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한진칼 경영권 분쟁 소송 노림수는?
입력 2019.06.07 07:00|수정 2019.06.11 09:17
    조사보고서 통해 한진칼 회사 업무·재산 파악 목적
    법원 명령으로 주주총회 소집도 가능
    •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과 한진에 대해 조사할 검사인을 선임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기자들에게 “KCGI는 한진칼의 대주주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지 이틀만이다.

      시장에선 KCGI의 소송 의도에 주목하고 있다. KCGI는 일단 업무와 재산 상태 조사가 목적일뿐 주주총회 소집 목적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취해질 조치는 달라질 수 있다. '조원태 회장에 칼을 겨눈 KCGI가 실력 행사에 나섰다', '한진그룹과 공방 2라운드가 시작됐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KCGI는 조원태 '회장' 선임과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퇴직금 지급의 적법성을 가려달라며 한진칼과 한진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검사인을 선임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KCGI 측은 조원태 회장 선임 과정에서 한진칼 정관 위배 사항이 의심된다고 주장한다. 4월24일 한진그룹은 조 회장이 대표이사와 회장에 선임됐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한진칼이 같은 날 발표한 공시에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고 적혀있을 뿐, 회장 선임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한진칼은 정관 34조를 통해 대표이사인 회장과 부회장 등의 선임은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 전 회장의 퇴직금 지급 과정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조 전 회장에게 400억원 규모의 퇴직급을 지급했고 위로금은 지급하지 않았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다른 계열사들은 퇴직금과 위로금 지급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조 전 회장이 임원을 겸직한 회사는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진칼, ㈜한진, 한국공항, 진에어 등 5개 상장사와 비상장사인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칼호텔네트워크 등 총 9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먼저 검사인을 선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겠고 밝혔다. 회사 관계인 진술을 청취하거나 신청인의 제출서류 검토를 통해 검사인을 선정하는 요건 여부를 먼저 확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이번 소송의 핵심은 상법 제467조다. 회사의 부정행위가 의심돼 KCGI측이 제시한 지적이 법원에서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지면 검사인은 조사보고서를 작성하게 되고 신청인은 이를 법적으로 열람할 수 있게 된다.

      서울지방법원 관계자는 “검사인이 조사 보고서 원본을 법원에 제출하면 사본 한 부를 신청인에게 주고 다른 한 부는 대표이사에게 교부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즉 KCGI는 소송을 제기한 한진칼과 한진의 업무 내용과 재산 사항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 주주총회가 소집될 수도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한진칼과 한진의 업무와 재산상태 조사가 목적일 뿐, 주주총회 소집 목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 467조 3항에 의하면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법원이 대표이사에게 주주총회 소집을 명할 수 있다. 강 대표의 의사와 상관 없이 법원이 필요성을 인정하면 한진칼과 한진의 주총이 열린다는 설명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주총이 열린다고 해도 조 회장 해임 안건은 특별 안건이라서 의결권의 66.7%를 넘겨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경영권 공격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지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원태 회장은 KCGI에 대해 대주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평가했지만 이번 소송을 허투루 볼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진칼에 대한 KCGI의 영향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이후 KCGI는 이 회사 주식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한진칼 지분을 14.98%에서 15.98%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 17.84%와 2%포인트 차도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