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신창재 회장, FI와 '공동매각'? 쉽지 않아...속내는 따로
입력 2019.03.05 07:00|수정 2019.03.07 08:57
    신 회장, 지분 매각 의사 높지 않을 전망
    FI에게 투자 회수 방안 마련해보겠다고 설득
    IPO 준비도 여전히 이어져
    중재재판 대비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해석 나와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들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3.1절 100주년에 따른  '독립운동 민족기업' 타이틀로 반짝 신 회장 가문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갔지만 '조단위 부채'에 대한 해결문제와는 거리가 먼 사안이다.

      이는 단순히 사모펀드(PEF)가 돈을 받느냐에 국한되지 않는다. 교보생명 FI 자금에는 국민연금 투자금이 상당량 포함돼 있기 때문. 현재로선 양측이 해결점을 찾지 못하면서 경영권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 매각 의지에 대한 의구심은 적지 않다. 그간 경영권에 집착해오면서 지분희석을 우려해 기업공개(IPO)까지 거부해왔던 그가 지금에 와서 더 강력한 조치를 선뜻 단행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FI들의 중재재판에 대비하고자 매각카드를 던진 정도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즉 "최대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라는 명분이 목적이란 해석이다.

      7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과 FI의 지분 공동매각까지 거론되는 양측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FI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어피너티·IMM·베어링·GIC)과 SC PE는 투자 회수를 위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put-option)을 지난 10월에 행사했고, 이달 말 중재재판을 준비 중이다. 중재재판 결과에 따라 신 회장은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33.78%) 및 특수관계인이 지분 37%를 FI들이 지분 53%를 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상당부분 신 회장 책임이 크다. 신 회장은 경기고-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산부인과 의사, 서울대 의대 교수로 근무했다. 창업자인 신용호 회장 건강악화로 급작스럽게 회사를 물려받았다. 2000년 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 ‘정도경영’을 실천하며 교보생명을 내실 있는 기업으로 만드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 스타일이 골프를 치더라도 개인카드로 계산할 정도로 공과 사를 구분한다"라며 "변화보다는 안정을 중시하고,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다 보니 일부 사람들 하고만 교류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화를 기피하는 신 회장 스타일 상 상장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FI와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그사이 시장 상황은 악화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상장한 2010년에 상장을 했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1배 이상의 PBR(순자산주가비율)을 인정 받으며 상장했다. 현재 이들의 PBR은 각각 0.55배, 0.34배로 그때 당시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를 감안하면 교보생명의 기업가치도 그때의 절반 수준 이상 받기 힘들다.

      오랜지라이프(ING생명)는 시장환경에 대한 우려에도 2017년 0.8배의 PBR을 인정 받으며 상장에 성공했다. 하다 못해 교보생명이 그때 벨류에이션으로 상장했어도 지금의 두 배 기업가치는 받을 수 있었다.

      IPO로는 적정 기업가치가 안 나오다 보니 시장에선 결국 FI와의 지분 공동매각만이 답이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하지만 신 회장으로선 FI와 지분 공동매각을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가 물려준 회사를 FI에 등 떠밀려 내놓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IPO로 막을 수 있었던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온 한 사태의 책임은 신 회장 판단 탓이란 비판도 피 할 수 없다.

      무엇보다 그가 쉽사리 경영권을 놓겠느냐는 해석이 유력하다. 보험업계에선 “신 회장이 경영권 매각까지 생각할 정도였다면 일찌감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신 회장이 느끼는 사태의 심각성도 주변의 우려만큼 크지 않다.

      지난 19일 어렵사리 마련된 FI와의 자리에서도 구체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 측은 다시 잘 해 보자라며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해보겠다는 수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망설이던 IPO가 이제서야 속도를 내고 있다. IPO 대표주관을 맡고 있는 크레디트스위스(CS)는 다음달 해외 NDR을 계획하고 있다. CS는 주당 30만원 수준에서 IPO가 가능하다고 제안했으나, FI들은 투자금액인 주당 24만5000원은 고사하고 주당 20만원도 받기 힘들다는 판단에 이미 IPO를 해결책에서 제외한 상황이다.

      결국 신 회장이 최근에 보이는 행보들과 언론에 비치는 모습 모두, 재판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말들도 나온다. FI를 만나고, IPO를 진행하는 의도가 FI 자금회수 보다는 재판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한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FI를 만나고, IPO 준비를 이어가는 것이 결국 소송을 준비하기 위한 준비일 수 있다”라며 “FI와 협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