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늦춘 홈플러스리츠…美 금리 인상에 해외투자자 모집 차질
입력 2018.10.08 07:00|수정 2018.10.10 09:23
    연내 상장 예상됐으나 내년 2월로 연기
    美 금리 인상에 기대 수익률은 하락
    투자자 모집 난항…일본계 주관사 추가
    • 한국리테일홈플러스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홈플러스리츠)가 해외투자자 모집이 예상보다 늦어짐에 따라 상장(IPO) 일정도 연기하기로 했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해외투자자들이 주춤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리츠는 총 3조8000억원 규모다. 홈플러스 매장 40여곳을 매입, 운영해 나오는 수익을 리츠 투자자에 돌려주는 구조다. 지분 70%를 신주 공모 방식으로 모집하며 그 규모는 1조7000억원 안팎이다. 홈플러스리츠는 선순위 대출로도 1조원 이상을 조달한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 무난하게 연내 상장될 것으로 예상됐다.

      홈플러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는 최근 홈플러스리츠를 내년 2월 중 상장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11월 상장 예비심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원래는 이달 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었으나 투자자들은 1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상장 계획보다 2달 이상 늦춰진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국토교통부의 인가(9월 11일)가 얼마 전에 났기 때문에 후속 조치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외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홈플러스리츠 공모 자금은 해외 투자자로부터 80%, 국내에서 20%를 조달하기로 했다. 주식자본시장(ECM) 강자인 골드만삭스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주관사로 참여했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 모집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국내 미청약 물량이 나오면 국내 주관사만 떠안을 지, 아니면 해외 주관사도 같이 부담해야 하는지가 고민이라는 평가마저 나왔다.

      해외 투자자들은 처음엔 대체로 긍정적이었으나 갈수록 소극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 김정환 전무와 주관사단이 해외에서 투자자 유치에 총력을 다했지만 만족할 성과를 얻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노무라와 다이와 등 일본계 증권사가 주관사단에 합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홈플러스리츠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금융회사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투자는 금리 변동에 민감한데 최근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위축된 것으로 본다”며 “올해 금리 인상을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급격하게 금리가 오르다 보니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3월, 6월에 이어 9월 26일(현지시간)까지 올해만 세 차례에 걸쳐 기준 금리를 인상했다. 미국 금리는 세계의 투자 시장 금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조달 금리도 오르는 반면, 리츠의 핵심인 임대료 수익은 고정돼 있기 때문에 기대 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 투자자들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굳이 한국에 투자할 필요성도 크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연내 또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국내 투자자 유치를 낙관할 상황도 아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리츠가 여전히 생소하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증권사들조차 리츠를 ECM 부서가 맡아야 할 지, 부동산 부서가 담당해야 할 지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리츠 선순위 대출 금리로 3.5%를 원하고 있는데 투자자 사이에선 금리가 낮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내년이 되면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있다. 연초엔 투자 심리가 다시 살아난다. 금리 인상 국면이 지나가면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 자체의 매력에 집중할 수도 있다. 홈플러스리츠는 확실한 임차인이 있어 공실 위험이 없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국내 리츠 시장 활성화를 앞당길 주체라는 평가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