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오른 '마켓컬리'보다 물류기업 '팀프레시' 탐내는 SI들
입력 2019.06.25 07:00|수정 2019.06.26 09:32
    IPO보단 매각 가능성 높아…FI들 엑시트 고민
    최근 마켓컬리 기업가치 3000억원대로 평가
    가성비 고려했을 때 마켓컬리보단 팀프레시 우위
    마켓컬리 출신 대표…새벽배송 노하우 높이 평가
    • 온라인 신선식품 경쟁이 과열되는 가운데 최대 화제는 여전히 '마켓컬리'지만 유통업계와 투자업계에선 ‘팀프레시’가 주목을 받고 있다. 팀프레시는 마켓컬리의 등 다수 신유통 회사들의 '신선식품' 배송을 담당하는 회사다.

      그간 마켓컬리는 수차례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시장에서 거론됐다. 마켓컬리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에 IPO를 포함한 여러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대표가 투자 유치와 사업 확장 의지가 더 크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해외 투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몇몇 FI들이 태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통한 지분 매각으로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고민하면서 ‘마켓컬리 매각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인터뷰 또는 방송 프로그램 출연 등 언론 노출이 잦아지면서 매각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시각도 일부 있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선 이미 ‘매각 적기를 놓쳤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마켓컬리의 기업가치는 한 때 6000억원 수준까지 평가받았으나 최근 시장에서는 3000억원대로 평가하고 있다. 유통 대기업들이 새벽배송 사업을 영위하면서 마켓컬리의 국내 시장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커지고 있어서다.

      2018년 기준 한국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4000억여원으로, 마켓컬리의 매출액이 1571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시장점유율은(M/S) 39.2% 수준이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 규모가 2015년 대비 40배 증가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지만, 전체 시장 규모와 맞먹는 자금을 들여 마켓컬리를 인수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의 매출은 성장세지만 설립 이후 적자가 지속되면서 ‘쿠팡’과 비교되는 상황”이라며 “마켓컬리의 누적적자는 2017년까지 약 266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해외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원매자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신선식품 배송에 관심이 있는 SI들 입장에선 오히려 마켓컬리보단 팀프레시를 눈여겨본다는 분석이다. 마켓컬리의 핵심 가치가 ‘새벽배송’인 만큼 월 매출 20억원 안팎의 ‘팀프레시’를 인수하는 게 가격 측면에서 ‘이득’이라는 평가다.

      팀프레시는 콜드체인 전문 물류기업으로 마켓컬리에서 로지스틱스 리더를 담당하던 이성일 대표가 독립해 작년에 설립했다. 주요 사업은 새벽배송과 냉장배송 대행 서비스다.

      마켓컬리의 배송차량은 약 600여대로 이 중에서 500~510여명이 지입차주가, 나머지는 마켓컬리 소속직원으로 구성된다. 마켓컬리의 신선식품 배송 상당 부분을 팀프레시가 맡고 있는 상황이라, 상품 구성 등의 아이디어를 제외한 마켓컬리의 성공 노하우 상당 부분은 곧 ‘팀프레시’라는 게 시장의 진단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팀프레시는 지난 1월 기준 일일 220~270대의 영업용 냉장차량을 운영 중이며 고객사는 40여개 수준이다. 20%는 직접 구매한 차량으로, 나머지 80%는 개인 기사와 계약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물류 인프라로는 냉장·냉동 면적 2000평 규모의 물류센터와 150여대에 달하는 냉장탑차를 확보하고 있다.

      이마트와 쿠팡 등이 신선식품 물류를 직접 하고 있지만, 배송에 필요한 냉장·냉동 지입차 등은 아웃소싱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쿠팡의 경우 쿠팡맨과 쿠팡플렉스를 통해 신선식품 등을 배송하는 상황이다. 이마트를 포함한 대기업들도 직접 모든 지입차를 보유하고 운영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지입차주와 계약을 맺어 배송을 하는 상황이다.

      국내 신선식품 배송은 아직 초기 단계다. 완전한 신선식품 풀필먼트를 직접 만들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 투입이 더 필요하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직접 냉동탑차를 구매하기보단 팀프레시를 이용하는 게 비용 관리에 유리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팀프레시와 같은 콜드체인 풀필먼트 업체가 내재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 SI들이 주목하고 있다”며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의 성장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분위기라 팀프레시의 고객사들이 곧 향후 원매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