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손보에 무슨일이...실적부진·CEO 교체에 '어수선'
입력 2020.01.15 07:00|수정 2020.01.16 09:28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 연말 퇴임
    건강악화·실적부진 거론
    한화손보 박윤식 사장은 실적부진으로 퇴진 할 듯
    한화보험사, 근본적인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 커져
    • 한화생명과 손해보험이 연말 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단행하면서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지난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저하가 나타난데다 회사 주가는 바닥을 치고 있다. 이를 놓고 시장에선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경고 메시지가 나온다. CEO 교체를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해 연말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이 임기를 4개월 앞두고 퇴임했다. 한화그룹의 최장수 CEO 중에 한 명이자 김승연 회장의 심복으로 분류됐던 차 부회장의 급작스런 퇴임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그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1979년 한화기계에 입사한 차 부회장은 2002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인수할 당시 지원부문 총괄전무를 맡아 보험에 발을 들였다. 2009년 6월 한화생명 보험영업총괄 부사장, 2011년 대표이사에 올라 4연임을 하고 지난 2017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금춘수 ㈜한화 부회장,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 등과 함께 최장수 CEO로 손 꼽힌다.

      차 부회장의 퇴임에는 우선 본인의 건강문제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큰 수술을 한 적이 있는데 최근들어 부쩍 몸 상태가 안좋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부진한 실적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화생명의 주가는 지난해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때 8000원 하던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현재 2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6배에 불과하다. 문제는 어디가 바닥인지조차 가늠이 안된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순이익이 1500억원으로 전년대비 60%나 감소했다. 고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5%에 육박하고, 실적부양을 위해서 그간 높은 금리의 채권을 팔아 치웠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차 부회장이 지병이 있는데 최근 악화된 것으로 안다”라며 “건강문제와 더불어 회사의 실적부진이 이어지면서 퇴임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은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했다. 차 부회장이 고문으로 출근하고 있으며,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차 부회장이 후배들을 위해서 큰 결심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리더십에 대한 불안도 존재한다. 차남규 부회장이 떠나면서 이제는 여승주 사장 단독 체제가 됐다.

      여 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핵심 참모로 한화그룹 M&A를 이끌었다. 한화생명 인수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이후 한화생명 재경팀장과 전략기획실장·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업이 힘들다고 하니 김승연 회장이 여 사장을 직접 한화생명에 내려보냈다”라며 “여 사장이 한화생명 인수 실무를 총괄한 담당자이다 보니 사업 영속성 등 비즈니스의 기본부터 점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위기의 보험산업을 바꿀 역량이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존재한다. 보험영업을 비롯해 보험업에 잔뼈가 굵기 보단 주로 그룹의 M&A를 담당했다. 회사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꿔야 하는 시점에서 여 사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가 많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여 사장은 한화생명 인수부터 회사에서 실제 보험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라며 “그룹에서 오긴 했지만 보험전문가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화손보의 사정도 한화생명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경영위기’ 상황인 한화손보의 박윤식 사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퇴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은 2013년부터 한화손보를 이끌었지만 최근 실적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은 150억원 수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8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손보사가 전반적으로 안 좋다고는 하지만 한화손보는 그 중에서도 실적이 가장 저조한 회사 중 하나다. 이에 대해 박 사장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박 사장의 후임으론 지난 1일 부사장에 임명된 강성수 사업총괄 부사장 등이 거론된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박 사장에게는 실적부진에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한화손보는 근본적인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이라 실적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