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S'가 뭐길래...SK디스커버리 지주체제 완성 '조커 카드'
입력 2019.06.26 07:00|수정 2019.06.27 09:40
    TRS와 달리 법적 소유권 분쟁 여지 적어
    미래에셋대우가 제안...PI 투자하고 셀다운 주관도
    투자자, 무위험 고정 수익+배당 수익 5~6% 기대
    • SK디스커버리가 매각 시한이 6개월 남은 SK건설 지분을 주가수익스왑(Price Return Swap;PRS) 방식으로 매각했다. 기업공개(IPO) 구주매출도, 사모펀드(PEF)로 매각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선택한 해결책이다.

      진성 매각 여부에 대해 논란이 많은 총수익스왑(TRS)와는 달리, PRS는 소유권에 대한 법적 분쟁의 소지가 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 해소로 인정한다면 향후 비슷한 구조의 거래에서 PRS가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PRS는 해당 주식을 매각했을때 그 차액을 원 소유자가 정산한다는 점에서는 TRS와 비슷하다.

      이번 거래에서 SK건설 주식(보통주)은 1주당 3만3730원에 매각됐다. 향후 투자자가 주식을 매각할 때, 손해를 보면 SK디스커버리가 물어주고 이득을 보면 SK디스커버리가 가져간다. SK건설은 현재 비상장사로 그룹의 상장 순번에 따라 2021년 이후 국내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번 매각가격으로 환산한 SK건설의 기업가치는 1조1900억여원이다. SK건설의 연간 순이익과 수주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장 시점인 2년 후 가치는 1조5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20% 안팎의 차익이 예상되는 상장 전 투자(Pre-IPO)인 셈이다.

      투자자는 상장 차익을 포기하는 대신 고정 수익을 약속받았다. 주가 정산 파생계약에 따른 수수료로 고정된 차익(yield)을 가져간다. SK디스커버리는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재 SK건설 주요 우선주의 우선배당률이 3.6%인 점을 감안하면 4% 안팎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배당 수익을 추가로 기대할 수 있다. SK건설은 지난해 처음으로 보통주에도 배당을 진행했다. 이전까지는 사실상 회사채와 다름없는 우선주 배당만 진행해왔다. 이번 배당금(주당 600원)으로 환산한 예상 시가수익률은 1.8%다. SK건설은 앞으로도 가급적 보통주 배당을 진행할 방침이다.

      배당을 합치면 이번 SK건설 지분 인수에 참여한 투자자는 최소 향후 2년간 연 5~6%의 무위험 고정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이는 PRS와 TRS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별점이기도 하다.

      TRS는 지분을 매각하고 난 뒤에도 매각자가 정산 수익은 물론, 의결권과 배당에 대한 권리를 보유한다. 이 때문에 파킹딜(parking deal)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PRS는 매각 시점의 수익만 주주간 파생계약을 통해 정산한다.

      PRS는 지난해 8월 두산중공업의 두산밥캣 지분 매각 때 사용된 방식이기도 하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두산밥캣 지분 10%를 국내외 기관에 매각하며 '진성 매각'임을 강조했다. 자사는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만을 부담할 뿐이라는 논리였다.

      SK디스커버리는 올해 12월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 만료를 앞두고 SK건설 지분 처분 방안을 고민해왔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하반기 상장 준비를 시작해 올해 상반기 공모 과정에서 구주 매출로 처분했으면 됐지만, 라오스댐 붕괴 사고가 발목을 잡았다.

      SK건설 상장이 무기한 연기되며 PEF 등을 접촉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비상장주식의 특성상 SK㈜를 포함하는 3자 주주간 계약이 불가피한 구조였기 때문이다. SK㈜로선 계열을 분리한 SK디스커버리를 위해 그렇게까지 부담을 짊어질 이유가 없었다.

      뚜렷한 타개책이 없는 상황에서 공정위에 처분 기한 2년 연장을 신청하는 방안까지 거론됐지만, 미래에셋대우가 PRS구조를 제안하며 기류가 바뀌었다. 가급적 연내 SK건설 지분을 처분하고, 1년 내 돌아오는 180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하고 싶었던 SK디스커버리는 이를 받아들였다.

      미래에셋대우는 연기금 등 국내외 투자자를 유치해 SK건설 지분을 매각하는 거래를 주관했다. 일부 물량에 대해선 자기자본투자(PI)도 집행했다. 이번 거래는 전통 IB 및 대기업 솔루션을 담당하는 IB1부문에서 주도했다.

      남은 이슈는 공정위가 이를 진성 매각으로 받아들일지 여부다. SK디스커버리와 미래에셋대우에서 이미 법적 검토를 진행했지만, 공정위가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금융권에서는 공정위가 이에 대해 판단할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 해소에 PRS가 활용된 건 첫 사례다. 두산그룹은 앞서 2015년 지주회사 체제에서 벗어났다. 앞으로 비슷한 구조에서 PRS가 쓰일 수 있을지 없을지를 가를 '시금석'이라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종의 '선례'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신중을 기해 심사할 것 같다"며 "대기업·중견기업 지배구조 솔루션을 주요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증권사들이 이번 거래의 구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