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 물류전쟁 카운트다운…이해부족과 계획차질로 긴장감↓
입력 2019.03.11 07:00|수정 2019.03.12 09:59
    롯데, 온·오프라인 물류 차이 고민 부족하단 지적
    신세계는 온라인 물류센터 건립부터 안갯속
    • 다음달 유통 관련 통합 법인 출범을 나란히 앞둔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물류전쟁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하지만 업계 관심은 지난해보다 줄어든 분위기다. 두 통합 법인 모두 온라인 유통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국내 물류혁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상향 평준화한 만큼 제품만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진 실정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제품을 전달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이 각광받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물류가 미래 유통업계를 먹여 살릴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유통공룡들도 시대의 흐름에 발을 맞추고 있다. 롯데그룹은 물류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이커머스 사업 확대를,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물류기지 확충과 신선식품 이커머스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유통사들이 한창 물류 기술을 중심으로 플랫폼 투자에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투자는 여전히 제한적이란 지적이다.

      롯데의 물류전략 바탕에는 ‘O4O’(Online for Offline)가 자리잡고 있다. 자사 유통망을 적극 활용해 온·오프라인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는 각 유통 계열사별로 운영하는 온라인 사업을 하나로 모으는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물류업계에서는 O4O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다. 롯데가 온·오프라인 물류 통합 허브를 구축하면 규모는 키울 수 있겠지만 물류혁신에 O4O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단 지적이다.

      롯데의 O4O전략은 옴니 채널과 이어진다. 옴니 채널은 소비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물류가 통합되고 소비자는 인터넷에서 최저가 제품을 즉시 주문해 인근 세븐일레븐(편의점)이나 롯데마트(대형마트)에서 제품을 찾을 수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물류는 규모부터 시스템 고도화 정도 등 여러모로 다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가장 큰 차이는 가격 경쟁력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온라인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다량 구매를 원하는 고객일수록 유입 요인이 크다. 또 온라인이 오프라인에 비해 물리적 제약이 적어 상품 종류도 오프라인 물류센터를 능가할 수밖에 없다. 저장 공간 확보도 중요하지만 많은 물건만큼이나 물건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관건이다. 양이 많아지면 재고 관리뿐만 아니라 배송시간 단축도 어렵다.

      결국엔 같은 물건을 다루더라도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에 따라 더 적절한 물류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기반의 미국 아마존과 국내 쿠팡 등이 랜덤 스토우 기술을 적용한 것도 온·오프라인 물류의 차이가 반영된 결과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주문 양만 고려해봐도 오프라인과 온라인 물류에 대한 다른 접근이 필요함을 짐작할 수 있는데 롯데의 경우 온라인 물류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느낌”이라며 “오프라인 물류는 접근성이 중요하다면 온라인 물류는 많은 양을 저장하고 빠르게 찾아서 배송할 수 있는, 좀 더 고도화한 시스템과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신세계가 오프라인과 온라인 물류를 구분해 투자 중이라는 점에선 롯데보단 한 수 위라는 평가다. 하지만 2020년까지 수도권 지역에 4개의 온라인 물류센터를 짓겠다는 첫 단계부터 흔들리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신세계그룹은 2013~2014년 무렵부터 영국의 오카도를 롤모델 삼아 물류센터에 대한 연구를 이어왔다. 오카도는 런던 인근에 최첨단 물류센터를 짓고 컨베이어벨트 대신 무인로봇 수천 대로 물류 생산성을 높이는 등 과감한 투자와 기술혁신으로 수년째 흑자를 내는 기업이다.

      아마존과 오카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신세계의 쓱닷컴도 ‘빠른 배송’에 주안점을 두는 국내 실정에 맞게 시스템이 잘 구축된 데다, 오배송률도 낮은 편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시장에선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통합법인에 대해 회의적이다. 통합법인의 핵심인 온라인 물류센터 건립 자체에 차질이 빚어진 만큼 신세계가 그리는 그림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경기 용인과 김포에 이마트몰 온라인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현재 평택 진위에 물류센터를 건립 중이지만 하남을 대체할 만한 곳을 확보하지 못했다. 앞서 신세계가 온라인사업 신규법인에 유치한 1조원의 투자금으론 원하는 투자 규모를 충족하기에 부족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물류센터 1개를 건립하는데 드는 비용만 3000억원 안팎인데 1조원으로 물류 인프라 관련 지분 투자 등을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신세계의 롤모델은 오카도지만 물류혁신을 준비하는 과정은 전통적인 국내 대기업의 사업 절차를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