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홀대' 정부, 개각 이후 순화?…"어렵다"
입력 2019.08.22 07:00|수정 2019.08.23 17:21
    2년간 펼친 정책들 "시장과 괴리", "편가르기 정책' 평가
    금융회사들에 대한 '호불호'도 뚜렷…혁신금융사는 혜택
    금융정책 '미래 기조'도 없어…금융위원장 교체로는 변화 불가
    • 문재인 정부 3기 개각으로 금융감독당국 수장 교체도 예고돼 있다. 불안한 증시 안정에서부터 밀린 법안 처리, 대형 금융사 자본확충과 주주ㆍ경영진 교체 이슈, 혁신 금융사 제도 정비 등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다만 자본시장과 금융회사들 사이에서 변화에 대한 큰 기대는 찾기 힘들어 보인다. 정부 출범 당시부터 비롯된 '금융홀대론'에서 은행과 핀테크사 '편가르기'로까지 비판 받았던 그간의 정책기조가 일부 내각 교체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번 정부의 금융시장 관련 정책 상당수는 "시장과 괴리가 크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동시에 금융산업 기틀을 바꾸거나 새 길을 제시하기보다는 ''세금을 더 내라", "중소기업을 지원하라", "수수료를 깎아라" 등 다른 산업의 보조적 수단이자 '도구'로만 활용했다는 지적도 상당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도 많았다.

    • 세법을 개정,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주식양도차익 세금을 더 걷겠다"라고 했다가 시장의 엄청난 반발에 결국 물러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과거 25%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에게만 세금을 내도록 했으나 이를 지분 5% 이상 외국인ㆍ외국법인은 모두 양도차익을 내는 방안을 마련, 1년만에 시행하려 했다. 금융회사들은 물론, 해외에서도 "외국인이 떠나가고 한국증시가 폭락할 것"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중소벤처기업'과 '코스닥'에 대한 애정은 많았지만 정책 실효성이 떨어지고 부작용만 나타나는 경우도 많았다.

      모험자본을 이들 중소벤처기업에 흘러가도록 하겠다며 코스닥벤처펀드를 유도, 공모주 30% 배정이라는 막강한 특례까지 배정했다. 하지만 수급이 왜곡되고 부실 중소기업에 대한 메자닌 투자가 시장 불안을 야기했다. 펀드 수익률은 연일 마이너스. 또 이들의 상장을 독려하려했으나 '티슈진'사태 같은 특례상장의 문제점이 더 부각됐다.

      산업 구조조정의 중책을 '민간금융'에 떠넘기려는 모습도 보였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끌여들여 1조원 남짓 펀드를 만들겠다면서 여기에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맡아달라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 과정에서 한계기업 퇴출ㆍ파산 등의 핵심과제에 대한 정책적 판단은 부재했다.

      주요 금융회사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호불호'가 드러났다.

      대형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냉정한 태도가 이어졌다. '경영간섭ㆍ압박용 도구'라고 평가받으며 폐지된 '금융회사 종합검사'를 4년만에 부활시켰다. 대형 금융지주회사 경영진 교체 시즌마다 이런저런 구두개입이 이어졌고, 신산업에 대비해야 하는 은행들에게는 감독당국이 "얼마나 고용을 창출하는지 평가해서 발표하겠다"고 선언했다. 지점 축소ㆍ폐지를 통한 경영효율화는 이번 정부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됐다.

      대형 증권사들은 "왜 벤처기업에 투자하지 않느냐", "왜 대기업에만 신용공여를 하느냐"는 금융위원회의 압박에 시달렸다. 카드회사들은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겪는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의 수단으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겪었다.

      반면 토스ㆍ카카오 등을 위시한 이른바 혁신금융회사나 핀테크 기업에 대해서는 뚜렷한 '당근'들이 제시됐다. 제3인터넷뱅크 설립과정에서 후보들이 심사과정을 넘지 못하자 금융위원회가 나서 외부평가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려 했다. 은행들의 망을 사용하는 오픈뱅킹에 있어서는 시중은행들이 부담을 감내하도록 해 혁신 금융회사들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이러다보니 금융시장에서는 '은행ㆍ증권ㆍ보험회사' 같은 대형 전통 금융회사들은 정부와 감독당국으로부터 '적폐'의 대상으로 인식된 반면, 핀테크 등 혁신 금융회사들을 이들의 대항마로 키우려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사실 이번 정부의 '금융홀대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부터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회사의 행위 규제'를 제외하고는 미래지향적인 금융정책이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비판은 일찌감치 나왔다.

      1기 경제팀을 구성할때도 금융부문 전문가 집단이 처음부터 빠졌고 이런 움직임은 3기 내각인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아울러 정부의 방미경제사절단에 금융권 인사가 단 한명도 참여하지 못했던 점, 또 대통령과 기업인간의 간담회는 몇번 있었지만 금융인과의 회동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 등은 자주 거론되는 사례다. 이 정부가 계승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론'을 주창하고 금융산업 발전에 힘썼던 점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

      결국 금융업에 대한 시각 자체가 부정적이다보니 관련 정책도 뚜렷하지 못하고 '규제'에 집중돼 있다는 것. 최근 미ㆍ일 무역갈등, 한일관계 경색으로 증시가 폭락할 무렵, 여당 원내대표인 이인영 의원이 "의견을 듣겠다"며 여의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찾아 "과연 IMF외환위기와 비교할 상황인가, 공포감을 조성해도 된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있다" , "시장에서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목소리들이 잘못된 영향을 미치면 꿈을 부수는 무책임한 소리"라고 언급한 것은 상징적인 일로 평가받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은성수 위원장의 경력이나 인품 등에 대한 기대감이 거론되지만 지금 한국 금융산업이 처한 위기는 금융위원장 혼자만의 힘으로 개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금융산업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시각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어려움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