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하락에 개별 이슈까지…'주가 관리' 비상 걸린 기업들
입력 2019.08.23 07:00|수정 2019.08.22 18:12
    기관 관심 돌아선 CJ주(株)…핵심 사업 부진 반복 탓
    최근 시장에서 대림산업 저평가 주시…유통업 우려
    이마트·현대백화점 등 자사주 매입에서 52주 신저가
    PBR 0.2배 하회 한화생명… 타개책 모색 어렵단 지적
    • 대내외 매크로 변수로 기업들이 휘청이면서 저마다 ‘주가 관리’에 비상이다. 일부 기업은 코스피 반등 조짐에도 바닥이 안 보이는 주가 하락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0.5배를 넘기기 힘든 실정이다. 특히 본업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부각되는 기업일수록 주가 바닥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관투자가의 매도세가 두드러지는 그룹으로 CJ주(株)가 꼽힌다.  CJ그룹은 수년간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 등을 통해 외형을 확대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핵심 사업들의 시장 컨센서스 하회가 반복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룹 주력인 CJ제일제당의 실적이 부진한 탓에 투자심리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다.

    • 증권사들이 그룹 내 사업 중에서 CJ제일제당의 가공식품 사업 외엔 ‘좋다’고 자신할 만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하면서, 그룹 차원에서도 주가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식음료가 주식시장에서 ‘원화 강세 수혜주’로 꼽히는 만큼, 원화 약세로 인해 CJ제일제당의 비용 부담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주가 낙폭을 확대하는 요인이다.

      CJ제일제당은 원료를 수입하고 이를 가공해서 파는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수록 CJ제일제당의 수익성에 치명적이란 지적이다. 또 앞으로 진행하게 될 글로벌 M&A도 원화 약세에 따른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최근 시장에선 대림산업과 KCC의 저평가도 주시하는 분위기다.

      대림산업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977억원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주가 상승은 더디다. 증권업계에선 시장 상황 자체가 긍정적이지 않다 보니 실적 개선에 따른 단기적인 주가 상승은 있을 수 있더라도 장기적인 오름세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주택 신규 분양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라는 본업에 대한 의구심이 대림산업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KCC 역시 올 들어 낙폭이 확대되는 종목 중 하나다. 환율 상승이 매입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는 데다, 부동산 규제 등으로 건자재 업종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또한 올해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재무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PBR 0.3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올 들어 주가 낙폭이 두드러지는 섹터로는 유통업이 꼽힌다. 일부 종목만 해당되는 게 아닌 섹터 전체가 주가 바닥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오프라인 기반 유통사들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각 사별로도 주가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은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는 등 주가 방어에 힘쓰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자사주 매입 발표에 따른 ‘하루’ 반등은 있었지만, 이후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면서 PBR이 0.4배 아래로 낮아졌다. 자사주 매입이 단기적인 투자심리를 끌어올리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본업이 뒷받침되지 않고선 ‘반짝’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롯데쇼핑은 증권사들이 해당 회사들보다 앞서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본업 자체만으로도 부정적인 요인이 부각되는 데다, 하방리스크 등 매크로 변수가 덮쳐 타개책마저 보이지 않는다면 주가 방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대백화점은 올 들어 주가 낙폭이 심상치 않아 최근 시장에서 주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금리 하락 기조에 따른 생명보험사와 금융사의 주가 추락도 눈에 띈다. 최근 1년간 시중금리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외국인투자자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대표적인 섹터라는 설명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2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했음에도 경쟁사에 비해 주가가 더 저평가된 상태다. 상반기 실적과는 별개로 분양가 상한제 실시 이후 주택 거래 위축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증가 추세가 급격히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 등 본업에 대한 우려도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지주는 4대 금융지주 중에서도 배당 확대에 적극적인 편이지만 PBR은 0.3~0.4배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생보사는 금융사보다 더 심각하다는 평가다. 특히 한화생명은 자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주가가 PBR 0.2배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5년 국고채 금리는 지난 14일 기준 1.18%로 연초 이후 70bp 이상 떨어졌다.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및 장기금리 하락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화생명의 부채 적정성 평가(LAT) 부담에 대한 우려가 주가 하락 요인으로 지목된다. 책임 준비금 부담과 투자수익률 하락이 예상되는 점 역시 악재다.

      일각에서는 주가 낙폭이 확대되는 기업 대부분이 각 그룹 내에서 순자산가치(NAV) 비중이 큰 핵심 사업들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들 기업의 주가 하락은 지주회사의 주가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주회사 지분 보유율이 낮은 총수들 입장에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주가 관리에 고심일 것이란 분석이다.

      산업계에선 롯데·CJ·한화 등이, 금융계에선 하나·KB 등의 주가가 밸류에이션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낮아지는 상황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로 지분가치의 할인률이 높아지는 상황임에도 몇몇 기업들은 매도세가 확대되고 있다”며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목 하에 경영권 방어를 위한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