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IPO 타임아웃…3월 예심 재청구
입력 2019.01.23 07:00|수정 2019.01.22 18:06
    최근 주관사단에 재청구 준비 의사 전달
    4분기 유가·정제마진 급락으로 기업가치 '뚝'
    상반기 마진 회복가능성 낮아 올해도 '가시밭길'
    • 현대오일뱅크의 두 번째 기업공개(IPO)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감리로 인해 일정이 지체된데다 국제 원유시장도 출렁이며 예비심사 유효기간 내 상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3월 전후로 다시 상장예심을 청구하고 상반기 내 증시에 입성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제마진이 급락하는 등 시장 상황이 악화일로라 고전이 예상된다는 평가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NH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씨티글로벌마켓증권·메릴린치 등으로 구성된 상장 주관사단에 '상장 예비심사 재청구 방침'을 전달했다. 오는 2월13일 상장예심 유효기간 만료를 앞두고 무리하게 공모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연간 결산이 확정되는 2월 말에서 3월 초 다시 거래소의 심사를 받을 전망이다. 상장 간소화 심사(패스트트랙) 대상 기업인데다, 불과 반년 전 한 차례 심사를 통과한만큼 예심 재통과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반기 중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게 현재 현대오일뱅크의 계획이다.

      지난 7월 중순 한국거래소 상장 예심을 통과한 현대오일뱅크는 회계감리에 발목이 잡혀 4개월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말 가까스로 경징계인 '주의' 처분을 받으며 공모 진행이 가능해졌지만, 곧바로 유가 급락으로 인한 시장 상황 악화를 맞닥뜨리며 좀처럼 의사결정을 하지 못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예심을 통과한 7월은 절호의 상장 타이밍이었다. 6월 주춤했던 정제마진이 급등하며 8월에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배럴당 4달러 안쪽이던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7월 말에서 8월 중순까지 8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정제마진이 커질수록 정유업체의 수익성도 커진다.

      지금은 상황이 정 반대로 바뀌었다.

      미국의 원유 생산 확대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10월말 국제유가가 급락하며 정제마진 역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9월 한때 배럴당 80달러를 넘나들던 두바이유 가격은 2개월만에 35% 급락하며 배럴당 50달러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유가 급락으로 인해 정제마진은 지난해 12월 배럴당 2.8달러까지 수직 낙하했다. 일반적으로 정제마진이 4달러선 이하로 내려가면 역마진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 정유업체 주가도 급락했다. 정제마진 악화는, 물론 재고자산에 대한 평가손실 우려가 반영됐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은 결국 정제마진 회복에 달려있다는 게 증권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다만 1분기 중 마진 회복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원유를 과잉공급하고 있는 미국 정제업체들이 올 2분기 일제히 설비점검 및 정기보수에 들어가면 그제서야 '숨쉴 틈'이 생길거라는 전망이 다수다. 정제마진의 본격적인 회복은 올해 하반기 이후로 추정된다.

      올 상반기 중 공모 절차를 다시 밟는다 해도, 예상 공모금액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국내 동종업체들의 밸류에이션(가치)이 지난해 4분기 급락했다. 지난해 7월만 해도 대형 정유업체들의 평균 주가순이익비율(PER)은 9~10배에 달했다. 지금은 6배 안팎이다. 한때 현대오일뱅크의 예상 시가총액은 10조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5조~7조원 정도로 평가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예비상장사에 대한 감리강화로 번지며 현대오일뱅크가 수 조원의 기업가치 손실을 본 셈"이라며 "금융당국은 IPO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자 감리강도 완화 등 후속대책을 부랴부랴 준비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