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에 뗐다 붙인 IT부문…이재현 CJ 회장의 '절묘'한 경영승계 타이밍
입력 2019.05.02 07:00|수정 2019.05.03 11:36
    올리브네트웍스 IT 부문, 지주 100% 자회사로 편입
    오너 3세 이선호, CJ㈜ 지분 2.8% 확보로 승계 포석
    과거엔 시스템즈 지분 증여로 주요주주에 오르기도
    CJ㈜ 주가 저점…주식교환 ‘타이밍’ 두고 논란 가능성
    • CJ그룹 오너 일가가 SI(시스템통합) 지분을 활용해 경영권 승계의 첫 걸음을 뗐다. CJ올리브네트웍스 IT(정보기술) 부문이 CJ㈜의 100% 자회사로 흡수되면서 그룹 3세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CJ㈜ 지분 2.8%를 확보하게 됐다. 그 전까진 이 부장이 CJ㈜ 주요주주에 포함되지 않았던 터라, 이번 지분 확보는 의미가 크다.

      CJ그룹에선 IT 부문을 신성장 사업으로 키우기 위함이라며 인적분할 및 주식교환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큰 그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한 결과적으로 잘 나가던 CJ올리브영을 활용해 오너 일가 지분가치만 올린 셈이라 일부 논란이 예상된다.

      ◇ 사업 시너지보단 승계 목적의 회사 구조 변경 ‘의심’

      CJ올리브네트웍스는 오는 11월1일 IT 부문 45%, 올리브영 부문 55%로 인적분할된다. IT 부문은 CJ㈜의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며 이에 따른 주식교환도 이뤄진다.

      CJ㈜는 기존에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55.01%를 가진 1대 주주다. CJ㈜가 IT 부문을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려면 CJ올리브네트웍스 주주가 소유하고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을 CJ㈜에 이전하고, 그 대가로 주식교환 대상 주주에게 CJ㈜의 자기주식을 교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CJ그룹이 구상한 CJ㈜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교환 비율은 1 대 0.5444487이다.

      시장에선 CJ㈜의 주가가 낮은 상황에서의 일어나는 주식교환을 두고 ‘타이밍’을 지적한다.

      CJ㈜의 교환가액은 지난 28일을 기산일로 한 ▲최근 1개월간(3월29일∼4월28일) 거래량 가중평균종가 ▲최근 1주일간(4월22일∼28일) 거래량 가중평균종가 ▲최근일(4월26일) 종가를 평균 낸 12만1450원으로 산정됐다. 2015년 30만원대, 2017년 20만원대에서 주가가 움직였던 것과 비교하면 CJ㈜의 주가는 현재가 저점이란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CJ㈜의 주식을 교부받는 CJ올리브네트웍스 주주에겐 이득이 될 수 있다.

      반면 CJ올리브네트웍스 입장에선 유리한 환경이다. 동종업계(Peer Group)로 분류되는 롯데정보통신과 현대오토에버 등의 SI업체 주가가 각각 5만원, 8만원 안팎에서 형성된 점이 이유로 꼽힌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교환가액은 비상장사라 규정에 따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각각 1과 1.5로 가중평균한 6만6123원으로 산정됐다. 동종업계 주가와 비교했을 때 주당 교환가격이 높지 않게 보일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CJ그룹이 IT 부문의 지분을 활용한 작업이 처음은 아니라는 것도 논란의 불씨를 제공할 수 있단 지적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전신은 CJ시스템즈로, 1995년 그룹 내 설립된 제일CnC가 2002년 사명을 바꾼 것이다. CJ시스템즈는 2014년 CJ올리브영과 합병되기 전엔 CJ㈜가 지분 66.32%를 가진 자회사였으며, 나머지 33.18%의 지분은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었다.

      이 회장은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이 합병하기 전날인 2014년 12월1일 장남인 이 부장에게 자신이 보유한 CJ시스템즈 지분 15.9%을 증여했다. 이로 인해 이 부장은 합병법인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1.3%를 확보해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승계를 목적으로 회사 구조 변경이 반복되다 보니 시장에선 CJ그룹의 회사 구조 변경 ‘의도’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이 합병할 당시 CJ 측이 ‘유통과 IT 역량을 통합해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유통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며 시너지를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CJ올리브영을 활용해 CJ시스템즈의 지분가치만 올린 셈”이라며 “이번엔 IT 부문을 신성장 사업군으로 키우기 위함이라며 분할 목적을 설명하고 있어 실효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 ◇ 오너 3세의 CJ㈜ 지분 확보 발판…이승화 상무, IT 부문 ‘키맨’으로 꼽혀

      당국의 ‘사익편취 규제(일감 몰아주기) 강화’로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오너 일가 지분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그간 시장의 중론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CJ그룹 내에서 기업공개(IPO) 등이 검토되기도 했으나, 증여세 상승 부담과 실적 문제로 성사되지 않았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이후에도 뚜렷한 ‘액션’이 없던 CJ그룹이 인적분할 및 주식교환을 해법으로 제시한 상황이라, 시장에선 자연스레 오너 일가의 지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장은 지분을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가 CJ㈜의 100% 완전자회사가 되면서, CJ㈜ 주식 약 80만주를 교환받게 된다. CJ㈜ 지분 2.8%를 확보하면서 경영권 승계 포석을 마련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경후 CJ ENM 상무 역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CJ㈜ 주식 30만8000여주로 교환받으면 현재 0.13%인 CJ㈜의 지분율이 1.2%로 늘어난다. 현재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은 CJ㈜가 55.01%, 이 부장이 17.97%, 이 상무가 6.91%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적분할 후 CJ㈜ 100% 자회사로 편입되는 IT 부문 키맨으로 이승화 CJ㈜ 기획실 상무를 꼽고 있다. 이 상무는 베인앤컴퍼니에서 7년간 일을 한 뒤 2014년에 CJ그룹으로 합류한 바 있다. CJ프레시웨이에서 신사업을 담당하던 이 상무가 지난해 10월 CJ㈜로 자리를 옮기면서 IT 부문과 관련된 이번 작업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무는 CJ그룹이 인적분할을 공시한 날 오후 5시에 열린 기업설명회(IR)에 배석하기도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 부장의 경우 과거엔 증여받은 SI 지분 덕에 CJ올리브네트웍스가 합병되자마자 주요주주가 됐고, 이번에도 단번에 CJ㈜의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된 상황”이라며 “CJ올리브영의 경우 지분 구조에 변화가 없어 CJ㈜와 오너 일가 등이 기존의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는데, 향후 올리브영도 IT법인처럼 CJ㈜ 의 100% 완전자회사가 된다면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카드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