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매각 여파, 투자업계 평가는 제각각
입력 2019.01.07 07:00|수정 2019.01.04 18:16
    국내 게임사 주가 추이, 넥슨 매각가에 달렸다는 평가
    넥슨 매각된다고 게임산업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
    텐센트 인수 가정했을 때 국내 게임사 실적 전망은 엇갈려
    •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의 매각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게임사에 미칠 영향에 촉각이 모아진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기존 경쟁사들과 상장을 계획 중인 게임사들에 미칠 영향을 두고 금융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우선 국내 게임업계 주가에 미칠 영향은 넥슨이 얼마에 팔리는지에 달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넥슨 매각가가 10조원이 넘는 금액으로 결정이 된다면 국내 업체들도 좋은 가치를 받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매각가가 낮아질수록 최근 부정적인 게임 시장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국내 업체들에 부정적인 시그널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넥슨 자회사인 넥슨지티나 넷게임즈는 출시했던 게임들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넥슨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 나오고서야 상한가를 기록했다. 인수하는 회사가 게임 역량을 충분히 갖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된다면 자회사들의 주가도 상향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넥슨 매각이 국내 게임산업 전체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목소리에 대해선 반대 의견이 주를 이뤘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큰 기업이 매각된다고 하더라도 그 나라의 게임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가 텐센트에 핀란드 게임기업 슈퍼셀을 10조원에 매각했을 때도 핀란드 게임산업에 영향은 없었다는 평가다. 게임업계 전문가는 “국내 게임산업 전반적인 가치는 이미 많이 낮아진 상태”라며 “그러다 ‘로스트아크’처럼 좋은 게임이 나오면 주가가 오르는 것이지, 매각 하나에 게임산업 전체 가치가 오르내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주 회장의 넥슨 EXIT(투자회수)로 투자자들이 게임산업을 보는 시각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데는 엇갈린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게임산업이 규제산업이란 걸 모르는 투자자는 아무도 없으므로 바뀔 것도 없다는 예상, 반대로 국내에서 인지도와 규모 면에서 1위인 게임사의 매각 충격으로 제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예상이 혼재돼 있다.

      국내 게임사들 실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인수 주체에 따라 많이 바뀔 것이라는 데 힘이 실렸다. 글로벌 사모펀드가 인수한다면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텐센트가 인수한다고 가정했을 때 국내 게임사에 미칠 파장에 대한 분석은 제각각이었다.

      한 전문가는 텐센트가 게임사를 인수해도 크게 개입하지 않았던 과거를 봤을 때 넥슨 게임 노선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대주주가 바뀌더라도 ‘마비노기 모바일’, ‘바람의 나라:연’, ‘테일즈위버M’ 등 과거 인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이 그대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넥슨 개발력에 대한 실망감도 언급됐다. 넥슨이 ‘던전앤파이터’의 성공으로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중 매출에서는 1위지만 개발력은 다른 기업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다. 넥슨은 MMORPG 최대 격전지인 국내에서 흥행 게임을 출시하지 못했다.

      텐센트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게임사 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 회사들이 가뜩이나 해외 진출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텐센트가 독보적으로 힘을 갖게 되면 경쟁하는 측면에서 좋지 않다”고 말했다. 텐센트가 넥슨을 인수하게 되면 우리나라 게임사와 장르적으로 직접적인 경쟁을 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또 자금력이 풍부한 텐센트는 국내 게임사에 비해 개발 시간도 짧고 마케팅에도 유리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는 “다양한 장르의 라인업을 보유한 넷마블보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 라인업이 국한된 엔씨소프트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말했다.

      IPO(기업공개)를 준비중인 게임 회사들에 미칠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MMORPG는 주로 대작을 만들 역량이 있는 큰 회사만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들이 손 댈 장르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어로 꼽히는 카카오게임즈도 사업 방향성을 캐쥬얼 게임으로 정한 바 있어 큰 상관 없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반면 김정주 회장의 EXIT가 국내 게임업 전반의 부진 가능성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장르와 무관하게 게임사 기업가치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