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츠 복병 된 NH리츠..."리테일보단 오피스가 낫지"
입력 2019.09.09 07:00|수정 2019.09.11 09:37
    NH리츠 11월 공모 예정...롯데리츠와 불과 1달차
    이익·마진 떨어지고 있는 자산...'기대보다 실망'
    글로벌 시장에서도 오피스리츠 수익성 뛰어나
    롯데리츠 투자 수요 줄고 NH리츠 대기 가능성 부각
    • 롯데쇼핑이 기업공개(IPO) 공모를 추진 중인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롯데리츠)가 'NH리츠'라는 복병을 만났다. 리테일(소매)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에 대한 회의감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훨씬 선호하는 대형 오피스 리츠가 등장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롯데리츠는 안정적 배당주로 자리잡은 리츠의 인기에 힘입어 공모 흥행이 유력했다. 다만 불과 한두 달 차이로 NH공모상장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NH리츠)가 공모 절차에 나서기로 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다소 분산되는 모습이다.

      롯데리츠는 오는 10월 중순 상장을 위한 공모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리츠를 바라보는 국내 기관들의 표정은 다소 미묘해졌다. 8월 초 급락장에서는 리츠의 주가 방어력과 고배당 매력에 상장을 고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증권신고서를 통해 편입 자산과 공모 구조가 공개되자 '기대보다는 다소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늘어난 것이다.

      이번 롯데리츠가 편입한 자산은 총 10곳이다.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창원점을 비롯해 롯데아울렛 청주점, 롯데마트 의왕점 등이 주요 자산이다.

      문제는 이들 매장이 예상만큼 매력적인 자산이 아니라는 점이다. 편입 자산 10곳의 2018년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R)은 1857억원으로 2017년 대비 83억원, 4.3% 줄었다. 합계 매출액도 1.9% 감소했다. 상반기 실적을 연환산해 추정하면, 올해엔 2018년 대비 EBITDAR가 164억원, 8.9% 줄어들 전망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주요 자산인 롯데백화점 창원점이나 강남점에는 구찌·에르메스·루이비통 등 백화점 매출의 핵심을 차지하는 고급 해외명품 브랜드가 아예 입점조차 하지 않았다"며 "서울권 자산은 강남점 하나 뿐인것도 그렇고, 리테일 측면에서 보면 편입 자산의 매력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리츠 사이에 엇갈린 주가가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심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국내 유일한 상장 오피스리츠인 신한알파리츠가 상장 이후 최고가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롯데리츠와 비슷한 구조의 리테일리츠인 이리츠코크렙은 급락장에서 주가 변동성이 컸던데다 하반기 들어 매수세가 줄어들며 주가가 횡보하고 있는 까닭이다.

      2일 종가 기준 신한알파리츠의 주가는 연초 이후 39.64% 상승했다. 시가 기준 예상 배당수익률이 5% 근처에서 3.4%로 내려왔지만, 사모펀드와 투신을 위시한 국내 기관이 8월 이후 1600억여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여전히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유일의 상장 '오피스 리츠'라는 희소성이 수요를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랜드 계열의 아울렛과 소매점을 기반으로 한 '리테일 리츠' 이리츠코크렙은 리츠가 각광받은 올해 2분기 주가가 급격히 올랐다가, 6월 이후로는 횡보 중이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반전하는 등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상태라 리테일 리츠에 대한 인기도 오래 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호텔·리조트 기반 리츠인 모두투어 리츠는 아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글로벌 트렌드도 비슷하다. 올 상반기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글로벌 리츠 지수는 18.8% 올랐는데, 오피스 리츠의 수익률은 20%로 이를 넘어섰다. 반면 리테일 리츠의 수익률은 9.8%로 자산별 리츠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호텔형 리츠는 최하위에서 두 번째였다.

      지난달 27일 영업인가를 받은 NH리츠에 기관들의 시선이 쏠린 건 이런 맥락이었다. NH리츠는 서울스퀘어빌딩·서울 잠실 삼성SDS사옥·삼성물산 서초사옥·강남N타워 등 서울 핵심 지구의 주요 프라임 오피스에 투자한 수익증권을 자산으로 삼고 있다. 수익증권을 직접 리츠 자산으로 편입하는 투자 구조상 이들 프라임 오피스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지난해 공모 리츠 상장 간소화 방안이 시행되며 상장에 걸리는 시일도 크게 단축됐다. NH리츠는 별도의 예비심사 등 절차 없이 이달 중 증권신고서 제출이 가능하다. NH리츠는 일단 내부적으로 10월 설명회(IR)를 거쳐 11월 공모 청약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10월 중순 공모 청약 예정인 롯데리츠와 일정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롯데리츠에 집중될 전망이었던 기관 수요가 일부 분산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일부 연기금을 비롯해 안정 지향 투자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은 NH리츠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NH리츠에 '풀베팅'하기 위해 롯데리츠 투자 규모를 일부 조정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연기금 주식운용 관계자는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 롯데리츠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리테일 리츠라는 점 때문에 투자 규모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며 "연내 프라임 오피스 빌딩을 주요 자산으로 한 NH리츠가 상장한다면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