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오너가 고민해결사 스틱, 한화시스템 상장 주도권 쥐었다
입력 2019.07.31 07:00|수정 2019.08.01 09:58
    관계자들 "통상적인 IPO 앞둔 SI-FI 관계와 달라"
    시점·조건 끝까지 좌지우지한 PEF
    한화S&C 일감몰아주기 해결사 스틱…오너가 3남 도우미 역할
    "최소 2배 수익"…상장 앞두고 '영업정지' 리스크도
    • 한화그룹 대주주 일가 승계 과정의 사실상 마지막 관문으로 꼽히는 한화시스템 기업공개(IPO)가 가시화하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를 비롯한 기존 재무적투자자(FI)들도 일정 합의를 마치고 연내 상장을 목표로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다.

      통상적인 상장을 통한 투자회수 과정에서 보였던 대기업과 FI간 긴장 관계와 달리 이번 거래에선 의사결정의 주도권이 오히려 FI에 있는 점이 시장에서 회자되고 있다. 한화그룹 대주주 일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에서 벗어나게 협조한 ‘보은’ 차원의 거래라는 해석이다. 다만 최근 들어 한화시스템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안이 본격화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무관하게 상장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과 스틱을 비롯한 FI들은 오는 11월 상장을 목표로 제반 작업에 돌입했다. 회사도 연내 상장과 관련한 이사회 보고를 마치고 이르면 내달 상장예심 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론 FI가 헬리오스에스앤씨를 통해 보유한 지분(32.61%)을 먼저 시장에 매각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52.91%) 및 대주주 일가 개인회사 에이치솔루션(14.48%) 지분은 당분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 업계에선 한화그룹 측과 FI 간 의사결정 방식을 놓고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스틱 측이 상장 일정 및 조건 조율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보호예수 기간을 짧게 설정할 것을 요구하는 등 FI 측의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고 있고, 한화그룹이 별다른 견제를 보이지 않으면서다. 향후 자금 소요가 산적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보유 지분 일부를 팔아야 할 필요성이 크지만, 내부에선 투자자들의 회수가 우선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대부분 IPO 과정에서 회사가 유리한 위치다 보니 FI들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들이 많은데도 소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오히려 배려해주라는 얘기가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간 대기업과 PEF를 비롯한 FI들의 갈등 중 대다수는 상장 과정에서 불거졌다. 주로 의사결정권을 SI들이 쥐다보니 ‘협조 의무’에 소흘했다는 이유가 거론됐다. 과거 LG실트론 상장 과정에서 LG그룹과 보고펀드 간 갈등에서부터 현재 진행중인 두산그룹과 IMM PE간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과 FI들의 갈등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엔 의사결정의 주도권이 정반대로 FI에 주어진 셈이다.

      이를 두고 한화시스템의 입장과 그룹의 입장이 다른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간 한화시스템은 그룹 내에서도 가장 안정적 먹거리를 꾸려온 회사 중 하나로 꼽혀왔다. 소프트웨어 위주 사업을 꾸리다보니, 매년 전술체계 변화에 따라 수주량이 흔들리는 타 방산계열사들과 달리 실적 변동성이 적었다. 오히려 한화시스템의 단독 상장도 시기의 문제일 뿐 시장에선 충분히 가능한 상황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반대로 한화S&C의 경우엔 매출 대부분을 그룹을 통해서 얻는 시스템통합(SI)업의 한계에 고스란히 직면했다. 당시 공정위가 대기업 내 SI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 감독 강화를 천명하면서 그룹 일감 비중을 줄여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도 놓여있었다. 두 회사간 사업상 시너지도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화시스템 입장에선 갑작스런 합병 결정으로 한화S&C를 떠안는 꼴이 된 셈이다.

      반면 한화그룹, 정확히는 대주주 일가 3형제 입장에선 한화S&C(現 에이치솔루션)의 안정적인 처리 방안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이를 해결해 준 곳이 스틱이다.

      이는 FI가 한화S&C에 첫 투자를 결정한 지난 2017년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당시 김동관, 김동선, 김동원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해 사실상 개인회사로 운영된 한화S&C는 공정위의 첫 타깃으로 지목됐다. 한화그룹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화S&C의 분할 카드를 꺼냈고, 분할회사인 IT사업부문의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 당시 스틱 측은 약 2500억원을 투자해 한화S&C 지분 44.64%을 확보했다. 이후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이 합병하며 스틱은 합병법인 한화시스템 지분 21%를 보유하게 됐고, 지분 11.5%를 930억원에 추가 인수해 현재 지분(32%)을 보유했다.

      현재 상장주관사 및 한화그룹에서는 회사의 기업가치를 2조~3조원 수준으로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총 3400억원을 투입해 지분 약 32%를 확보한 스틱은 최소 두 배 이상 차익을 거두게 되는 셈이다.

      투자유치 당시 한화그룹과 네트워킹을 쌓을 수 있는 기회다보니 복수의 국내외 PEF들이 참여했지만 정작 투자까지는 난관이 많았다. 규제 당국의 칼날이 직접적으로 향한 데다 한화S&C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로 승계 자금을 마련해 온 오너일가의 ‘회수’ 과정을 도왔다는 평판 문제가 거론됐다. 이런 리스크 때문에 당시 참여한 CVC캐피탈 등 일부 외국계 PEF는 투자심의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잡음에도 불구하고 스틱이 최종적으로 투자를 결정하면서 한화그룹은 회사 분할과 투자유치를 마무리해 지분율을 위법 수준(20%) 이하로 낮췄고, 명분도 마련했다. 스틱도 이로 인한 후폭풍을 겪기도 했다. 지난 4월 국민연금이 스틱을 위탁운용사로 선정한 데 대해 경제개혁연대가 “국민연금은 대기업과 재벌 총수일가가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논란에 서기도 했다.

      스틱을 비롯한 FI 관계자들은 이번 투자로 최소 2배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는 눈치다. 상장을 앞두고 ‘4차산업혁명’ 등 테마를 만드는 데 열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에어택시’ 테마를 앞세워 개인용 항공기(PAV) 선도업체인 미국의 ‘K4 에어로노틱스’에 약 295억원을 투자한 점도 일환으로 해석된다.

      정작 상장 과정에서 우려했던 ‘갑질 논란’이 불거진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공정위는 한화시스템이 상습적으로 하도급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및 공공기관 입찰 참가 제한을 정부 관계 부처에 요청했다. 과거 방산사업을 담당한 한화시스템이 아닌 한화S&C의 SI사업의 리스크가 드러난 셈이지만, 결과적으로 합병 회사 전체가 타격을 입게 됐다.

      다만 회사 측은 “향후 법적인 절차를 통해 당사의 입장을 밝혀 나갈 예정”이라며 “문제된 사업 자체가 전체 매출에 1%도 안되는 사업으로 상장 과정에선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