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재무개선 핵심은 '자본확충'…유상증자 성사는 '불투명'
입력 2019.04.05 07:00|수정 2019.04.11 16:37
    산업은행 고강도 자구안 제출 압박
    "비핵심 노선 정리, 자산매각으론 부족"
    국내 신평사 "추가적인 자본확충 방안 필요"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 하락 막는 게 최우선 과제
    유상증자 필요 하지만, 낮은 주가에 '고민'
    • 아시아나항공은 비핵심 노선을 정리하고 자산을 매각 해 현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등 모회사는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결국 자본확충, 즉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요구한 유상증자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액면가 이하로 추락한 주가는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주주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아시아나항공을 향한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박삼구 회장의 과거 그룹 경영 복귀를 언급하며 "아시아나항공의 어려움의 근본적인 배경은 지배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박삼구 회장을 향해 다시 돌아오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고강도 자구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 상태다. 산업은행은 회사가 내놓은 자구안을 바탕으로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 연장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아시아나항공이 내놓을 만한 자구안은 마땅치 않다.

      이미 지난해 금호사옥과 CJ대한통운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회사 지분은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이 유일하다. 지분 가치는 시가 기준 각각 1000억원 수준이다. 아시아나IDT는 아시아나항공의 IT 서비스를 지원하는 특성상 매각이 사실상 어렵다. 에어부산의 경우 대주주 지분의 보호예수 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당장 현금화 할 수 없다. 보유한 비상장 회사의 지분가치는 총 2200억원가량이다. 항공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회사들이 대다수다.

    •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초 85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재무구조 개선에 다소 숨통이 트이는 듯 했으나, 삼일회계법인의 '한정' 감사보고서가 발표되자 2차 발행이 사실상 중단됐다. 설사 영구채 발행을 다시 추진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논란을 비춰볼 때 영구채는 '자본'이 아닌 '부채'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조달비용이 증가하고 투자자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은 감수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영구채가 부채로 인식되면 부채비율은 급격히 높아진다. 경우에 따라 회사의 신용등급 하향 조건(트리거)에 해당할 수도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1000%를 넘을 경우, 현재 BBB-인 신용등급을 BB+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용등급이 BB+로 떨어지는 순간 1조1400억원가량의 자산유동화증권(ABS)과 2580억원의 은행 차입금, 8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등의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한다.

      모회사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이 기업가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보유현금도 1000억원이 채 되지 않아 아시아나항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긴 어렵다는 평가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 일가가 사재를 출연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박삼구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은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금호고속이 전부다. 오너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가치는 1500억원(+경영권 프리미엄) 수준이다. 금호고속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그룹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결국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재무구조 개선의 핵심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회사가 내놓은 유동성 확충 방안 외에 유상증자와 같은 대규모 신규 자본 유입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무보증 회사채와 ABS의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 등재한 한국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이 현재 신용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비영업 자산 및 계열사 지분매각, 영구채 발행 등을 뛰어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포함한 신규자금 조달 등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대규모 차입금 상환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신용등급 하락을 막는 것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사들이 요구한 유상증자가 유력한 선택지로 거론된다.

    •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 성사 가능성은 예단하긴 이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액면가(5000원) 이하다. 액면가 이하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기 위해선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출자 또는 지분율 희석을 감수해야 하는 금호석유화학의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6년 말에도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회사는 당시 1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항공기 리스부채를 상환하고, 항공기 임차료를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최종 507억원을 모집하는데 그쳤다. 최대주주인 금호산업만이 500억원을 출자했고, 2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과 당시 주요 임원진(김수천 現 고문·한창수 現 대표이사 등)은 모두 불참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고, 오너 일가가 사재를 출연하는 것도 상징적인 의미일 뿐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끝까지 지켜내려면 유의미한 자산의 매각과 주가 부양에 이은 유상증자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