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밸류에이션 고착화 한 삼성물산…분석 리포트도 급감
입력 2019.10.16 07:00|수정 2019.10.17 09:20
    수주 부진에 3년째 내리막 걷는 주가
    외국인, 국내 주요 기관 매수세 ‘뚝’
    분석 리포트도 시총 30위 기업 중 최하위권
    “낮은 밸류에이션 고착화” 평가도
    • 삼성물산의 주가는 여전히 내리막이다. 연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는 찾아보기 어렵다. 만년 저평가 기업으로 평가받고는 있지만, 이제는 오히려 낮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 상태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증권사들의 분석 리포트도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2만원을 넘어섰던 삼성물산의 주가는 현재 8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2015년 합병 이후 2016~2017년 사이 주가가 2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그 이후 주가의 상승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6개월 사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14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국내 기관들은 총 200억원가량의 주식을 매수했지만, 연기금을 제외한 금융투자·은행·투신·보험업계 모두 삼성물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였다.

    • 삼성물산 주가 부진 원진은 실적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핵심 계열사들의 투자가 줄어들면서 그룹발 수주는 예년만 못하고, 이는 전반적인 수주 잔고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 2분기만 보더라도 건설 부문의 신규 수주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이상 감소했다. 건설업계의 특성상 실적과 수주 모두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향을 예상할 수는 있지만, 연간 목표액을 채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 부문이 전사에 미치는 수익 기여도는 상사와 패션, 리조트(레저&식음료) 등과 비교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건설 수주의 양적인 증가는 추후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이미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거취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물산에 대한 국내 기관들의 분석 리포트도 점차 찾아보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10월 현재까지 국내 기관들은 삼성물산에 대한 분석 리포트, 즉 투자의견을 총 43건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1건, 2017년도 55건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실적 발표 즈음에 발간하는 리포트도 지난해 4월 15건→ 올해 4월 11건, 지난해 7월 15건→올해 7월 10건 수준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국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0대 종목 중에서도 삼성물산의 분석 리포트 발간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 국내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물산에 대한 수주와 실적에 대한 전망이 일부 엇갈리긴 하지만, 확실한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대부분 기관들이 비슷한 생각이다”라며 “지주회사로서 배당에 대한 기대감을 제외하면 큰 메리트를 찾아보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0만원까지 거론되던 주가 적정가격(목표치)은 점차 하향 조정돼 현재는 목표주가 15만원 이상을 제시하는 기관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전히 각 기관들의 투자의견은 매수(BUY)가 대부분이다.  다만 매년 ‘저평가 기업’,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 등에 방점이 찍혀 높은 목표주가가 형성돼 있던 점을 고려하면, 각 증권사들의 현재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오롯이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대형주 위주로 투자하는 한 기관투자가는 “기관 IR에서도 ‘해외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또는 ‘건설 부문의 경쟁력을 어떻게 갖춰가겠다’는 명확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관들의 주목도도 예전보다 크게 낮아졌다”며 “삼성물산이 과거에 부진한 수주와 거버넌스의 불확실성 등이 일회성 요인으로 치부돼 저평가된 기업으로 평가받았다면, 최근엔 이 같은 저평가 상황이 고착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