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쉬운 길 두고 멀리 돌아가려는 정부
입력 2019.04.26 07:00|수정 2019.04.30 18:09
    • 아시아나항공 매각. 단순하게 보면 이보다 단순할 수가 없다. 그런데 산업은행은 쉬운 길을 두고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회사 재무와 매각에 대한 핸들은 쥔 채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금호그룹과 산업은행의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 재체결 과정에서 박삼구 전 회장은 경영권을 포기를 선언했다. 박 전 회장은 3년의 시간을 달라고 했다. 진정성을 의심한 산업은행은 압박 기조를 풀지 않았고 금융위원장도 한 마디 덧붙였다. 버티던 박삼구 전 회장은 백기를 들었다. 이렇게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M&A시장에서 항공사 첫 매물이 됐다.

      문제는 매각 방식이다.

      인수자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인수하는 것과 동시에 1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인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아시아나항공의 과도한 부채를 지적하며 선제적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고 이를 위해 유상증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항공사 첫 M&A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 매각가격은 2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전망이다. 주가는 최근 하락하긴 했지만 한 달 전에 비해 인수 부담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2018년말 개별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내역 현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단기차입금 1200억원

       장기차입금 2580억원

       회사채 2280억원

       금융리스 1조4154억원

       운용리스 2조9481억원

       자산유동화증권(ABS) 1조1417억원"

      산업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하고는 있지만 작년까지 아시아나항공에 직접 빌려준 자금은 1560억원에 불과했다. 산업은행은 23일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매입에 5000억여원의 단기차입금 여신한도를 열어줬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된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이 들어 올 여지는 없다. 현 상황에서 지원 주체는 산업은행이다. 이번 조치로 산업은행은 최대 1조원을 빌려주게 돼 채권단 대표로서 진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산업은행이 매각을 앞두고 차입금 1조원을 출자 전환을 하거나 이를 인수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취지와 함께 매각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대대적으로 공표했듯이 매각에 박삼구 전 회장의 간섭을 절대 허용치 않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그렇게 되면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진다. 구주와 신주의 가격을 어떻게 책정하느냐다. 구주가 너무높게 평가 받게 되면 박삼구 전 회장이 가져갈 돈이 많아지지만 동시에 박삼구 전 회장이 밉다고 다른 금호산업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없다. 신주가 구주보다 낮게 책정되면 기존 아시아나항공 주주는 억울할 수 있다.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이 방식이면 예상했던 것보다 매각 협상이 길어질 수 있다.

      차입금 중 실상 채권단이 손을 댈 수 있는 것들은 장단기차입금과 회사채 정도다. 리스 부채는 리스 계약과 관련이 있어 마음대로 처리하기 어렵다. 항공업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인수자라면 학습 시간이 필요하다. ABS는 등급하향 트리거에 따른 조기상환 이슈만 없다면 큰 문제가 없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영업 활동으로 상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즉 이 모든 게 새로운 주인이 알아서 하면 될 일이다.

      이번 매각은 정부 구조조정 딜(Deal)이 아니다. 법인이 경영권이 포함된 회사 지분을 팔기로 했고 새로 주인이 될 법인이 이 지분을 시장 가격에 맞게 사들이면 된다. 매각 진행은 매각 주관사와 인수 주관사가 대리하면 된다.

      시장에선 이미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돈’이 될 딜이라는 점을 간파했다. 주관사가 되고 싶은 증권사들은 자기들이 자금을 지원하겠다며 줄을 섰다. 수요는 충분하고 이는 이번 매각이 시장 주도의 딜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산업은행이 진정 ‘국적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을 잘 경영할 새 주인을 찾기를 바란다면 시장에 맡겨야 한다. 지원한 자금과 그에 대한 이자까지 더해 회수를 하면 그만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앞서 진행했던 대우조선해양과는 전혀 다른 경우다.

      그런데 그렇게 되긴 어려워 보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남은 임기에 구조조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총대 메고 쉽지 않은 구조조정을 해결했다는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어느새 금호타이어, 대우조선해양, 동부제철은 이동걸 회장의 자랑스러운 ‘트로피’가 됐다. 아시아나항공도 그 트로피 대열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듯 하다. 금융위원장에 이어 이제는 경제부총리까지 나섰다. 구조와 시기, 방법, 평가까지 우리나라의 경제 수장이 장관 회의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로드맵을 규정지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정부 주도의 딜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정치적으로 활용될 여지가 커졌다. 이제 인수 측 부담도 만만치 않게 됐다. 단순히 가격 문제가 아니라 특혜 의혹이 따라다닐 수 있다. 언제나 그랬다. 정권이 바뀌면 정치적 딜, 정부 주도 딜은 되짚어 보게 된다. 결국 아래의 질문이 남게 된다.

      "이번 딜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차후에 발생할 문제들을 이번에는 누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