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구조, 산은이 요구한 안전장치가 관건
입력 2019.04.16 07:00|수정 2019.04.15 18:52
    채권단 압박에 아시아나 매각 카드 꺼내
    매각 나서면서 드래그얼롱 의미는 줄어
    채권단, 매각 주도권·안전장치 확보 중요
    상표 사용권·급등한 주가도 고려할 문제
    •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즉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요구에 가까워졌지만 금호타이어 M&A 사태가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완전히 떨치긴 어렵다. 원활한 M&A를 위해서 매각 주도권을 확보하면서도 박삼구 회장의 관여를 막을 안전 장치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그룹은 15일 아시아나항공을 즉시 매각하겠다는 뜻을 담은 자구계획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지난 주 제출한 자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 카드를 꺼냈다.

      행여 산업은행이 매각을 주관하면서 출자전환 등으로 생기는 채권단 지분을 주력으로 매각할 경우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도 확실히 공동매각 할 수 있는 권리(Drag Along)도 부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서 박삼구 회장 일가 보유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하는 대신 50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공은 다시 채권단으로 넘어왔다. 이날 중 회의를 열어 자구안을 검토했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에서 산업은행과 채권단이 주도권을 갖는 방안이 논의됐다.

    • 산업은행은 그 동안 아시아나항공 전환사채(CB) 등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5000억원을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해 왔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세종 등이 일을 거든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금호산업이 제시한 드래그얼롱은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해 제시됐다. 채권단이 전환권 행사 등으로 갖게 될 주식과 금호산업 보유 아시아나항공 지분(33.5%)을 함께 매각해 자금을 회수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로선 그 의미가 줄었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드래그얼롱은 산업은행이 자금을 투입한 후 회수가 여의치 않을 경우를 대비해 마련한 장치지만 새 주인이 나타나서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고 지원 자금을 상환하게 되면 큰 의미 없는 권리”라며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매각이 무산됐을 때에나 다시 효력이 발생하게 되겠지만 잠재 인수후보는 많다”고 말했다.

      누가 매각을 주도할 것이냐도 중요한 쟁점이다. 산업은행 등은 이 부분에 있어 '자금지원'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매각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지휘와 권한을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자구안 대로라면 ‘3년간 해보고 안되면’ 그 때야 비로소 채권단이 주식으로 전환하고 드래그얼롱을 행사하는 권리가 생긴다. 수정 자구안에 따르면 일단 그룹이 매각을 추진하는 방식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그룹도 매각주관사 선정 등 절차를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산업은행으로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기존 안과 마찬가지로 매각 실패 후에야 채권단에 권리가 주어진다면 불확실성이 크다. 금호그룹이 일정을 차일 피일 늦추고,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날 거라거나 가격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등 문제를 제기하면 난항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직접 주관사 선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5000억원의 자금지원이 동반되어야 하는터라 이를 레버리지로 삼아 매각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방식인 셈이다. 채권단에 도움을 준 자문사들은 내심 매각 주관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는 인수자 협의 없이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 인수자의 시너지효과를 위해 바람직하지만, 매각하려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가치 유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계획대로라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를 노리던 사모펀드(PEF)들은 입맛만 다시게 될 상황이다.

      금호타이어 M&A 때 가장 발목을 잡은 것은 상표권 사용권리였다. 산업은행과 중국 더블스타는 장기간 사용권을 원했지만 금호산업이 1년 단위 계약을 주장하며 거래가 중단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상표권은 매각 여부와 무관하게 올 5월 1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금호산업이 소유하기로 하는 계약이 체결됐다. 매각 작업에 차질이 없도록 그룹이 미리 상표권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채권단 입장에선 금호타이어 때처럼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장기로 상표 사용권을 확보하거나 상표권을 무기로 거래를 흔들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아야 할 전망이다.

    • 다만 최근 급등한 주가도 큰 걸림돌이다.

      금호그룹은 구주 매출 및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M&A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호그룹 보유 지분은 며칠 새 3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뛰어 올랐다. 매각이 진행되고 유력 후보들의 이름이 하나 둘 거론되면 상승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인수후보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을 금호그룹과 단절하기 위해서라도 구주를 인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구주 가치가 높아지며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써야 할 돈이 줄어드는 것은 달갑지 않다. 상장사 증자는 주가에 연동되기 때문에 같은 금액을 아시아나항공에 집어 넣더라도 받아갈 주식수는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향후 산업은행이 드래그얼롱 권리를 행사해 매각에 나설 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매각이 무산된다면 잠시 주가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산업은행까지 나서면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산업은행 보유 지분에 금호산업 보유 지분을 묶어 팔면 인수자 부담은 더 커진다. 조단위를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다.

      산업은행의 아시아나항공 투자 협상이 얼마나 진전돼 있었느냐도 매각구조와 향방을 결정할 요인이다. 투자 조건이 확정된 것이 아니었다면 최근 급등한 주가에 따라 전화가액 결정 등 새 판을 짜야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