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의 2년 전 약속…기술특례 인식 가를 '내년'
입력 2018.12.14 07:00|수정 2018.12.17 09:57
    내년부터 적자폭 대폭 축소 공언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사 '대장주'
    신라젠 실적 따라 투자심리 영향
    • 한때 텐베거(ten bagger;10배 수익률을 달성한 주식)의 반열에 올랐던 신약개발업체 신라젠의 내년 실적에 금융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2년 전 기술특례로 상장하며 2019년부터 적자폭을 크게 줄이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신라젠은 시가총액이나 핵심사업역량 측면에서 봤을 때 2015년 이후 대거 증시에 입성한 기술특례 바이오 상장사들의 '대장주'와도 같은 존재다. 신라젠의 내년 실적이 기술특례 바이오 업체들에 대한 인식까지 좌우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라젠은 유전자재조작 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면역항암치료제 신약 개발업체다. 핵심 신약인 펙사벡이 2015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글로벌 임상 3상 허가를 받으며 주목받았고, 2016년 12월 기술특례 절차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당시 신라젠은 2018년까지는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투자자들에게 미리 알렸다. 당시 증권신고서에 2016년~2018년 3년간 누적 당기순손실이 1600억여원에 달할 거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2016년부터 올해 3분기 말까지 누적으로 1750억여원의 순손실이 쌓였다.

      다만 신라젠는 2019년부터 적자 폭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들 거라며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펙사벡의 상품화가 다가오며 2019년에는 매출이 2018년 대비 6배로 늘고, 연간 순손실도 170억여원으로 크게 줄어들거라는 전망이었다. 이어 2020년엔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낼 거라고 추정했다. 상장 당시 공모가는 2020년 추정 실적을 4년 앞으로 당겨서 산정했다.

      약속대로라면 신라젠은 내년부터 오래 기다린 투자자들에게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셈이다.

      2019년 신라젠이 약속한 성과를 보여주려면 세 가지 전제조건이 만족돼야 한다. 신라젠이 2019년 매출을 390억여원으로 추정한 근거는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마일스톤 계약'이다. 마일스톤은 신약이 일정한 조건을 만족할 경우 파트너사로부터 받는 수익금을 뜻한다.

      신라젠은 2019년 ▲유럽지역 임상 3상에 성공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며 ▲유럽지역 규제 당국 승인을 받고 ▲중국지역에서도 규제 당국 승인을 받는다는 전제 하에 마일스톤 수익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달리 말하면 임상 3상이 늦어지거나 규제 당국 승인이 늦어지면 실적을 낼 수 없다는 뜻이다.

      신라젠이 개발 중인 펙사벡의 효능은 일단 신뢰 가능한 수준까지 와있다는 게 복수 전문가의 판단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 바이러스 면역항암제로, 정식 출시된다면 2021년 전 세계적으로 140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추정되는 면역치료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진행중인 임상 3상의 진척이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 이슈다. 미국 FDA 임상 3상 승인 이후 신라젠은 총 600명의 환자를 모집해 임상을 진행하기로 하고, 올해 3월까지 290명을 모았다. 이어 중국을 중심으로 연말까지 500명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12월 초 현재 모집 완료된 환자는 380여명 수준이다.

      한 증권사 바이오 담당 연구원은 "현재 추세라면 내년 2분기 중 무용성 평가(독성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약효 중간결과는 2019년말에서 2020년초 사이 발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올해 초까지만 해도 무용성 평가 결과는 이르면 올해 말 나올 것으로 예상됐었다.

    • 신라젠에 대한 시장의 판단은 다른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5조원 안팎으로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 기업 중 가장 크다.

      임상 3상 허가를 받은 상황에서 상장했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안정감을 줬다. 2015년 미국 FDA 자료에 따르면 임상 1상 허가를 받은 물질이 3상 허가를 받을 확률은 19%에 불과하다. 임상 3상을 진행한 물질 중 절반가량인 49.6%가 신약으로 인정된다.

      이런 신라젠 신약의 상품화가 늦어지거나 돌발변수가 생기면, 이보다 낮은 정도의 개발단계에 있는 신약을 개발중인 다른 바이오 업체에까지 공포감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기술특례 상장이 활성화된 2015년 이후 이 절차를 거쳐 신규 상장한 회사는 현재까지 모두 42곳이다. 이중 대부분인 32곳(스팩 합병 제외)이 바이오 업체다. 이들 중 절반은 현재 주가가 공모가 아래에서 형성돼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이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 업체들의 성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는 상황은 맞다"며 "신라젠이 내년에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대로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2020년 상품화의 길로 갈 수 있는지가 다른 기술특례 바이오 업체에 대한 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