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방어주로 주목받는 현대차그룹…"1년만에 달라졌다"
입력 2019.07.18 07:00|수정 2019.07.19 09:49
    현대차 주요 계열사, 5대 그룹 중 수익률 1위
    기저효과에 신차 및 라인업 기대감 더해져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될 글로비스, 外人 지분율 대거 확대
    “장미빛 전망에도…대외 변수 고려한 신중한 투자” 지적도
    • 현대자동차 그룹을 바라보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시선이 다소 달라졌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판매부진과 해결되지 않은 대외 변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면, 최근엔 회복세에 초점을 맞추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수년간 내리막을 걸었던 실적에 대한 기저효과도 분명 있겠지만 일단 ▲신차 판매에 대한 기대감 ▲미래차 투자에 대한 성과 ▲이에 따른 실적 회복세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코스피와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시장을 대거 이탈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급등한 원-달러 환율,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 등 다소 불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된 탓이다. 이는 주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지난해 같은기간 2300선을 유지하던 코스피는 지난달 2000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엔 일본이 핵심 소재 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회복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이 가운데 현대차 그룹주의 주가 수익률은 5대그룹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10만원 이하로 떨어지며, 10년 새 최저치를 기록하던 현대차 주가는 7월 현재 15만원 선까지 근접했다. 현대모비스와 기아차, 현대글로비스 등 주요 계열사의 주가흐름도 현대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 반도체와 정유화학, 건설·조선·바이오 등 주요 섹터에 분포한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했고, 사업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은 탓에 기관들의 투자처가 마땅치 않았다는 점도 현대차그룹엔 호재로 작용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 담당자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포트폴리오 중에서 비중을 늘릴만한 섹터를 도저히 찾을 수 없다”며 “현대차의 실적이 워낙 부진하기도 했고, 주가도 역대 최저점에 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더 눈에 띈다.

      앞으로 진행될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는 오너일가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부회장이 승계에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얼마 되지 않다보니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 상승과 이에따른 대규모 자금마련은 반드시 수반돼야 할 작업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초 온라인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었고, 차 부품 포장 기술을 높이기 위한 ‘포장 실험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등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투자자와의 접촉도 크게 늘리며 IR활동도 전례없이 늘어났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현대차 그룹주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거 이탈하는 것과 반대로 외국인 지분율은 연초 32%에서 현재 36%까지 늘었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의 경우엔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맡게 될 역할에 외국인들이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 상황에서 지난해와 유사한 지배구조개편 작업이 진행된다면 다소 수월히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국내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분석 리포트들도 색채가 변하는 모습이다. 한때 실적부진과 낮은 영업이익률의 고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면, 현재는 신차 출시 및 라인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주주친화정책 및 그룹 내 위상 강화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도 하다.

      국내 증권사 현대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현대차의 팰리세이드가 내수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고, 기아차는 텔루라이드가 미국시장에서 판매가 잘되고 있어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 주식 모두 할증거래가 이뤄지는 중이다”며 “신차반응 호조와 함께 라인업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수 반영돼 있다”고 했다.

      물론 현대차의 실적이 예년 수준을 완벽히 회복한 것은 아직 아니다. 2%에 머물러있는 영업이익률이 올 상반기엔 4%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만, 변수가 산적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란 의견도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실적이 회복세에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은 현대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에 부담이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따른 여파가 어떻게 미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 발 판매 위기를 또 한번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