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는 '1금융권 저축은행'?…'빚투ㆍ영끌' 전도사
입력 2020.10.05 07:00|수정 2020.10.06 09:54
    3년 만에 신용대출 시장서 존재감...고신용자 위주 영업
    중금리는 원금 보장 사잇돌대출 중심...고정비 적어 가능
    "신용대출 상당부분은 주택ㆍ주식 구입에 쓰였을 것"
    케이뱅크 정상화ㆍ토스뱅크 출범 이후에도 독주 가능?
    • "최근 은행권 신용대출이 폭증한 건 고신용 직장인들의 빚투(대출로 주식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 때문이죠. 이런 경향에 카카오뱅크가 일조한 바 크다고 봅니다. 실제로 고신용 직장인들은 카카오뱅크를 '쉽고 빠른 대출은행'로 인식하는데, 이건 저축은행ㆍ캐피탈의 '직장인 즉시 대출'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1금융권이라 신용등급에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죠." (한 증권사 연구원)

      설립 3년차, 기업공개(IPO)까지 앞둔 카카오뱅크는 그간 얼마나 많은 혁신을 했을까?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도입한 '챌린저 뱅크'가 단 3년 만에 흑자전환한 것 자체가 혁신이라는 관전평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긍정적으로 보기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카카오뱅크는 오프라인 점포가 없어 고정비 부담이 적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안정적인 고신용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면서 단기간내 이익을 냈다는 의미다. 이는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은행들이 도입될 당시 '중금리 상품을 공급하겠다'는 정책 취지와는 정 반대에 서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이러다보니 카카오뱅크에 대해 '사실상 대출을 뚝딱 해주는 저축은행에 불과하지만 표면상 1금융권이라고 취급받는다'라는 혹평도 나온다.

      이런 성장 모델은 카카오뱅크의 설립 당시 내세운 취지와 동떨어진다. 동시에 K뱅크와 토스뱅크의 약진이 가시화되면 곧바로 성장성의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개된 수치만 놓고보면 카카오뱅크는 출범한 지 만3년만에  '국내 개인 신용대출' 시장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 비주택담보시장 내에서 카카오뱅크의 점유율은 무려 12.5%를 넘어섰다. 국내에서 무려 6곳에 달하는 지방은행 합산의 비주택담보시장 대출 점유율이 14.6%에 그친다.

      결국 카카오뱅크 단 1곳의 비주택담보시장에서의 대출과 단기간 양적팽창이 엄청나다는 의미다.

    • 이 같은 추세는 올해 더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8월말까지 전체 신용대출 잔액은 10조2900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잔액은 2조2000억원 늘어났다.

      쉽게 말해 국내에서 지난 1년간 급증한 신용대출 가운데 무려 1/5이 카카오뱅크에서 발생했다는 뜻이다. 이러다보니 카카오뱅크는 '신용대출' 부문에서만큼은 5대 대형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신용대출에 제동을 걸기 위해 시중은행장을 소집했는데 여기에 카카오뱅크도 당당히(?) 참석했다.

      짧은 기간에 카카오뱅크가 '대출'에서 급성장한 배경은 명확하다. 이른바 '고소득 고신용 직장인 대출'에 집중했다는 점이 꼽힌다.

      애초에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중신용 중금리 상품 공급'을 목표로 내세웠고 이런 취지가 인정을 받아 설립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설립 이후 카카오뱅크가 집중한 곳은 중신용ㆍ중금리가 아닌, 급전이 필요한 '고신용 대출' 부분이었다.

      현재 신용등급별 대출 비중 관련 데이타들은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은행연합회이 발표하는 '신용대출 금리구간별 비중'을 통해서는 어느 정도 추론이 가능하다. 대략적으로 금리 4% 미만 대출은 고신용자 대출, 금리 5% 안팎 대출은 중금리 중신용 대출로 업계에서는 이해되고 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면, 카카오뱅크는 대출공급액 (2020년 9월 취급액 기준)의 대부분인 92%을 4% 미만, 즉 '고신용자'에게 집중했다. 이 정도 구간은 시중은행에서도 전문직종을 가진 '최상위권 신용자'에 대한 대출로 분류된다. 실제로 시중은행에서 5%이상의 중금리 대출은 전체 대출의 2.6%에 그친다.

      즉 카카오뱅크는 "중신용을 가진 이들에게 적절한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겠다"라고 내세우며 설립됐지만 실제로는 고소득층에 대한 대출에 집중했다는 의미다.

    • 이런 수치는 정책상품을 제외한 비중이다. 카카오뱅크의 핵심 중금리 상품은 정책상품인 '사잇돌대출'. 카카오뱅크는 이 사잇돌대출을 중심으로 연 1조원 가량의 중금리 상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사잇돌대출은 다른 서민금융상품과 차별화되는 특징이 없었다. 이로 인해 2016년 출시 때부터 '천덕꾸러기 관제상품'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상품은 SGI서울보증이 손실을 전액 보전해주는 대신, 은행으로부터 보험료를 받는 구조로 돼있다.

      시중은행 입장에서 사잇돌대출은 점포ㆍ인건비 등 고정비를 감하고 SGI서울보증에 보험료를 납부하고 나면 사실상 적자를 보는 상품이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이 같은 고정비 부담이 없다. 보증을 통해 원금을 보장받는다는 점도 고객별 신용평가 능력이 부족한 카카오뱅크가 사잇돌대출을 주력으로 삼을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뱅크는 작년 중금리 대출 공급액이 9785억원에 달한다고 홍보해왔다. 이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9165억원이 이른바 사잇돌대출에서 나왔다. 올 상반기에도 6600억여원의 중금리 공급액 중 대부분이 사잇돌대출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을 허가한 정책목적에 부합하는 정말 순수한 의미의 중금리 대출은 카카오뱅크 자체 개발 상품인 '중신용대출' 정도일 것"이라며 "상반기 말 기준 17조6800억원 수준의 대출 공급액 중 1600억원 안팎을 차지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이런 현실을 부인한다. 카카오뱅크 홍보 담장자는 "사잇돌대출도 부실이 발생하면 연체가 잡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여전히 수수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없다는 말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카카오뱅크는 정부가 중금리 대출 장려를 위해 만든 상품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카카오뱅크의 사잇도래출 공급액은(8월말 기준, 1조9000억원)은 중금리대출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규모를 다 합친것보다 더 많은 상황이니, 카카오뱅크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중신용고객은 15% 안팎의 고금리를 물어야 하는 저축은행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카카오뱅크의 이런 비즈니스 구조가 국내 금융권에 미친 파급효과다.

      코로나19로 인한 초저금리와 재정정책으로 주식ㆍ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소득에 비해 자산이 적은 30~40대 고신용 직장인들은 적극적으로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공모주 투자와 '동학개미운동'을 비롯한 주식 투자가 급증했는데 그 중심에 카카오뱅크의 '대출'이 자리잡고 있다는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지난달 카카오게임즈 공모 청약에 60조원의 증거금이 몰렸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청약을 앞두고 카카오뱅크의 대출 신청 시스템이 한때 마비가 되기도 했다. 주택을 구입하며 모자란 잔금을 신용대출로 끌어 대는 '영끌' 투자도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각종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및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을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은행의 2020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저축은행 가계대출 중 고신용자(1~3등급) 비중은 11.4%, 여전사(캐피탈)은 41.8%에 불과하다. 이들은 속칭 '2금융권'으로 분류돼 대출 실행시 고신용자의 경우 신용등급에 피해가 갈 수 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이런 등급 강등 우려에서 자유로운데다, 전면 비대면 방식으로 절차조차 간편해 고신용자 대상 비중이 90% 이상(추정치 기준)일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대출 중 상당 부분은 말만 신용대출이지 사실상 주담대(주택담보대출ㆍ주식담보대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특히 올해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순증분 2조2000억원의 사용처를 추적하면 거의 대부분이 주택과 주식 구입에 활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혁신'을 내세웠으나 사실상 고소득층 신용대출로 성장한 카카오뱅크의 '혁신성' 부족을 지적한다. 특히 임원진들이 금융권 관련 배경이 부족하다보니 자연스레 '기존 먹거리'를 재활용하는데 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당시부터 한국투자금융그룹과 카카오그룹 소속 인력들로 이사회 및 주요 임원 풀(pool)이 구성됐다. 김주원 이사회 의장은 은행업 경험이 전무하다. 김 의장은 동원증권ㆍ동원창업투자ㆍ한국투자파트너스 등을 거친 증권가 인사로 오너 경영인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의 복심(腹心)으로 꼽힌다.

      올해 3월 선임 사외이사로 선출된 이계순 이사는 주요 주주인 우정사업본부측 추천 인사다. KB국민은행 측 이상원 이사는 윤호영 대표, 이계순 이사 등과 카카오뱅크 인사권의 핵심인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멤버로 활동했다. 결과적으로 주요 주주들의 입맛에 맞춘 인사들이 배치됐지만 이들이 현재 시중은행과 경쟁할 만한 상품을 내놓지는 못했다는 것.

      한국투자금융측 이용우 전 대표가 총선을 계기로 사임하자 윤 대표 단독대표 체제를 선택한 대신 부대표 자격으로 김광옥 한국투자파트너스 전무를 선임한 것이나, 6명의 업무집행사원(핵심임원)의 밸런스를 카카오 2, 한국투자금융 2, 관리직 외부영입 2로 유지하거나 한 상황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뱅크 주주단에서도 '예대마진' 외에 카카오뱅크가 하려는 사업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이용우 전 대표 사임 이후 단독대표 체제 전환 과정에서도 이사회 안팎에서 다소 잡음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고신용 직장인 위주 사업 구조는 다만 카카오뱅크가 추친하는 IPO에는 도움을 줄 전망이다.

      현재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카카오뱅크가 타겟 시장을 우량등급 신용대출로 선정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0.23%로 업계평균인 0.78%를 크게 하회한다.

      그럼에도 불구, ▲ 고신용자 신용대출이라는 한정적인 시장에서 ▲ 고정비 절감을 통한 금리 경쟁만으로 고객을 확보한 카카오뱅크가 과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설립 이후 금리 경쟁이 일어나 금융소비자 편익이 증진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나라에서 무점포를 허용해줬기 때문에 생긴 고정비 경쟁력이라 카카오뱅크만의 장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독주엔 정치권과 얽힌 케이뱅크의 영업 난조도 한 몫 했다"며 "케이뱅크의 영업이 정상화되고, 내년 중 토스뱅크가 출범하면 현재의 전략으로는 한계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형금융지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배인데, 카카오뱅크가 상장 과정에서 1배 이상을 요구하려면 고신용자 신용대출 외에 다른 성장 비전을 제대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