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실업 IPO, 이번주 '킥 오프'…상장 시기·성장성 증명 관건
입력 2019.09.05 07:00|수정 2019.09.04 19:10
    예상 공모 규모 1조원 이상…'대어' 관심 집중
    높은 실적 성장 보여왔지만… 장기 성장 가능성 증명해야
    사실상 승계 구도 정리 가능성…시장 평가 지켜봐야
    • 내년 공모시장의 잠재적 대어로 꼽히는 태광실업이 조만간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착수한다. 공모 규모가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빅딜(big-deal)이 멸종된 공모주 시장에 랜드마크딜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소비심리가 급랭하고 경기 침체 우려가 대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성을 어떻게 증명할 지는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 동종업체 주가가 올해 급락하며 '눈 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도 변수다. 또 이번 상장이 '승계 마무리'를 위한 정리 작업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이를 향한 시장의 평가도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다.

      신발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제조업체인 태광실업은 이주 말 주관사단을 소집해 사업착수회의(kick-off meeting)을 열 예정이다. 태광실업은 지난달 말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대표주관사로 선정한 뒤 회의 일정을 조율해왔다. 한국투자증권 외에도 NH투자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이베스트투자증권이 공동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공모시장에서 보기 드문 잠재적 대어로 주관사 선정부터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태광실업은 이번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상장 시기, 목표 시가총액 등 공모의 윤곽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증시 입성이 점쳐지지만, 최근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상태라 장담을 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 시장에서는 태광실업의 공모 규모가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광실업은 지난해 2000억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냈다. 동종업계 상장사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최대 20배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최대 3조~4조원의 몸값이 예상된다. 목표 상장 시점이 2020 이후고, 알짜 계열사를 비롯해 투자 해온 베트남 발전사업 등 잠재력을 감안해 5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도 노려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실적 스토리는 탄탄하다는 평가다. 태광실업 실적은 2010년 들어 주요 고객인 나이키의 매출 증가와, 2007년 베트남으로 주요 생산기지를 옮겨 비용 절감을 이루면서 급속도로 증가했다. 2006년 3526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2조2688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2016년부터 3년연속 1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고성장한 실적 덕에 높은 몸값을 향한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의 지속적인 성장성 증명과, 상장시 이루어질 지배구조 개편 등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우선 나이키 매출 편중에 대한 위험 요인이 거론된다. 태광실업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나이키 신발류 OEM 매출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나이키의 성장으로 수주물량이 확대하면서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만약 나이키로부터 수주물량이 감소하고 마진률이 하락하는 등 부정적인 이벤트가 발생한다면 현금흐름 저하 등 큰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의류·신발 OEM 동종업계의 주가 흐름도 지켜봐야 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적이 탄탄한 만큼 결국 어느정도 밸류를 받느냐의 문제인데, 동종업계 주가 상황이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반적인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적의 타이밍에 상장을 하는 것이 관건일 전망이다.

      OEM 업체들이 대부분 미국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다보니, 전방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국내 OEM업체들 실적은  좋은 편이나, 보통 OEM 업체들은 3분기가 가장 성수기다. 때문에 지금 상황이 좋아도  최근 도매 재고 증가나 미국의 소매판매 둔화 등으로 내년 매출과 이에 따른 주가 확신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상장은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사실상 경영권 승계 절차의 정리 작업'이라는 점이다. 회사의 현금창출력과 재무구조를 볼 때, 자금 조달이나 대규모 투자를 위해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은 적다는 지적이다.

      태광실업은 박 회장 외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박연차 회장은 55.39%를, 박 회장의 장남인 박주환 기획조정실장(부사장)은 지분 39.4%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시 박 회장의 보유지분 일부 매각과 박 실장의 지분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 실장은 2014년 지분 100%을 보유한 관계회사 정산 지분을 태광실업에 넘기고, 태광실업 지분율을 높여 후계 기반을 다졌다.

      '무(無)에서 유(有)를 일군 오너'를 향한 시장의 신뢰가 높은 만큼, 승계 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통상 승계가 명확해지면 불확실성 해소 요인으로 인식된다. 다만 태광실업의 ‘성장 신화’에서 박연차 회장이 차지하는 역할이 워낙 크다보니 박 회장 '이후’에 대한 우려도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적극 추진하고 있는 베트남 화력 발전소 프로젝트 등도 박 회장의 네트워크 활용이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베트남에서 박 회장은 국빈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에서 박 회장이 정계는 물론이고 증권 등 금융계와도 인맥이 상당한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박 실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서는 향후에도 지켜봐야 할 거란 평가다. 박 실장은 회사에서 미래사업으로 집중하고 있는 베트남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증권사 유통 담당 연구원은  "여러 측면에서 이번 상장은 승계 마무리를 위한 과정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그렇다면 원하는 밸류를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올 하반기 공모 시장 분위기를 보고 내년 상장 시기를 조절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