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폭락 수혜주? 드디어 '리츠 전성시대' 오나
입력 2019.08.23 07:00|수정 2019.08.26 09:44
    부동산·인프라, 급락장 주가방어능력 입증
    유일하게 남은 '대기업 리츠' 롯데리츠에 관심
    예상 배당수익률 7%...금리 인하기 투자매력
    홈플러스리츠 때완 달리 배당주 선호 분위기
    • 미국과 중국의 힘싸움, 불확실성 앞에 놓인 금리와 환율, 단단하게 엮인 정치적 요소가 서로의 퇴로를 차단한 한일 갈등. 공포가 내려앉은 투자 시장에 대안은 없는 것일까. 증시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부동산투자회사(REIT's)의 부상을 예상하고 있다.  상장 부동산·인프라 투자회사들이 최근 급락장에서 단단한 모습을 보여준데다, 투자 트렌드도 성장주에서 배당주로 급격히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까닭이다.

      사실상 초토화된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리츠의 활성화를 손꼽아 기다리는 모습이다. IPO 시장은 주가 급락에 따른 밸류에이션(가치척도) 저하와 투자심리 악화로 대어가 사라진 상황에서 분위기를 바꿔줄 '한 방'이 필요한 상황이다.

      투자업계에서는 8월 들어 지속되고 있는 변동성 장세에서 살아남은 몇 안되는 종목 중 하나로 부동산·인프라 투자회사를 꼽고 있다. 대표적인 상장 리츠인 신한알파리츠의 경우 연초 이후 코스피지수 대비 상대 수익률이 30%를 돌파했고, 맥쿼리인프라 역시 상대 수익률 25%의 준수한 모습이다. 코스닥지수와 비교하면 격차는 훨씬 커진다.

      주식시장이 파랗게 질렸던 지난 5일~7일 사이에도 신한알파리츠 주가는 7150원에서 6940원으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그리고 9일 7100원으로 급속 회복했다. 맥쿼리인프라 역시 같은 기간 1만1550원에서 1만1250원으로 300원 떨어졌다가, 8일 1만1350원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두 자릿 수 하락이 예사였던 폭락장에서 견조한 추이를 보였다.

    • 신한알파리츠는 5%대, 맥쿼리인프라는 6%대의 시가배당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행 기준금리가 1.5%이고 주요 시중은행 적금 상품 이자율이 1%대임을 감안하면 시장금리가 낮아질수록 투자 매력이 늘어난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리츠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7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말까진 바이오와 4차산업으로 대표되는 성장주 랠리가 너무 뜨거웠다. '텐베거'(ten-bagger;'10루타'란 뜻으로, 주가가 10배가 뛴 종목)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연 5~7% 수익을 보장하는 '안정적 상품'은 인기가 없었다.

      올해 1분기 회복장에서는 지수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다. 연초 대비 지수 수익률을 신한알파리츠·맥쿼리인프라가 따라잡은건 3월 말의 일이다. 이후 급락장에서 신한알파리츠와 맥쿼리인프라는 오히려 몸값을 크게 높였다.

      홈플러스리츠가 공모 흥행에 실패하고 상장을 접기로 한 건 이런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편입 자산과 홈플러스 유통업 경쟁력에 대한 의문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리츠 상품이 선호되지 않던 시기에 공모를 진행하려 한 것이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홈플러스리츠만 해도 '채권도 아니고 연 수익률도 벤치마크 지수 대비 떨어질텐데 거기 왜 투자를 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많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안정적인 중수익 리츠가 지금 시장에 나온다면 홈플러스리츠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국내 기관들도 호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대어를 찾아보기 어려운 하반기 IPO 시장은 오는 10월 공모절차가 진행될 롯데리츠에도 주목하고 있다. 주가 급락으로 상대적 밸류에이션이 크게 떨어지며 기대됐던 대형 공모주의 출현은 사실상 물 건너 가는 분위기다. 그나마 기대를 모으고 있는 SK바이오텍·카카오게임즈 등은 연내 공모 절차에 착수할 수 있을지 명확히 결론이 나온 상태가 아니다. 반면 롯데리츠는 이런 장세에서 현재 거의 유일한, 대기업·대형 부동산 기반 공모 리츠로 손꼽힌다. 예상되는 배당수익률도 7% 안팎으로 언급되고 있다.

      지나치게 큰 사이즈로 시장에 부담을 줬던 홈플러스리츠를 반면교사 삼아 총 기업가치 1조5000억~2조원, 공모 규모 5000억원 안팎을 예정하고 있다. 이 정도 공모 규모에 하반기 예상되는 공모주 기근을 생각하면 무난히 소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최근 가치주·배당주 위주로 몰리고 있는 수급을 생각하면 흥행에도 큰 무리가 없어보인다"며 "한일 관계 경색 여파로 롯데그룹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점 정도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