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 해소에도 웃지 못하는 현대百, 그린푸드 지분 정리 불가피
입력 2018.10.23 07:00|수정 2018.10.24 09:47
    정교선 부회장, 현대쇼핑 보유 현대그린푸드 지분 7.8% 매입
    오너 일가, 현대그린푸드 지분율 29.9%→37.6%
    가장 쉬운 해결책은 '오너 일가 지분 낮추기'…매각 불가피
    •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그린푸드로 웃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오너 일가의 현대그린푸드 지분 매입으로 순환출자 고리는 해소했지만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법 개정이 입법 예고된 데다 내부거래 매출액이 높아 총수일가의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A&I→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A&I→현대백화점'으로 크게 3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었다.

      지난 4월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은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나섰다. 정 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A&I 지분 21.3%(약 320억원)를 매입했고, 정 부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7.8%(약 1200억원)를 매입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의 현대그린푸드 지분율이 15.3%에서 23.0%로 상승했고 현대그린푸드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게 됐다. 올해 반기 기준 현대그린푸드의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정 부회장이 23%, 정 회장이 12.7%,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이 1.9%를 보유하고 있어 오너 일가 지분율이 37.6%에 달한다.

      현대백화점 측은 현대그린푸드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라도 내부거래에 대한 문제가 없어 이 같은 순환출자 해소를 실행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을 앞둔 상황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증권업계의 지적이다.

      현대그린푸드의 경우 내부거래 매출액이 2500억원을 상회해 규제 기준을 10배 이상 초과하는 상황이라 이를 200억원 이하로 낮추는 게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현대그린푸드의 지난해 기준 내부거래 매출액은 2626억8600만원으로 전체 매출액(1조4774억5200만원)의 17.78%를 차지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서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비상장사 20%)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해당한다. 현대그린푸드의 경우 현행 기준으로도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 모두에서 발목이 잡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선 오너 일가의 현대그린푸드 지분 매각이 가장 쉬운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린푸드는 푸드서비스 및 식자재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특성상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규모를 확 낮추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이전부터 현대그린푸드 지분 매각설이 나오긴 했는데 이와 무관하게 법 개정을 앞두고 있어 현대그린푸드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현대백화점은 잇따른 인수합병(M&A)을 단행하며 자본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전까진 외부 투자자 유치에 소극적이었고, M&A를 진행할 때도 그룹 기획조정본부 투자기획팀을 중심으로 조용히 진행해 왔다. 지분 매각 건의 경우 자본시장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만큼 IB들이 참여할 여지가 크다. 또 재계에선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위해 프라이빗에쿼티(PE)를 적극 활용하고 있어 현대그린푸드 지분 매각 과정에서 현대백화점도 재무적투자자(FI)를 받아들일지 관심이다.

      IB업계 관계자는 "IB들이 영업역(RM)을 중심으로 현대백화점그룹 미팅을 계획하는 상황인데 현대그린푸드 지분 매각건이 IB들이 현대백화점과 관계를 맺는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식자재 사업이기 때문에 SI에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딜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FI들도 큰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대그린푸드의 오너 일가 지분율 상승에도 현대백화점그룹은 상대적으로 뒤늦게 일감 몰아주기 규제 이슈가 불거진 편이다. 이는 지난 6월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익편취 규제 실태조사'의 발표 기준 때문이다.

      공정위는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에서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지속하는 기업 등을 분석했다. 특히 상장사 기준 총수일가 지분율이 20%로 개정될 경우 새로이 규제를 받게 되는 기업들에 집중했다.

      지난해까지 현대그린푸드의 오너 일가 지분율은 29.92%였는데 4월 순환출자 고리 해소 이후 지분율이 40%에 육박하게 됐다. 공정위의 발표는 '올 5월 기준 총수일가 지분율 20~30% 상장사 목록'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30%를 넘는 현대백화점은 제외돼 주목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