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연말·딜 기근에 IPO '반짝 호황'...최대 수혜자는 '재수생'
입력 2019.10.21 07:00|수정 2019.10.22 09:29
    장 회복과 더불어 IPO 시장도 어느정도 회복
    재수생 등판, 높은 청약 경쟁률 보이지만
    연말 다가오고, 딜 없어 자금 쏠리는 듯
    • 지난 8월 급락장에 찬바람이 불던 IPO(기업공개) 시장 분위기가 다소 반전되고 있다.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들이 높은 청약율을 기록하고, 상장 계획을 철회했던 기업이 재도전에 나서는 등 어느 정도 IPO 시장 투심이 회복되고 있다는 평이다. 다만 기관들이 북(book)을 채워야 하는 연말이 다가오는 시기인 점과 더불어 투자 할만한 딜이 적기 때문에 만들어진 '반짝 호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8월 급락장은 IPO시장 투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에 8월~9월 초 수요예측을 진행한 6개 가량의 기업들 중 두곳 정도만 공모 절차를 무리없이 진행할 정도였다. 연이은 바이오 악재로 사실상 IPO 바이오 시장 투심마저 냉랭했다. 9월 초 수요예측에 나선 바이오 기업 올리패스는 희망 밴드 상단(4만5000원)보다 56%나 할인된 2만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코스피 지수가 600선을 하회하던 시기 증권신고서 제출을 강행해지만 결과는 씁쓸했다.

      다행히 올리패스의 처참한 결과를 분기점으로 분위기가 조금 반전됐다는 분석이다. 장이 회복된 덕이 크다. 지난 8월 1800대까지 급락했던 코스피지수는 9월 들어 어느 정도 회복기를 보이고 있다. 18일 시가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3.75포인트 오른 2081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8월 500선까지 무너졌던 코스닥 지수도 18일 현재 기준 650대로 회복했다.

      실제 상장에 나서는 기업들이 양호한 청약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 상장에 나선 롯데리츠의 경우 358대 1의 기관 경쟁률을 보였고, 코스닥 상장에 나선 건강식품 제조업체인 팜스빌은 1035대 1을 기록했다. 공모규모가 96억원 수준인 케이엔제이는 무려 114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눈높이를 낮추는 등 재정비 후 다시 상장에 나서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했다.

      지난 8월 초 사업특례성 1호로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다가 증시상황 악화로 한 차례 연기한 캐리소프트는 재도전에 성공했다. 당시 국내 증시가 바닥을 찍으며 분위기가 악화해 기관들이 대거 눈높이를 낮췄다. 이 때문에 북(book)이 미달한 것은 아니어도 캐리소프트 측은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를 이유로 계획을 접었다.

      재도전에 나서면서 대폭 눈높이를 낮췄다. 캐리소프트는 이번달 14~15일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공모밴드 최상단인 9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첫 번째 도전에서 공모가 밴드는 1만2900~1만6100원, 조달 규모는 하단 기준 152억원이었다. 유통가능 물량도 52.32% 수준이었다. 이번 공모에서는 34.83%로 줄였다. 주요 투자자인 DSC인베스트먼트는 8월에 걸지 않았던 보호예수를 이번 공모에선 상당 부분 적용했다. 상장 완료 후 기준으로 약 10%가 최장 3개월 수준 보호예수가 걸렸다.

      지난 9월 GC녹십자그룹의 계열사인 녹십자웰빙도 한 차례 ‘재정비’후 상장에 성공한 케이스다. 상장을 철회한건 아니지만, 연초부터 이어진 바이오 악재와 더불어 장이 무너지면서 애초 목표하던 눈높이를 낮춰 도전했다. 공모 물량도 늘렸다. 드문 ‘흑자 바이오’로 관심을 받았지만 8월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급작스런 증시 악화로 희망 공모가 밴드를 9400원~1만1300원으로 낮춰 잡았다. 수요예측 후 최종적으로 상단인 1만13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공모 기업들의 낮춘 눈높이와 더불어 장 회복으로 IPO 시장 분위기가 다소 나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사실상  IPO 투자자들은 여전히 ‘딜 기근’으로 고심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올해 9~10월 수요예측을 한 기업들은 롯데 리츠를 제외하고는 공모 규모가 600억원도 채 넘지 않는다. 엔바이오니아, 케이엔제이, 캐리소프트 등은 100억원에도 미치지 않는다. 사실상 ‘주목할 만한 딜’은 적은 셈이다. 그러다 보니 얼마 없는 딜에 자금이 쏠리면서 높은 경쟁률 등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IPO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연말이라 기관들이 북을 닫을 때가 됐기도 하고, IPO 시장에서 대어 등 눈에 띄는 딜이 적다 보니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듯 하다”며 “연말까지 지켜봐야 겠지만 딜이 적고 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면 결국 싸거나 매력적인 회사에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