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칼바람에 알아서 배당 늘리는 재계
입력 2019.02.26 07:00|수정 2019.02.28 09:29
    적극적 주주권 행사 예고한 국민연금
    책임투자 기업 85곳 중 80곳 배당률 증가
    "앞으로 연금 지분 보유한 기업들 부담 늘어"
    이익잉여금 재투자, 배당 두고 고심 깊어질 듯
    •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기업들의 배당률이 전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배당 확대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이 책임투자펀드를 통해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지난 2017년 말 기준 총 150곳이다. 이중 올해 초에 지급하는 2018년 결산 배당을 확정한 기업은 약 85곳이다. 해당 기업들이 지난해 지급한 배당의 시가배당률[(배당금÷현재주가)×100)] 평균은 1.53%였으나 올해는 2.02%로 0.5%포인트가량 늘었다. 배당률이 줄어든 기업은 5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의 시가배당률 평균은 1.86%, 코스닥은 1.55% 수준이었다.

    • 대기업 계열사들의 배당률 확대도 눈에 띄었다. 롯데그룹의 시가배당률이 전년에 비해 약 1.1%p 늘었고 현대자동차그룹은 0.83%p, SK그룹은 0.6%p가량 배당률을 늘렸다. 삼성그룹과 LG그룹의 배당률도 지난해와 비교해 0.3%p 이상 늘어났다. 일부 계열사들이 배당률을 줄인 CJ그룹(0.06%p)과 신세계그룹(0.1%p)의 전체 배당률 증가 폭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 같은 기업들의 배당확대 움직임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주주권 확대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기업에 대한 책임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책임투자의 일환으로 국민연금 위탁운용사가 운용하는 책임투자펀드는 ESG(환경·사회적·지배구조)를 평가 지표로 활용해 투자대상을 결정하는 펀드로, 전체 투자규모는 약 7조원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합리적인 배당정책을 수립하지 않거나 배당정책에 따르지 않는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과의 비공개 대화> ▲일정기간 동안 대화에도 불구, 다음해 주주총회까지 개선이 없는 기업은 <중점관리 기업 지정 및 공개> ▲중점관리 기업 중 다른 소수주주가 주주제안에 참여를 요청하는 기업을 상대로 <주주제안 참여> 등의 배당과 관련한 권리행사 기준을 마련해 운용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운용전략실 산하였던 책임투자팀을 확대·개편해 수탁자책임실을 신설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배당과 관련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달 초 국민연금은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횡령과 배임 혐의가 확정되면 이사직에서 배제'하는 방안의 정관 변경 주주제안을 하기로 결의했다. 대한항공에 대해선 중점관리 기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점 관리기업이던 현대그린푸드에 대해서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회사가 미리 배당을 늘리기로 검토하면서 주주제안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내 상장회사 한 IR 담당자는 "최근 들어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국민연금과 행동주의펀드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업들은 이익의 재투자, 주주환원 등을 두고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