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적자 우려·혁신주는 뒷걸음...SW 投心 '악화일로'
입력 2019.06.27 07:00|수정 2019.06.28 09:47
    2017년 이후 성장업종 주목받으며 고공 행진
    정작 뚜껑 열어보니 실적 꺾이며 거품도 와르르
    사업특례 1호 플리토, 한화시스템 등 영향 관심
    • 철옹성같았던 네이버가 올해 2분기 사상 첫 분기 적자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카카오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났다. 혁신기업의 대명사로 통했던 카페24는 고점 대비 주가가 75% 폭락하며 2년 전 공모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증권사들은 상장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게임회사들을 되돌려보내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인터넷소프트웨어(SW)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장업종으로 2017년 바이오와 함께 증시를 쌍끌이했지만, 이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놓으며 '거품'이 빠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시스템통합(SI) 등 관련 업종으로 퍼지며 사업특례상장 1호 플리토나 한화시스템(옛 한화S&C) 등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국내 대표적인 SW업종 관련 지수인 코스닥 IT SW&SVC 지수는 지난해 초 고점 대비 한때 35%나 급락했다. 네이버·카카오 등이 포함된 KRX커뮤니케이션서비스 지수는 2018년 이후 18.7% 하락했다. 올해 연초 이후 코스피는 반등에 성공했지만, KRX커뮤니케이션서비스 지수는 제자리 걸음 중이다.

      이는 업종 대표 기업들의 실적이 꺾이며 주가 역시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SW업종은 대표적인 성장업종으로 4차산업혁명의 수혜도 기대됐다. 하지만 성장기업이 성장을 하지 못하니 투자자들이 주식을 앞다퉈 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지난 18일 2015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10만원대 주가(장중 한때 10만6500원)를 기록했다. 20만원을 넘보던 게 불과 지난해 초의 일이다. 올해 2분기 처음으로 분기 영업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배경이었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은 수천억원의 마케팅비를 집행하면서도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이해진 창업자가 정부의 포용성장 동참 요구에 대해 "기업에 규제가 과하다"며 날을 세운 것도 투자업계에선 리스크 요인으로 보고 있다. 댓글조작 등 정치적 약점이 여전히 남은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 규제를 추진한다면 실적 악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언급되는 까닭이다.

      지난해 가장 뜨거운 혁신기업 중 하나였던 카페24는 불과 1년 전에 비해 주가가 4분의 1토막이 났다. 지난달 13일에는 하루만에 21%나 떨어졌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기 대비 63%, 전년동기 대비 36% 떨어지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지난 2013년~2014년 증시를 주도했던 게임업종 역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규제 완화는커녕 신규 규제 도입이 추가로 논의되고 있고, 기대했던 중국 시장은 여전히 빗장이 잠겨있다. 중국은 최근 외국산 게임에 대해 판호 발급을 재개했지만, 국내 기업의 게임은 여전히 단 한 건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판호가 발급된 외국게임 23종 중 절반이 일본산 게임이었다.

      상장문도 닫히고 있다.최근 미래에셋대우를 대표주관사로 선정한 스마일게이트RPG는 유일한 수익원인 PC용 온라인게임 '로스트아크'의 이용자수가 급감하며 상장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 외에도 복수의 중소형 게임사들이 개발자금 조달을 위해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실무자는 "게임회사가 미팅 요청을 하면 어떻게 거절을 해야 불편해지지 않을까 고민부터 한다"며 "2017년 이후 게임회사를 비롯해 많은 SW회사가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를 감지하고 상장이나 자금조달에 나섰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뒤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반전을 꾀할만한 이렇다할 카드가 없는 까닭이다. 다만 최근 증시에 이렇다할 주도주가 없는만큼, 눈에 띄는 주가 추이나 실적을 내놓은 기업이 몇 곳 나온다면 다시 흐름을 탈 수도 있을 거라는 분석이다.

      당장 내달 초 IPO를 진행하는 '플리토'의 공모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플리토는 번역 솔루션 제공업체로 기술이 아닌, 사업구조의 혁신성을 평가받은 '사업특례 상장' 1호 기업이다. 플리토는 지난해 상반기 SW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을 때 '제 2의 카페24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으며 상장 준비에 착수했었다.

      당시의 우호적인 시장환경에 플리토 외에도 십여 곳의 SW업체가 상장을 준비했다. 현재 상장 예비심사가 진행 중인 20여곳의 기업 중 5곳의 SW관련업체다. 플리토의 공모 결과에 따라 이들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사 주식자본시장 담당 "한화시스템의 경우 승계 및그룹 지배구조와 연결된다는 차별점이 있긴 하지만, 지나치게 눈높이를 높였다간 공모가 힘들어질 수 있다"며 "연내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데 사실 올해는 SI업체가 상장하기 쉽지 않은 시장 환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