콘텐츠도 이들의 리포트에 한정돼 제작될 확률이 크다. 그러나 기업들 눈치에 매도 리포트 조차 내기도 어려운 게 실상이다. 유튜브를 통해 특정 종목을 매도해야 한다고 제언하기에 한계가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구원들은 이미 IPO 등 증권사 기업금융(IB) 업무에 상당부분 동원되고 있다"며 "모 기업은 특정 증권사에서 부정적인 리포트가 발간됐다는 이유로 해당 증권사를 주관사 선정에서 배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서 연구원들이 마음 놓고 매도 리포트를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유튜브 출연에 스트레스가 극심해진 일부 연구원들은 거취를 옮기기도 한다. 한 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는 증권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특정 종목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가 무수한 비난을 받았고, 결국 상대적으로 유튜브 압박이 적은 곳으로 이직했다는 후문이다. 모 증권사 소속 한 연구원은 유튜브 촬영을 위해 본업인 정기 세미나 진행을 미루기도 했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리포트를 발간하던 시절에도 전화를 통해 불만을 표하는 투자자들을 감당해야 했는데 유튜브에 출연하고 나서는 비난 댓글까지도 감수해야 한다"라며 "애널리스트들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상당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시황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유튜브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주로 거론되는 유튜버로는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염블리)가 있다. 염블리는 '주린이 일타강사'로 불리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고 7개월여 만에 부장에서 이사로 고속 승진했다. 본인의 성격에만 잘 맞는다면 유튜브 출연이 애널리스트에겐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이다.

      비인기 섹터의 경우 유튜브 부담이 적다는 지적이다. 인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금융주 담당 연구원들은 유튜브 출연 기회가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한 은행주 담당 애널리스트는 "금융주 투자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금융주에 대한 콘텐츠 수요가 적은 편이다"라며 "기회가 생긴다 하더라도 일관되게 안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유튜브 채널 확장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평도 있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증권사들이 투자자로부터 선택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텍스트를 읽으려 하지 않는데다, 회사는 수익을 위해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