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랜드 상장불발…창업주 일가 '옥상옥' 해결 못하면 매각 불가피?
입력 2019.05.02 07:00|수정 2019.05.03 11:35
    핵심 이사진, 지배회사 이사회 구성...이사 선임권 독점
    PEF 대주주 회사에서 드문 일...내부통제 미작동 원인인듯
    추후 재심사시 거래소 주목...KKR 약진통상 실패사례 반복?
    • 바디프랜드의 기업공개(IPO)는 가능할까. '창업주 일가→사모펀드ㆍ투자목적회사→바디프랜드'로 구성된 독특한 지배구조가 문제의 핵심으로 꼽힌다.

      바디프랜드는 이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상장심사 통과를 위한 견제장치들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결국 거래소가 '그 정도로는 어렵다'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상장 심사가 불발된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사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면서 이렇게 거래소가 미승인을 선언한 경우는 극히 드문데 지난 5년간 바디프랜드 포함, 단 3건에 그친다. 거래소는 바디프랜드 상장심사에 무려 5개월을 소요했다.

      해결 방안은 2가지로 요약된다. 지금의 회사 지배구조 원천을 뒤흔들거나,  아니면 더 많은 장치들을 도입해 거래소로부터 인정받는 정도다. 하지만 그간 바디프랜드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실질 오너'로 평가 받아온 조경희 회장-강웅철 이사의 지분ㆍ영향력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면 후자로 귀결되는데, 이런 노력이 향후 거래소와 시장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다만 시기적으로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현재 거래소는 3년전 삼성바이오 상장 특혜 의혹으로 압수수색까지 받았고, 향후 이재용 회장 재판에서나 검찰이 주도할  삼성바이오 조사 과정에서 매번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의혹의 핵심은 '오너 일가를 위해 거래소가 상장을 유도하고 규정까지 고쳐 특혜를 제공했다'인데 자칫 바디프랜드 IPO 상장심사에서 이 논란이 데자뷔를 일으킬 수 있다. 거래소로서는 자사 생존을 위해 민감할 수밖에 없을 상황이다.

      VIG파트너스 펀드와 이에 투자한 출자자(LP)들은 만일 IPO를 통한 회수가 어렵다면 결국 지분매각을 기다려야 할 상황이 된다. 과거 KKR이 약진통상을 인수후 IPO를 하려다 거의 비슷한 문제로 실패, 결국 매각으로 선회한 사례도 있다.

    •  ◆창업자(매각자) 사위가 펀드 주요 투자자(LP)구조…사익편취 정황 반복 지적 

      바디프랜드는 2015년 VIG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인수했다.  지분을 매각한 창업주 조경희 회장 등은 특수목적회사(SPC)인 BFH투자목적회사(현 BFH홀딩스)에 매각대금을 재투자해 바디프랜드 기준 36%의 지분을 확보했다.

      논란이 되어온 강웅철 총괄본부장은 조 회장의 사위로 과거 2004년부터 현주컴퓨터 대표에 취임하고 경영권을 인수했으나 이후 부도가 나면서 이에 대한 책임논란을 받았던 인물. 조 회장을 도와 회사경영에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는 오랫동안 조 회장·강 이사와 손발을 맞춰왔다. 강 이사가 현주컴퓨터를 경영하던 시절 최고재무책임자(CFO) 로 일했고, 바디프랜드에서도 조경희 대표 시절 CFO를 역임했다.

      회사 지배구조는 결국 사모펀드 투자목적회사→바디프랜드로 보이지만 실질은 기존 창업주 일가가 투자목적회사에 상당량의 자금(약 850억원 추정)을 댄 터라 창업주가 여전히 회사를 지배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경영권 매각 당시에도 '바이아웃딜'이 아니라 '최대 주주를 위한 자산유동화 거래'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스틱 등 일부 투자사는 인수 컨소시엄 참여를 포기했다. VIG파트너스와 함께 참여한 네오플럭스 역시 거래 실질에 대한 평가로 인해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진통을 거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운영을 위한 '이사회'들도 이들이 주력으로 참여해 있다. 우선 바디프랜드 이사회는  지난해 7월까지 박상현 대표ㆍ 강웅철 이사ㆍ그리고 안성욱 VIG파트너스 대표(기타비상무이사) 3인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들 3인은 고스란히 바디프랜드 지배회사인 BFH홀딩스의 유일한 3인의 이사(2019.4월말 기준)도 맡고 있다.

      그간 바디프랜드 측에서 강웅철 이사 등의 사내 영향력 등에 "영업부문에만 관여하고 있으며 실질 오너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사실상 '오너'로 보는 시각이 유지됐다.  '옥상옥'(屋上屋)의 형태로 창업주가 사모펀드를 통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였던 까닭이다.

      국내에서 사모펀드(PEF)가 경영권을 인수한 기업 가운데 이런 지배구조가 유지되는 경우 자체가 드물다. 아울러 여기에 상장을 준비했거나 상장한 기업은 예외없이 상위 지배회사의 이사회를 해당 사모펀드 운용사의 임직원이 확보했다. 최대주주 일가 및 기존 임원이 지배회사 이사회의 과반수를 차지한 경우는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비단 이사회 구성만으로는 문제 삼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지난 상장을 앞두고 강웅철 이사 등 창업주 일가의 회사 자산에 대한 사익 편취 의혹이 불거지면서 단순한 문제가 아니게 됐다.  2017년 바디프랜드의 미국 상표권을 회사 법인과 강웅철 이사의 공동 명의로 출원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상장하려면 지배구조 투명성 등 인정받아야…약진통상 사례 반복 가능성도 

      이런 논란이 이어지자 바디프랜드는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지적에 따라 지난 3월 사외이사를 추가 선임했다. 상법상 요건을 맞추기 위해 지난해 8월 선임한 사외이사까지 포함하면 사외이사는 총 2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사회 과반수에 미달할 뿐더러, 이들의 선임 및 해임권은 사실상 BFH홀딩스 이사회가 가지고 있다. 사외이사를 늘린다고 해서 이들이 기존에 경영권을 행사하던 이사들을 견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남아 있다.

      일례로 지난 2018년6월28일부터 다시 감사로 취임한 정진환 변호사의 경우. 법무법인 광장 출신 변호사인 그는 2013년부터 바디프랜드 감사를 맡았지만 논란이 됐던 강웅철 이사의 상표권 공동명의 출원 등의 사안을 견제하거나 전혀 막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사외이사인 문상기 씨의 경우. 이런 논란이 불거지면서 부랴부랴 상장 심사 기간 도중인 올해 3월말에 급하게 취임했다. 상장을 대비한 인선으로 평가받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 거래소는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 판단했다.

      현행 유가증권 상장규정은 질적 심사 요건으로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임직원으로 근무한다면 충실한 업무집행과 공정한 감시를 해하면 안된다 ▲지배회사로부터의 독립성이 인정돼야 한다 등을 제시하고 있다. 회사측으로서는 이 규정에 입각해 지배회사로부터의 독립성 인정 여부를 다시 증빙해야 하는데 창업주 일가가 지배회사와 회사 이사회에 동시에 참여한 현재 구조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경영권이 지금처럼 최대주주 일가 등 특정인에게 집중돼있는 상황에서는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 지금의 문제들이 해소됐다고 해서 상장을 승인했다가 또 다시 내부통제 이슈가 터지면 거래소에 배임 이슈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이 아직 펀드에 참여한 LP들에게 제대로 공유되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바디프랜드에 대해서는 LP로서 일반적인 보고를 받고 있다"며 "상장이 보류된 건 알고 있지만 큰 컨선(문제)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VIG파트너스를 비롯한 바디프랜드 투자회사들로서는 '대안'으로서 지분 매각을 검토해야 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일례로 과거 KKR이 인수한 약진통상 정도가 바디프랜드와 유사한 사례다. 창업주 일가가 KKR이 조성한 펀드에 매각대금 일부를 재투자했고, 지배회사와 사업회사에 최대주주 일가 2세인 조용로 대표가 이사로 참여해 경영권을 쥐었다. 하지만 역시 상장 과정에서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약진통상은 2016년 상장 추진 과정에서 지배회사 약진홀딩스와 사업회사 약진통상을 합병해 옥상옥 구조를 해소했다. 그럼에도 불구, 약진통상은 결국 상장을 포기했다. 지금은 다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매각을 진행하더라도 기존 창업주 일가로부터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을 전망이다.

      사모펀드(PEF)업계 관계자는 "개인 오너로부터 지분을 사서 회사를 경영할 때 가장 골치아픈 난제 중 하나가 기존 창업주의 '입김'을 얼마나 빠르게, 효율적으로 배제하고 독립성을 확보하느냐 여부"라며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결국 바이아웃 펀드로서의 실력을 입증한다고 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