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반면교사 삼은 롯데리츠…공모 리츠시장 문열까
입력 2019.07.15 07:00|수정 2019.07.16 09:13
    홈플러스리츠 실패 교훈 삼아 공모구조 짜고 있어
    공모 규모 작고, 점포 및 지역 다변화에 신경써
    유통업 전망 안 좋은 점은 투자자 모집에 부정적 요인
    롯데쇼핑, 온라인 채널 강화 위해선 리츠 상장 성공이 열쇠
    • 롯데쇼핑이 백화점, 할인점 자산을 기초로 한' 롯데리츠' 상장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신한알파리츠, 이리츠코크렙이 상장되긴 했지만 모두 1000억원 수준의 스몰 딜 이었다. 롯데리츠는 홈플러스 리츠 무산 이후 나온 대형 리츠 상장이란 점에서 성공여부에 따라 향후 나올 리츠 상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전망이다. 롯데쇼핑으로선 사업구조 전환을 위한 실탄 마련이란 차원에서 리츠 상장 성공에 회사의 미래가 달렸다.

      11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츠가 10월 상장을 목표로 신용등급 평가를 받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자산가치 1조 5000억원 수준으로, 3000억~5000억원 정도의 공모규모로 상장이 진행될 예정이다. 롯데 강남백화점 현물 출자를 시작으로 할인점, 아울렛 등 다양한 자산이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연간 목표 배당수익률은 7% 수준 안팎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상장주관은 HSBC증권과 노무라, 한국투자증권이 맡고 있다.

    • ◇공모 규모 작게 가져가고, 편입 자산 다변화에 신경 써

      시장의 관심은 롯데리츠의 성공여부다.

      연초 홈플러스 리츠 상장이 실패한 바 있다. 홈플러스 매장 51곳을 기초자산(자산규모 4조3000억원)을 상장하려고 했으나 외국인에 배정한 물량에서 수요예측 미달이 나면서 전면 철회된 바 있다. 리츠(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부동산 및 부동산 관련 증권에 투자하고, 거기서 나오는 임대료 등 운용수익을 배당하는 안정적인 상품이지만 ▲국내 공모리츠 시장이 생소한 데다가 ▲유통업에 대한 부진한 전망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갖고 있다는 점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롯데리츠는 홈플러스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공모구조를 짜고 있다.

      가장 차별화된 점은 공모 규모다. 홈플러스 리츠가 2조원에 이르는 물량을 공모한 데 반해 롯데리츠는 공모규모를 3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작게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정확한 공모규모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조 단위 공모는 아직까지 국내에선 부담스럽다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라 이를 감안해 진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편입자산과 지역 안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3월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롯데쇼핑이 현물 출자한 롯데백화점 강남점(4249억원)을 비롯해 롯데백화점 구리점, 광주점, 창원점, 그리고 롯데아울렛 대구율하점, 청주점, 롯데마트는 의왕점, 김해점 등이 편입예정이다. 롯데 측에선 확정된 사항은 아니란 입장이지만 업종 및 지역 다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한 지역에 편입자산이 몰려 있는 곳보단 업종과 지역이 다양한 것이 투자시 리스크 분배 효과는 클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감정가 기준 편입 대상 자산의 수도권 비중은 49.7% 수준이며, 광역시 20.6%, 지방 29.7%로 자산이 분포되어 있다”라며 “감정가 기준 53.2%의 편입대상 자산이 최근 4년(2016년 이후) 이내 대규모 리뉴얼을 통해 부동산가치가 제고되었으며 나머지 부동산도 주기적인 보수, 수선을 통해 양호한 상태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 밸류에이션 매력도 고민 중이다. 공모리츠의 밸류에이션은 결국 안정적으로 얼마의 배당수익을 안겨주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해 6월 상장한 이리츠코크렙은 이랜드그룹이 보유한 매장 3곳(뉴코아아울렛 일산, 평촌, 야탑점)을 기초자산으로 이랜드리테일이 15년간 고정임대료로 책임 임차를 보장했다. 이랜드리테일이 투자자에게 약속한 배당수익이 7% 수준이었다.

      롯데리츠도 이와 유사한 구조가 될 전망이다. 롯데리츠 자산으로 편입한 롯데백화점에 대해 롯데쇼핑은 11년간 책임임대차계약을 맺었으며, 연 1.5% 고정 임대료 인상 계획을 체결했다. 다른 편입자산들도 이와 유사한 구조로 임대차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장된 이리츠코크렙, 신한알파리츠가 연 7%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유사한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리츠의 경우 목표 배당수익률 밴드상단이 7% 수준이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리츠가 배당수익률 매력이 다른 리츠공모에 비해 덜했다는 점에서, 롯데리츠는 이를 감안해 목표 배당수익률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최근에는 금리마저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 매력도가 높아진 측면이 있다”리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공모리츠 시장의 분위기마저 좋다. 공모가 5000원에 상장한 신한알파리츠는 최근 주가가 7000원을 넘어섰다. 상장 직후 부진한 주가를 보였던 이리츠코크렙 역시 마찬가지로 올해 우상향의 주가흐름이 이어진다. 저금리 기조가 강해지고, 한-일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부동산을 기반으로 하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리츠 시장의 매력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홈플러스 리츠가 갖고 있던 숙제들은 여전히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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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무는 오프라인 유통시장...지방 점포 부실화 우려 속 중장기 전망 부정적

      공모구조를 작게 가져가고, 저금리로 수익률 메리트가 높아졌다고는 하나 궁극적으로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침체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리츠시장이 발달해온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집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슬리퍼 상권’을 제외하고는 대형마트의 폐점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롯데리츠가 편입할 지방점포들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여전하다.

      리츠의 특성상 안정적인 배당을 주기 위해선 편입자산의 운영수익이 중요한데 실적이 안 좋은 지방점포들이 포함될 경우 리츠 전체의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한 리츠업계 관계자는 “롯데마트 지방점포 같은 경우 수익이 안 좋아서 마땅히 사갈 곳도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라며 “롯데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리츠를 설립한다는 점에서 우량 지점만으로 포트폴리오를 채우긴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유통시장의 변화가 발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홈플러스 리츠 상장 때에도 편입자산의 지속적인 운영가능성이 다각도로 검토됐다. 그때보다도 오프라인 유통업이 꺾이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리츠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장기투자 성향이 강해 유통업 부진은 중장기적으로 자산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한 부동산 운용사 관계자는 “CBRE 등 부동산 컨설팅 업체가 밸류에이션을 담당하고 거기서 나온 밸류에이션을 기반으로 매장을 폐쇄할지를 결정한다”라며 “국내에서 운영을 지속할 곳보다 폐쇄하는 게 낫다는 오프라인 점포가 많아지고 있는 점은 장기 투자자에게는 고민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으로선 이번 리츠 상장이 중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가 사모펀드와 손잡고 온라인 유통시장 강화에 나선 것과 마찬가지로 롯데쇼핑은 부동산 유동화를 통해 향후 온라인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리츠가 성공적으로 상장해야 향후 사업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오프라인에 집중된 자산을 온라인으로 이전시킬 수 있다. 나아가 아직 초기인 국내 공모 리츠시장을 해외에도 알릴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해외 부동산 운용사 관계자는 “대규모 공모리츠 성공을 위해선 해외투자자 유치가 필수적이다”라며 “롯데리츠가 해외투자자에게 국내 공모리츠 시장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