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사면초가...저금리·저출생·저성장·저수익
입력 2019.09.06 07:00|수정 2019.09.09 09:12
    1년 사이 주가 30% 이상 급락...공모가 절반 수준
    보장성 계약 성장에도 저금리 여파 감당 안돼
    내부에서도 '솟아날 구멍 없다'...당분간 어려울 듯
    • 국내 1위 생명보험사 삼성생명보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국제회계기준(IFRS17) 변경 충격에도 10만원 안팎을 지키던 주가는 불과 1년 새 30% 이상 주저앉으며 6만원대로 급락했다. 2010년 상장 당시 공모가 11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최근의 주가 하락은 불과 한달 새 이뤄진 일이다. 삼성생명의 상반기 실적은 '선방'한 편이지만, 실적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저금리·저출생·저성장·저수익이라는 생명보험업 최대 리스크가 삼성생명에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하며 투자 심리가 무너진 게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생명 주가는 지난 16일 장 한때 6만5000원선 아래로까지 밀렸다. 상장 이후 역대 최저가다. 2012년 유럽발 금융위기 우려 때에도 8만원 이하로 떨어진 적 없던 삼성생명 주가는, 7월 말을 분기점으로 속절없이 추락해 6만원대에 진입했다.

      실적 탓이라고 하기에는 낙폭이 지나치게 컸다는 분석이다. 삼성생명의 올해 2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은 3093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였던 3156억원을 소폭 하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 줄어든 수준이지만 이는 삼성전자 지분 처분으로 인한 일회성 순이익이 반영됐던 결과다. 이를 제외하면 같은 기간 순이익은 1.6% 증가했다.

      오히려 2018년 2분기 30%대였던 보장성 신계약 비중이 올해 2분기 51%로 늘어나며 신계약가치는 358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40% 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닝 쇼크'가 주가 급락의 배경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삼성생명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일단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재인하 수순에 접어들며, 운용수익을 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며 이자 역마진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상황은 완전히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유럽 주요국 국채는 이미 마이너스(-) 금리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는 삼성생명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생명의 이원차마진율(스프레드)는 3월말 -91bp(-0.91%포인트)에서 6월말 -93bp로 악화됐다. 올해 말에는 -95bp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쉽게 말해 자산을 굴려 얻는 평균 수익률은 3.39%인데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평균 부채금리는 4.34% 수준으로 역마진이 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에서는 내년 말 이원차마진율이 -101bp까지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0년 상장 당지 이원차마진율은 -17bp에 불과했다. 여기에 금리가 하락하면 변액보험의 보증적립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현 금리 수준이 연말까지 유지되면 1000억원 수준의 추가 적립금이 예상된다. 시장금리가 10bp 더 떨어질수록 추가 적립금 규모는 200억원씩 늘어난다.

      한 증권사 보험 담당 연구원은 "IFRS17를 가까스로 넘겼더니 저금리 충격이 다가온 셈"이라며 "목표주가 산정시 적용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5배까지 낮춘 건 시장금리가 부정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역마진 확대는 수익성을 훼손하고 성장성도 악화시키고 있다. 2015년만 해도 5%대를 유지했던 삼성생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대 초반으로 뚝 떨어졌다. 전체 순이익 규모도 최근 3년간 일회성 이익 제외 지배주주순이익 기준 1조2000억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수입보험료 총계도 2017년 26조4500억여원에서 지난해 25조4100억여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24조원대로, 2021년엔 23조원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보험영업손익도 점차 악화될 전망이다. 올해에만 2조원 수준의 보험영업부문 적자가 예상된다.

      구멍이 나는 부분은 자산운용으로 메워야 하는데 이도 여의치 않다. 2017년 3.1%였던 투자수익률은 지난해 잠깐 상승한 후 올해 3.3%, 2020년 3.0%, 2021년 2.8%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전망이 밝다고 보기도 어렵다. 현재 2018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유일한 0명대 국가다. 생명보험업계에 출산율 저하는 중장기적인 성장동력 저하로 받아들여진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SK루브리컨츠가 전기차 시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상장에 실패했듯, 최근 투자심리에는 중장기적인 영업 환경과 비전에 대한 판단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당장 성장도 멈췄고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내부적으로도 이런 환경 변화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당장 상황을 뒤집을만한 뾰족한 카드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에 착수하며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해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지난해 4000억원대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 지급 명령을 거부한 삼성생명에 고강도 검사를 벌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생명이 그나마 믿을만한 구석은 배당성향 증가와 주가 하락이 맞물려 생긴 '배당 매력'정도로 분석된다. 줄곧 1%대를 맴돌던 시가 기준 삼성생명 배당수익률은 올해 4%, 내년 4.6%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이미 현재 30%대인 배당성향을 중장기적으로 50%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배당에 민감한 연기금은 8월 급락장에서도 260억원 이상 삼성생명 주식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200억원, 금융투자·사모·은행 등 다른 기관 주체들은 순매도로 일관한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문제는 삼성생명 같은 초거대 보험사까지 저금리 등 대외환경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현재의 시장 상황이다. 이미 오렌지라이프를 제외한 다른 상장 생보사들은 PBR 0.2배 수준으로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 2위 한화생명은 물론 3위 교보생명까지 재무적으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9곳의 보험사가 잇따라 쓰러지며 금융회사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보험사 파산이 일조한 부분이 있는만큼 국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