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 대출'로 성장한 카카오銀, 승부처는 '자체신용 대출 부실률'
입력 2020.02.07 07:00|수정 2020.02.10 10:19
    중금리대출 1兆 돌파?…무보증대출 판매액 620억에 그쳐
    보증기관 의존·고신용자 위주 대출에 '땅짚고 헤엄' 평가
    카카오銀 부실률 관리능력 안 보여…상장 전에 증명해야
    •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카오뱅크)이 그동안 낮았던 예대율을 높이기 위해 대출을 크게 늘리는 가운데 타기관의 보증을 전제로 한 '보증대출'에 주력해 대출 부문의 외형을 키우고 있다.

      리스크를 전문 보증기관이 가져가는만큼, 카카오뱅크 내부 리스크관리 경험이 쌓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카카오뱅크의 경쟁력은 지난해 8월 출시한 자체 신용평가시스템 기반의 '중신용대출'의 부실률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26일 현재 카카오뱅크의 '중신용대출' 취급 잔액은 620억여원이다.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약 4개월간 480억여원가량이 취급됐고, 그 뒤 2개월간 다시 140억원가량 늘었다. 카카오뱅크의 다른 부문에 비하면 성장 속도가 다소 더디다는 평가다. 지난해 하반기 한때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 기업대출을 제외한 여신시장 점유율은 25% 까지 상승했었다.

      반대로 타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을 받아 대출을 해주는 '보증대출'의 판매액은 많은 편이다. 관련 상품으로는 각각 SIG서울보증(Seoul Guarantee Insurance Company)과 한국주택금융공사(Korea Housing Finance Corporation)의 보증이 필요한 ▲사잇돌대출 ▲전월세보증금대출 등이 있다.

    • 사잇돌대출로는 지난해 9165억원이 공급됐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근로소득자와 개인사업자 부문에서 각각 7980억원, 440억원 규모의 상품이 판매됐다. 개인사업자 대상 대출상품 출시가 늦어지긴 했지만 채무 불이행 시 월급을 차압하면 되는 근로소득자 대상 대출 판매 규모가 더욱 큰 점은 눈에 띈다는 지적이다.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전제로 한 전월세보증금대출도 판매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월세보증금대출의 판매액은 2조75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2018년 누적 약정액 1조원을 돌파한 후 3배 가까이 증가한 모양새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는 "금리 조건이 타 은행에 비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보증서 대출을 주력으로 늘렸다"는 입장이다.

      보증서 대출 중심 카카오뱅크의 대출 정책은 최근의 급변하는 부동산 정책에도 큰 부침을 겪지 않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보증을 받는 카카오은행의 전월세보증금대출은 지난 16일 발표된 전세대출규제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이를 두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리스크를 전문기관이 짊어지는 보증대출에 기대어 대출 부문 규모를 늘리기에만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대출고객의 60% 이상이 신용등급 3등급 이상의 고신용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중신용자(4~6등급)를 위한 중금리대출 시장 활성화라는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카카오뱅크의 대출 성장이 '땅짚고 헤엄치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중금리대출을 중신용자들에게 해준다며 라이선스 취득해놓고 초기에는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해준 것은 비난 받아야 마땅한 부분"이라면서도 "초기에 부실이 늘어나면 외형 늘리기는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대출 관련 리스크관리 능력 등을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상반기 IPO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금융기관으로서의 노하우 및 능력을 투자자에게 보여주어야 하고 주담대 시장 진출을 위해 기존 고객 외 소비자에게도 신뢰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추후 공개될 '부실률'이 카카오뱅크의 능력을 평가할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중신용대출 부실률 추정치는 2~5% 정도로 많게는 10%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힌 중금리대출에 시중은행이 크게 동요하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부실률이 크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률이 높아 은행에서는 파이를 조금 뺏기더라도 크게 민감해하지 않는 상황이다"며 "카카오는 상대적으로 덜 민감할 것이라고 볼 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의 취지기도 하다"고 말했다.

      중신용대출의 부실률과 관련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공시사항이라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