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손보 매각엔 무심했던 롯데그룹, ‘애지중지’ 캐피탈은?
입력 2019.08.01 07:00|수정 2019.08.05 09:20
    카드·손보, 설명조차 없다며 서운함 토로
    캐피탈은 밖에서 사 온 카드·손보와 달라
    수익성 좋고 그룹 애착 커…매각도 제외
    ‘지주 밖 계열사’로 이전·보유 가능성 커
    •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이 서운함을 내비칠 정도로 매각 시 큰 아쉬움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매각 대상에서 뺀 롯데캐피탈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오래 공들여 키운 회사고 수익성도 높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롯데캐피탈을 일본 롯데홀딩스로 옮기는 방식 등으로 계속 안고 갈 것이란 예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위반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 계열사 매각을 추진했다. 롯데카드는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하고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 10월까지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롯데카드는 롯데그룹 고객들의 정보를 쥐고 있고, 롯데손보는 계열사 퇴직연금 운용 규모가 크다. 그룹 안에서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 보니 매각 여부를 고심하긴 했지만 방침이 정해진 후엔 속도를 냈다. 지분 일부만 남기고 경영권을 넘겼다. 경쟁 구도 덕에 가격도 만족스럽게 받았다.

      매각 과정에서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내부에선 서운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룹이 회사를 팔아야 하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너무 무신경했다는 불만이다.

      두 회사 모두 다른 계열사처럼 롯데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진과 임원들, 즉 ‘롯데 사람’이 많다. 그럼에도 신동빈 회장은 그룹의 사정을 설명하거나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는 말을 하지 않았고, 일부 경영진들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영진 면담은 한참 후에나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진의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인수자와 협상 실무자들도 지주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자체적으로 움직이려는 의지가 강했다. 지주는 지주대로 황망했다는 후문이다.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모두 사모펀드(PEF)에 인수되면 인력 감축 등 부담스러운 조치가 따르겠지만, 크게 보면 롯데그룹에 있는 것보단 나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MBK파트너스는 이미 ING생명보험(현 오렌지라이프)을 잘 키워서 성공적으로 투자회수까지 한 경험이 있다. JKL파트너스 역시 금융당국 출신 최원진 상무가 합리적으로 협상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와 롯데손보는 언젠가는 대형 금융그룹 소속이 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캐피탈은 두 회사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롯데카드가 2002년 인수한 동양카드, 롯데손보가 2008년 인수한 대한화재가 그 본류라면 롯데캐피탈은 1995년 롯데가 설립한 부산할부금융이 전신이다. 롯데캐피탈은 설립부터 롯데그룹과 함께 했고, 그 기간도 다른 회사보다 오래 됐다. 초기엔 신격호 명예회장도 지분을 갖고 있었다.

      롯데카드가 꺾이는 업황, 롯데손보가 자본확충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 하지만 롯데캐피탈은 그런 부담이 없다.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지난해 금융 계열사 3사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결국 매각 대상에서도 잠정적으로 빠졌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롯데캐피탈은 그룹 내 역사가 오래 되기도 했고 돈도 잘 버는 회사라 그룹 수뇌부의 애정도가 카드나 손해보험보다 훨씬 높다”며 “금융 3사 중 하나만 사라면 롯데캐피탈을 사야한다는 말도 있었을 만큼 롯데 입장에선 남주기 아까운 회사”라고 말했다.

    • 사정이 이렇다 보니 롯데캐피탈을 매각하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행위제한 위반을 해소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지주 밖의 계열사’로 롯데캐피탈을 옮기는 것이다.

      최대주주인 호텔롯데에 잠시 맡기는 방식을 택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호텔롯데는 아직 지주 밖인데 기업공개를 거친 후 투자회사만 떼내 롯데지주와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 경우 롯데캐피탈은 다시 지주 체제로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상장, 합병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롯데그룹은 매각이든, 지주 밖 이전이든 다시 고민할 여유를 벌게 된다.

      그보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일본의 롯데홀딩스로 옮기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지주 체제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웬만한 국내 계열사는 지주 안으로 들어왔다. 이 때문에 일본의 롯데홀딩스에 넘기는 것이 가장 수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 입장에선 두 번, 세 번 일 할 필요가 없다. 일본 롯데의 임원들도 롯데캐피탈에 대한 애착이 깊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에서도 롯데캐피탈 처리 방안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지만 결국 행선지는 국내든 일본이든 그룹 내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