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미래 성장동력' 인공지능(AI) 사업은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18.08.20 07:00|수정 2018.08.22 09:38
    빅스비 실패 이후 AI 분야 집중 투자
    4대 신사업(AI·5G·바이오·전장) 3년간 25조원 투자
    다니엘리·세바스찬승 등 글로벌 석학 영입에 총력
    • 삼성그룹이 역대 최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부품 등 4개 분야에 걸친 미래성장사업 육성 계획을 공개했다. 해당 분야에 총 25조원을 투자하고 관련 인력을 대거 수혈할 계획이다. 이미 자회사를 통해 활발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바이오 분야, 하만(Harman International)을 인수하며 야심 차게 뛰어든 전장사업에 비해 비교적으로 더딘 AI 분야를 어떻게 키워나갈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빅스비(Bixby)로 대표되는 삼성의 AI 서비스는 구글(Google Assistant)과 아마존(Alexa)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말 빅스비 개발을 이끌었던 이인종 부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 구글로 옮긴 것도 빅스비의 사업적 실패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도 있다.

      이를 만회하려 듯 삼성전자는 올 들어 AI 분야에 가장 활발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은 이번 대규모 투자발표에서 "AI는 반도체, IT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기술이자 4차 산업혁명의 기본 기술인 만큼, 연구역량을 대폭 강화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며 "AI센터를 허브로 글로벌 연구거점에 1000명의 인재를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히며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 삼성전자의 AI 사업은 현재 삼성리서치(SR)와 무선사업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삼성리서치는 지난해 말 세트 부문의 선행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DMC연구소와 소프트웨어센터를 통합해 확대 재편한 조직이다. 현재 김현석 소비자가전부문(CE) 사장이 연구소장을 겸직하고 있다. 실무의 전반은 소프트웨어센터 부소장을 지낸 조승환 삼성리서치 부센터장이 전담한다.

      현재 삼성리서치의 미등기 임원은 총 34명, 이 중 7명이 AI센터 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AI센터에는 이근배 AI 센터장을 포함해 7명의 임원이 있다. AI 전문 연구인력은 약 400여명 수준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거점 지역에 삼성리서치 산하 AI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영국(케임브리지)·캐나다(토론토)·러시아(모스크바) 등 5곳에 위치해 있다. 오는 9월에는 미국 뉴욕에, 10월에는 캐나다 몬트리올 지역에 AI센터를 신설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 지난 6월 삼성전자는 AI 분야 세계적인 권위자로 잘 알려진 다니엘 리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교수와 세바스찬 승 프린스턴대학교 교수를 영입해 삼성리서치 부사장급으로 발령했다.

      다니엘 리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벨 연구소를 거쳐 2001년부터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공지능 분야 학회 신경정보처리시스템(NIPS)과 인공지능발전협회(AAAI) 의장이다. 리 교수는 향후 뉴욕에 개소하는 AI센터를 전담하게 될 전망이다.

      세바스찬 승 교수는 뇌 신경 공학에 기반한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 최고 석학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이론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벨 연구소와 MIT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삼성전자는 또한 삼성리서치 미국법인(SRA)에 올해 1월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 래리 헥 박사를 영입했다. 구글 어시스턴트 개발 등을 주도한 인공지능 전문가로 AI 기술개발을 이끄는 핵심 인사 중 하나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가장 총력을 기울이는 분야는 단연 AI로 보인다"며 "글로벌 IT 기업들이 인재 영입을 위해 AI 센터를 세우는 각 도시 주요 대학 근처에 삼성전자도 AI센터를 설립하면서 세계적인 석학과 제자들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활발하게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무선사업부에선 이인종 부사장 뒤를 이은 정의석 부사장이 AI 관련분야의 핵심이다. 정 부사장은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에서 모바일 플랫폼 개발 업무를 담당했고, 현재 빅스비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무선사업부에서 정 부사장에게 힘을 싣고 있는 인물은 이지수 무산사업부 AI 전략그룹 상무가 꼽힌다. 지난 2015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영입한 이지수 상무는 퍼듀대학교 교수로 재직했고, 사용자 환경과 인터랙션 등을 연구했다. 삼성전자의 최연소 임원 중 하나로 현재 빅스비 개발과 관련한 대내외 활동에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같이 AI 분야 사업 확장과 인재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전담 인력 배치와 조직 일원화 등 직제와 관련 개편 등에 대해 고심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글과 아마존,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 간 인재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 또한 고급 인재영입을 위한 유인책 마련에도 고민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AI 관련 인력들을 지속해서 수혈 있지만 영입한 인사들의 직책이 혼재돼 있어 내부적으로 보고체계 등에 대한 혼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삼성이 강한 의지를 갖고 AI 분야 투자를 확대하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사업적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