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둘러싼 공방…핵심은 조양호 일가 승계 차단
입력 2019.02.15 07:00|수정 2019.02.18 10:50
    핵심은 한진칼 주가 부양…펀드수익률 제고 동시에 승계부담 커져
    "사회적 물의 외 재무제표 상으로도 오너일가 실책 수두룩"
    단기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KCGI 공세 성패 주가에서 가늠될 듯
    •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한 KCGI의 한진그룹을 향한 공세가 한 층 강화되고 있다. 117쪽에 달하는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배포해 우호 세력 모집을 꾀하고 있지만, 본질은 결국 ‘산수’의 영역이란 평가다.

      한진칼 내부 자산의 재평가(+), 자회사 대한항공의 배당 정상화를 통한 현금 유입(+), 오너일가가 사적 영역으로 사용한 비용(-) 차단 등 KCGI 측의 주요 요구사항이 대표적이다. 단순한 공식에 따라도 기업 가치는 지금보다 상승할 것이란 간단한 논리다.

      문제는 이 같은 주주제안이 오너일가의 이해관계와 철저히 배치된다는 점이다. 조양호 회장 등 오너일가 입장에선 추후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3세 경영진으로의 승계를 위해선 한진칼의 기업가치가 지금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점 때문이다.

      조양호 회장은 현재 그룹 최상위 회사인 한진칼 지분 17.84%를 보유해 한진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차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2.34%, 장녀 조현아 씨가 2.29% 등 최대주주 일가 및 특수관계자가 한진칼 지분 약 28.93%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상속 부담을 고려할 경우 조 회장의 보유지분의 최대 절반 까지 줄 수 있다보니, 2대주주인 KCGI측과 최대주 측의 격차는 좁혀질 수 있는 상황이다.

      조 회장이 직접 보유한 ㈜한진(6.87%) 주식을 추후 한진칼 주식으로 맞바꿔(Swap)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됐지만, 일찌감치 KCGI 측도 대비에 나섰다. KCGI 측은 한진칼 주식 매집 시기 ㈜한진 주식도 함께 모아 퇴로를 차단했다. 양 사의 주식 스왑을 강행할 경우 오너일가와 함께 2대주주 KCGI의 한진칼 지분율도 동반해 상승하게 된다.

    • 한진 그룹입장에선 타 그룹들이 널리 활용했던 비상장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우회로가 모두 차단된 점이 아쉬울만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비스, 한화그룹의 한화S&C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집단이 이를 활용했지만, 한진그룹은 일찌감치 차단돼 개인사재로 상속세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다.

      한진그룹도 유니컨버스‧싸이버스카이 등 그룹 중추인 대한항공과 연계한 비상장계열사를 조원태 사장 등 오너 일가가 직접 보유해 승계절차에 활용해왔다. 다만 공정위의 감독대상에 올라 대한항공 등 계열사에 차례로 흡수됐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 오너일가 삼형제가 보유한 한화S&C 사례처럼 충분히 ‘영리하게’ 후계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었는데 한진은 이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 같다”며 "감독기관 등 외부에서 보기에도 너무 티가 나게 계열사를 활용했던 점도 지금 돌이켜보면 아쉬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최상위회사 한진칼이 시장의 관심에서 빗겨나 있고, 기업가치도 일정 수준을 유지한 점이 승계 부담을 줄여온 핵심이었다. 한진그룹은 자회사 대한항공이 영업이익을 통해 현금을 벌던 시기에도 모회사인 한진칼로의 배당은 최소화했다. 주주와 이익을 함께 나누는 배당 대신 직접 주요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올라있는 조양호 회장에 고액 연봉을 지급하는 식으로 우회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주주들 사이에선 승계를 앞둔 그룹의 특수성이 한진칼은 물론 핵심계열사 대한항공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 한진칼의 핵심 자산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인만큼 오너일가 입장에선 자회사 주가 상승이 반갑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한 증권사 항공 담당 애널리스트는 “한진은 애초부터 주가에 정말 관심이 없는 그룹으로 손꼽혔다”며 “시가총액이 3조원이 넘는 그룹이 컨퍼런스 콜을 아예 안하고 분기보고서만 내고 대응을 안해온 점도 이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오너가의 시장 평판은 고스란히 공격의 빌미로 되돌아오고 있다. 땅콩 회항‧물컵 사태 등 오너일가의 사회적 물의 외에 재무지표상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들어 국민연금의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권 행사가 논란에 섰지만, 투자자들은 ‘한진’이란 예외성이 인정되기 너무도 많은 조건들이 숫자로도 드러난다는 평가다.

    • 과거 대한항공의 호텔투자와 한진해운 지원은 주주들의 반감을 산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미국 LA 윌셔 그랜드 호텔 건립을 위해 2014년부터 2016년간 총 750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부도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에 2013년 2500억원의 자금대여, 2014년 4448억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특히 2016년엔 회사 부채비율이 1274%까지 증가해 항공사 존폐의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1000% 마저 넘겼지만, 조현아 씨가 주도한 LA호텔 투자에 4450억원이 투입됐다. KB증권은 "대한항공에서 ‘돌발적 현금 유출’이 없으면 2019년 연간 약 910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설명했다.

      한 기관투자가는 “한진해운 투자 결정도 조 회장과 제수씨인 최은영 회장과 관계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고 LA호텔 투자도 결국 오너일가의 독단적인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그 당시 회사 부채비율이 1000%를 넘겨 일부 차입금의 기한이익상실 우려 등 회사 존폐까지 거론되던 상황인데 부채 상환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돈이 새 나간 점에 대해선 숫자로 명확히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의 성패 여부도 승계 차단이 핵심에 있다. 펀드 본연의 ‘수익률 극대화’를 달성할 경우 한진칼의 기업가치도 커지게 되고, 자동적으로 승계 비용은 비례해서 늘어나게 된다. 조양호 일가 입장에선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KCGI 측의 요구를 수용하고 배당 확대 등 자본시장과 접점을 찾더라도 결국 시기의 문제일 뿐 승계와는 직접적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다.

      다른 증권사 항공 담당 애널리스트는 “애초 KCGI가 단기 차익실현이 목적이 아닌 중·장기투자를 선언한만큼 5년 이후 2배 이상 수익은 고려하지 않겠나”라며 “PBR·PER 등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투자자들은 이미 한진칼이 주당 3만원에 도달한 순간 물리적으로 추가 상승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익실현 하며 떠났고, 지금부터 합류하는 기관들은 KCGI의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급변하는 '투기의 영역'에 돌입한 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