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리스크'에 상장 미뤄지는 바디프랜드
입력 2019.02.20 07:00|수정 2019.02.21 11:05
    모호한 지배구조·대표 입건· 갑질 등 여러 논란
    거래소, "투명 경영 집중심사" 입장이지만
    상장 무산시 책임 떠맡기도 부담스런 상황
    • 국내 1위 안마의자 업체 바디프랜드의 기업공개(IPO)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상장 예비심사 문턱조차 넘기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최고경영진 및 임원 관련 이슈가 잇따라 터지며 '경영 투명성'이 화두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2달 가량 걸리는 심사기간을 고려하면 지난 1월 중순에는 결과가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17일 예심의 결론을 내는 것을 연기했다.

      거래소 측은 바디프랜드 상장 진행과 관련된 언급을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다. 연기 결정을 내리며 경영 투명성을 비중있게 심사하기로 했다고 전했을 뿐이다.

      최근 1~2년 사이 바디프랜드 경영진의 리스크가 계속 부각되는 분위기다. 당장 지난달 지난 1월 박상현 대표이사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직원 170여명에게 퇴직금과 연장근로수당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회사측은 “고용이 늘다보니 수당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계산상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으나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는 기업이 ‘계산 실수’로 대표가 입건된 점에서 빈축을 샀다.

      불투명한 지배구조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바디프랜드의 현재 대표이사인 박상현 대표는 삼정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 2011년 바디프랜드에 재무이사로 합류, 2015년 6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하지만 회사의 실제 오너이자 실세는 강웅철 영업본부장 겸 사내이사라고 알려져 있다. 강 본부장은 바디프랜드 창립자 조경희 회장의 첫째 사위다. 박상현 현 대표는 강 본부장이 2005년 현주컴퓨터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시절 현주컴퓨터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근무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주컴퓨터는 2005년 부도를 냈고 2007년 최종 파산했는데, 혹독한 구조조정 등으로 뒷말이 무성했다"며 "금융권 일각에서는 강 본부장이 대표를 맡아 전면에 나서지 않는 배경으로 현주컴퓨터 부도 사태를 꼽기도 한다"고 말했다.

      바디프랜드의 상표권 논란에도 강 본부장이 중심에 있다.  회사 설립 2년 전인 2005년부터 강 본부장이 바디프랜드의 국내 상표권을 개인 보유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횡령·배임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2015년 당시 BFH(네오플럭스-VIG 파트너스 합작 특수목적법인)는 바디프랜드 지분 90.35%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때 BFH는 강 본부장으로부터 180억원에 상표권을 매입했다.

      최근에는 바디프랜드가 미국 특허청에 등록 완료한 핵심상표권을 강 본부장 개인 명의로 출원했던 바가 밝혀졌다. 회사측은 강 본부장이 불사용계약을 체결하며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으나 계속되는 상표권 논란은 시장의 불신을 샀다.

      이외에도 지난해 6월 회사에서 일부 직원들에게 체중 감량 프로그램 참여를 강요했다는 것이 알려져 인권침해 및 갑질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한 임원이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된 후 회사에서 해고되는 사건이 있었다.

      IPO시장 관계자는 “바디프랜드를 둘러싼 여러 이슈들이 예심 연기에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라며 “기업 규모가 작으면 어느 정도 넘어갈 수 있겠지만 워낙 규모가 큰 건이기 때문에 쉽게 넘어가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지난달 현대오일뱅크가 사실상 상장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에서 또 다른 대어인 바디프랜드까지 무산되면 책임을 떠맡기 부담스러울 것이란 평가다. 바디프랜드는 상장시 예상 시가총액이 2조5000억~3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렇다고 상장심사 승인의 주요 사항인 경영의 투명성과 안정성, 도덕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너 리스크 등 경영 투명성 문제는 상장 이후에도 폐지사유가 될 수 있다.

      바디프랜드의 현재까지 실적은 큰 문제 없다는 평이다. 바디프랜드는 현재 국내 안마의자 시장 내 약 6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017년 매출은 412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3%, 26% 성장한 834억원, 619억원을 기록했다.

      물론 성장성에 대한 의문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안마의자 시장이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마케팅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최근 청소년용 안마의자 '하이키'를 출시하며 "키 성장에 도움"이라고 홍보했으나 실제론 아직 임상시험 진행 중인 사실이 밝혀져 시장의 눈총을 받았다.

      바디프랜드 측은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서 회사는 필요한 조치들을 취했으며 그 이상 입장은 없다"며"상장 관련해선 거래소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상장 예비 심사 탈락이나 자체 철회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연말 연초의 시기적인 이유로 상장 심사가 조금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도 하고, 심사에서 여러 항목을 살피다 보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좀 더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