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BTS'…'3조 이상' 빅히트 밸류에이션 적정 논란
입력 2020.02.20 07:00|수정 2020.02.21 15:30
    단순 PER 적용시 3조~4조원대 거론
    '원히트 리스크' 상쇄할 차별화 쉽지 않아
    결국은 '밸류 만들기'가 최대 과제
    • '3조원' 이상에 달한다는 빅히트의 몸값. 이는 '방탄소년단'의 가치일까, '빅히트'의 가치일까.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가 본격 기업 공개(IPO) 준비에 나서면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이르면 연내 상장이 예고되는 가운데  예상 몸값만 3조~4조원에 이른다. BTS의 성공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빅히트가 '수조원대'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BTS 이상의 성장 가능성과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지금까지 BTS가 돈을 잘 벌어온 것은 사실이다. 이미 2018년 빅히트의 시가총액은 동종그룹 주가수익비율(PER) 수준 적용시 1조5000억원을 넘었다. 이제 관심은 과연 빅히트가 앞으로 지금보다 더,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느냐다.

      BTS는 여전히 '잘 나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빅히트의 높은 BTS 의존도를 향한 우려도 나온다. YG엔터테인먼트 상장 당시에도 빅뱅 관련 매출 비중이 75%에 달하는 점이 거래소 심사에서 가장 문제가 됐었다. 치솟는 빅히트의 몸값 역시 'BTS의 글로벌 팬덤'을 고려한 높은 PER을 적용한 결과다.

      현재 빅히트의 대표 아티스트는 BTS가 유일하다. 다만 그 수익성이 타사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다. 빅히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5879억원, 영업이익이 975억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엔터 3대장’인 SM엔터테인먼트가 460억원, JYP가 399억원의 영업이익을, YG엔터는 7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고려한 듯 이달 초 방시혁 빅히트 대표는 회사 설명회에서 “‘빅히트만의 성공 공식’을 찾는데 몰입했다”고 밝혔다. 멀티 레이블·비즈니스 회사의 외형을 갖추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빅히트가 멤버들의 군입대 등 'BTS 공백기'를 대비하기 위해 자신있게 내놓은 사업 다각화 전략은 지적 재산권(IP) 다각화다. 세계 각 도시에 팝업(POP-UP) 스토어를 시범 운영하고, 일부 도시에는 BTS 관련 ‘상설 복합 체험 공간’ 운영에 나섰다. 또 히트곡을 테마로 한 상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IP 프로젝트 확장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도 결국 BTS 팬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다. 빅히트가 추가 비즈니스 확장 계획으로 내놓은 ‘BTS 게임·캐릭터·그림책·드라마’ 등의 매출은 기본적으로 ‘BTS의 인기’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아이돌 산업의 특성상 공백기를 거치면 인기가 감소할 수밖에 없어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하는 사업 모델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기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BTS 상품=100% 성공’은 아니다. 일례로 지난해 6월 넷마블은 BTS IP를 활용한 게임 'BTS 월드'를 야심차게 선보였으나 부진한 성적을 보여 실망감을 안겼다. 출시 전 사전등록 소식만으로 당일 넷마블의 주가가 6% 올랐다. 하지만 출시 이후 지난해 3분기 기준 일평균 4억원 정도의 수익에 그치는 등 기대를 밑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해가 BTS의 ‘효자’ 역할 꼭지점이라는 우려도 있다. BTS와 빅히트는 2018년 여름 재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올해 6월부터 수익배분 조건이 달라질 전망이다. 아티스트 재계약은 통상 1~3년이다.

      BTS는 당시 1년 이상의 계약기간을 남긴 상태에서 ‘멤버 전원’이 ‘7년’ 재계약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만큼 빅히트 측에서 상당히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룹 BTS의 수명이 늘어난 셈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앞으로는 ‘BTS가 버는 돈’을 회사가 과거 수준으로 가져가긴 어려울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회사의 성장성 측면에선 '빅히트 성공 공식'을 증명할 ‘제2의 BTS가 탄생할까’라는 물음이 남는다. 이제까지 빅히트를 향한 투자는 'BTS'에 대한 투자 측면이 크다. 빅히트는 지난해 3월에는 BTS 후속 그룹인 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데뷔시켰지만 아직 유의미한 매출 기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SM엔터는 2000년 상장 당시 H.O.T, SES, 신화 등의 인기 그룹을 배출해 냈고 2011년 상장한  YG엔터도 빅뱅 이외에 2NE1 등의 아티스트를 길러낸 경험이 있었다.

      물론 BTS의 대성공에는 빅히트의 ‘선택과 집중’이 크게 작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기획사를 인수해 몸집을 불리며 아티스트를 늘려가는 빅히트의 최근 행보가 과연 ‘빅히트만의 성공 공식’을 완성시킬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빅히트는 지난해 걸그룹 ‘여자친구’의 쏘스뮤직을 인수했고, 보이그룹 ‘세븐틴’의 플레디스와 합병설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