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트렌드 '3PL→자체물류'…CJ·롯데·한진 고민은 제각각
입력 2020.03.04 07:00|수정 2020.03.03 17:59
    자체물류 도전하는 CJ·롯데 간 경쟁 예상
    아마존에 乙됐던 미국 3PL 사례들 언급도
    • 국내 대기업들과 이커머스 기업들이 자체물류로 사세를 확장하면서 기존 3자물류(3PL) 체제가 중심이었던 택배업계 내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대기업의 장점인 막강한 자본력으로 물류 인프라를 갖춘 CJ·롯데·한진그룹이 쿠팡에 대항한 유력 사업자들로 거론되지만 그룹별 고민은 제각각이다.

      로젠택배가 4년 만에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나왔지만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택배업계 트렌드 변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로젠택배를 보유하고 있는 베어링PEA가 지난해 말부터 매각 작업을 재개했지만 국내외 원매자들이 ‘대형 경쟁사 대비 부족한 물류 인프라’를 우려해 결국 예비입찰에 대거 불참한 것으로 파악된다. 로젠택배는 보유자산을 적게 유지하면서 대리점 방식으로 운영되는 C2C(소비자간 거래) 모델로, 물류업계 내에선 자체물류에 투자하는 경쟁사들 대비 인프라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쿠팡과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자체물류 서비스는 3PL 대비 판매자 입장에서 입점 시 매출 상승과 운송비 절감의 효과를 모두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아마존 사업모델 기준으로 3자물류에선 배송시 박스당 8~9달러의 운송비가 소요되지만 자체물류 시 6달러 수준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CJ·롯데·한진그룹 등 기존 대형 사업자들은 중소 택배기업들에 비해 물류 인프라는 갖췄지만 자체물류 시스템을 완벽히 갖추진 못해 고민도 크다. 이커머스 기업과 정보·기술(IT)기업들이 물류업으로도 사세를 확장하면서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다.

      현재 택배업계 점유율은 CJ대한통운이 약 50%, 한진택배와 롯데로지스틱스가 약 12~13%를 차지한다. 여기엔 쿠팡 등 이커머스 기업들의 자체 택배물량 처리 수치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들의 가파른 성장세는 전통적인 3PL들에 위협이 되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거래액 성장은 전통 택배사들의 시장 파이가 뺏긴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특히 CJ대한통운의 중장기적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시장 내 압도적인 1위 사업자다. 하지만 CJ그룹이 처음 인수할 당시와 비교하면 그룹의 물류사업 밑그림은 표류 상태가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다.

      CJ그룹은 지난 2011년 대한통운을 인수할 당시 2020년을 그룹 물류사업 수성 시기로 잡았다. "2020년까지 글로벌 톱5의 물류기업으로 성장해, DHL, UPS, 페덱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목표였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 매출 25조원, 해외 매출비중 50% 이상 달성을 내걸었는데,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연매출 10조4151억원에 해외 매출비중 42.6%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물류업계 내에선 올해 목표달성까진 어려울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보유한 곤지암허브터미널에서 계열사 CJ오쇼핑 물량을 처리하는 등 자체물류를 시도하고 있지만 대부분 물량은 대형화주인 네이버에 기대고 있어 '반쪽 자체물류'란 평을 받는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은 마켓플레이스와 구독 서비스가 없다는 한계점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서 일부 비용 감축은 가능해도 매출이 느는 구조로 느껴지진 않는다”라면서 “CJ그룹은 대한통운 인수 당시 ‘아시아의 DHL’이 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룹 내 우선순위도 조금 밀린 것 같다. 점유율 1위에만 만족할 건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롯데그룹은 CJ그룹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신설 합병법인인 롯데글로벌로지스를 필두로 메가허브터미널을 짓고 있다. 예상 완공 시점인 2022년부터는 그룹 유통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내 자체물류도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열사들 간 교통정리가 원활할지 등 대기업 구조적 한계는 자주 지적돼 왔다.

      이 와중 롯데그룹과 택배시장 점유율은 비슷하지만 여전히 3자물류에만 머물러 있는 ㈜한진의 한진택배는 ‘미래가 없다’는 지적이다. 그룹 내에선 지주회사 한진칼 경영권 분쟁으로 미래 택배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쉽지 않다. 롯데나 CJ그룹 대비 항공사(대한항공)를 보유해 물류 시너지를 낼 요소가 많음에도 활용이 요원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더욱이 국내 택배사들 중 쿠팡에 대한 의존도(20%)가 가장 높은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이는 아마존 사례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아마존 매출 의존도가 25%로 가장 높은 USPS(미국 우정청)의 거래대금(ADV) 감소 추세는 페덱스(1.3%)나 UPS(10%)에 비해 크게 두드러졌다. 2017년 1월 60%대에서 지난해 4월엔 33%대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UPS는 20%에서 16.5%로, 페덱스는 1.6%대를 유지했다. 아마존만 유일하게 12%에서 47.6%까지 급성장했다. 쿠팡이 향후 자체물류 시스템을 완성할 시기엔 한진과의 계약은 더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현재로선 자체물류가 가능한 인프라 구축까지는 빨랐지만 그룹차원 동력은 다소 떨어진 CJ그룹과, 그룹차원 의지는 있지만 다소 출발은 늦은 롯데그룹 간 경쟁구도가 예상된다. 다만 쿠팡의 성장세는 위협 요소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CJ와 롯데는 자본력이 막강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자체물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쿠팡 대비 경쟁력은 조금 떨어지는 면이 있다”면서 “UPS나 페덱스, DHL 등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아마존에 주도권을 뺏겨 을(乙)이 됐던 것처럼 쿠팡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하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