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기업, 적자사업 확장ㆍ오너 전횡에 주주들 제어 본격화될 듯
입력 2019.06.20 07:00|수정 2019.06.21 09:32
    골프·부동산·F&B 사업 적자로 본업에 타격
    불투명한 지배구조, 전횡적인 경영 수면 위로
    "불만 쌓여온 주주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할 것"
    • 엔터업계의 불투명한 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불확실성과 투자자들의 실망이 겹치면서 엔터업계의 주가는 날로 빠지는 추세다. 고속 성장세에 주주들은 엔터사들이 주주들의 의사에 반하는 행보를 보였어도 참아왔지만 이제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KB자산운용이 SM에 보내는 주주서한을 시작으로 엔터업계에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퍼질 것이란 전망이다.

      주주들은 엔터 업계의 경영에 불만을 가져왔던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고 입을 모은다. 상장된 연예 기획사 중 상당수는 본업과 거리가 먼 F&B, 의류, 부동산 등 사업 확장에 힘써왔다. 이런 자회사들의 성적은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 KB자산운용으로부터 주주서한을 받은 SM엔터테인먼트는 상장사 5곳과 비상장 29곳을 거느리고 있지만 이들 자회사들은 본업에 손실을 끼치고 있다. 일례로 SM엔터는 2008년 설립된 SM F&B는 지난 6년간 211억원 순적자를 기록해 완전자본잠식 상황에 빠졌다. 자회사들의 부진으로 SM엔터의 1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86억원이지만 자회사들의 실적이 반영된 영업이익은 28억원에 그치게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SM엔터는 여전히 F&B 사업 확장에 여념이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4월 자회사 SM라이프디자인그룹을 통해 멕시코 전문음식점 토마틸로코리아의 주식 전량을 15억원에 산 것이 그 예시다. 토마틸로코리아는 2008년 설립됐지만 수년간 적자를 기록해왔고 작년에도 4200만원 가량의 손실을 봤다.

      다른 엔터사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YG엔터테인먼트는 2014년 인수한 YG플러스를 통해 신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화장품ㆍ골프ㆍ외식 프랜차이즈ㆍ금융투자업 등에도 진출했다. 올해 1분기 역시 대부분 신사업에서 크게 적자를 봤고 YG푸즈의 경우 부채가 자산보다 많다. JYP엔터테인먼트도 2016년 12월 신발 브랜드 개발 업체인 제이지원 유한회사를 설립한 바 있다.

      금융업계 전문가는 “SM F&B 100% 자회사인 모아엘앤비 인터내셔널는 순전히 이수만 회장이 와인 애호가라는 이유로 세워졌다”며 “주인이 곧 회사 자체인 엔터업계에서 오너들이 멋대로 사업을 벌리고 지배구조를 불투명하게 만들어 왔기 때문에 주주들은 본업 외 다른 사업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엔터업계가 고속성장을 해왔고 인기 그룹이 나오기만 하면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기에 반발이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YG 사태로 엔터사들의 오너의 전횡으로 비춰지는 경영 방식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의 관행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속 성장에 큰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던 주주들이 간판 아티스트의 일탈로 주가가 폭락하자 엔터업계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계기로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엔터 업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KB자산운용은 ‘본연의 가치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주주서한에서 SM엔터의 핵심사업이 음악ㆍ광고ㆍ드라마이며 나머지 계열사들이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SM USA 산하의 자회사들과 에스엠에프앤비는 본업과 관련성이 없고, 현재까지 발생한 적자규모를 감안할 때 역량도 부족하다”며 “SM을 퇴사한 이수만 총괄의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한 사업이라는 사실은, 구태적인 기업문화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에 SM엔터는 주주서한에 대해 즉각적인 답변은 피했지만 사상 처음으로 배당을 검토하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엔터사들에게 주주환원책과 지배구조 투명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SM엔터 주식 5%를 보유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최근 JYP엔터의 주식을 204만주(5.75%)에서 248만주(6.99%)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관계자는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적극적인 주주행동주의를 예고한 만큼 주주권리 행사 여부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평가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도 SM엔터와 YG엔터에 각각 지분 8.18%, 5.66%를 들고 있다.

      다만, 행동주의 펀드는 보통 오너가 타깃인데 엔터사들은 수장이 곧 회사의 얼굴인 만큼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는 한진칼 사태와 다른 모양새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엔터를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KB자산운용의 경우 지주사와 이익충돌 문제로 SM엔터에 보내는 주주서한이 처음이자 마지막 주주권 행사가 될 수도 있지만 그동안 쌓여온 주주들의 불만들이 만만치 않은 만큼 변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