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내건 패스트파이브, 보다 복잡해진 가치 평가
입력 2020.07.15 07:00|수정 2020.07.15 11:06
    내달 예비 심사청구…부채비율 하향 작업 진행
    마땅치 않은 비교군에 PSR 배수 방식도 거론
    상장 실패한 위워크와 차별 보이는 것도 과제
    '플랫폼 기업' 선언에 산정 난이도 상승 전망
    • 패스트파이브가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국내 최초의 공유오피스 업체 상장인만큼 기업가치 산정 방식에 시선이 쏠린다. 회사 측이 상장 시기에 맞춰 ‘플랫폼 기업’이란 콘셉트를 꺼내들면서, 상장 과정에 어떤 영향을 더할지도 주목된다.

      패스트파이브는 연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다음달 예비 심사청구를 준비 중에 있다. 상장주관사는 지난해 8월 선정한 NH투자증권으로, 최근 50:1의 액면분할을 실시하고 평가손실이 500억원에 달했던 RCPS(전환상환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꾸는 등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앞서 위워크의 나스닥 상장 실패가 크게 부각됐던 만큼, 패스트파이브의 기업가치가 어떤 방식으로 산정될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일단은 영국 상장업체 리저스 등을 비교군(Peer Group)으로 놓고, 국내에선 잘 사용되지 않는 성장성 투자지표인 주가매출비율(PSR)을 배수로 적용하는 형태가 거론되고 있다.

    • 실제로 패스트파이브는 외형 성장 면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425억원으로, 지난 2015년 창업한 이래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90%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올해 7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수익성은 고민거리다. 패스트파이브는 지난 2017년 영업이익 5000만원에서 2018년 영업손실 10억 377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이 처음 적용된 최근 감사보고서에선 지난해에도 49억원 상당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부동산 담당 연구원은 “공모시장에 들어온다면 잠재 성장성 측면에서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라면서도 “단순 주가매출비율에만 의존하면 지점별 사업성이나 영업이익의 연동이 적을 테니 공실률과 입주 업체 현황을 반영할 수 있는 부가적인 지표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위워크와의 차별성을 보이는 것도 과제다. 오피스 업계의 추산으로 위워크의 공실률은 30%에 달한다. 패스트파이브는 이를 지적하며 입주사 관리에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패스트파이브는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시내에 25개 지점에서 공실률 1.7~3.3% 수준을 유지해왔다. 중장기적 성장 방안으로 대형 기업 고객 유치를 꺼내든 만큼 공실률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한 외국계 부동산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패스트파이브의 전략은 위워크처럼 CBD(도심권역)·GBD(강남권역) 등 핵심업무지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은 외곽 지역이라도 수요가 보이면 단가를 싸게 내어 공실률을 줄이고 지점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해왔다”며 “기업 고객 유치는 초기 위워크의 전략과 유사한 형태로 기존 전략과는 상반될 수 있어 로컬(Local)의 장점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패스트파이브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동남아시아의 그랩, 국내의 쿠팡 등을 열거하며 ‘오리지널 서비스를 벗어나 플랫폼화된 기업’이란 점을 유사성으로 언급했다. 교육회사인 패스트캠퍼스의 단일 최대주주가 된 이유 역시 기업고객들의 비즈니스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공유오피스 시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아직 기준을 잡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패스트파이브가 ‘플랫폼 기업’이라는 키워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에 기업가치 산정이 더 복잡해질 것이라는 평가다.

      증권사 IPO 담당 관계자는 “밸류에이션 산정에서 상장 유사기업이 모호한 스타트업 같은 경우엔 주관사의 스토리 만들기에 기댈 정도로 정답이 없다”며 “상장 타이밍을 놓치면 불리해질 수 있으니 어느정도 숫자가 나올 때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