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스 대장주, 코스닥 이전상장 활발‧‧‧코넥스 입지 약화 '가속화'
입력 2020.12.24 07:09|수정 2020.12.28 10:38
    지놈앤컴퍼니 등 코넥스 ‘대장주’, 코스닥 이전 성공
    코넥스의 가교 역할 충실해진 만큼 입지 불안 지적도
    • 지속되는 유동성 장세를 틈타 코넥스 상장기업들이 코스닥으로의 '탈출' 행렬에 서둘러 동참하고 있다. 풍부한 주식대금을 바탕으로 1000대1이 넘는 수요예측 결과가 이어지자 코스닥으로 넘어가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라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넥스 시장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코스닥 진입 요건 완화로 코넥스의 필요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굵직한 코넥스 상장기업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탓이다. 반면 코넥스 시장으로의 신규 진입은 주춤하고 있다.

      이달 들어 금융정보 플랫폼회사 에프앤가이드, 글로벌 면역항암제 기업 지놈앤컴퍼니 등 대어급으로 꼽히는 코넥스 상장기업들이 잇따라 성공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안착했다. 올해 11월말 기준으로 시큐센, 래몽래인, 인카금융서비스 등 모두 10곳의 코넥스 기업이 추가로 코스닥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유동성 장세를 맞이해 코넥스 기업들이 너도나도 코스닥 이전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실제로 공모 흥행 결과도 폭발적이었다. 에프앤가이드는 기관 및 일반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각각 1327대 1, 1353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7000원으로 희망 공모가 상단인 6500원을 웃돌았다. 지놈앤컴퍼니 역시 마찬가지다. 공모가격은 최상단인 4만원에 확정됐고, 기관과 일반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가 모두 1000대 1을 훌쩍 넘었다.

      코스닥 이전 상장을 앞둔 코넥스 기업은 올해까지 앞으로도 두 곳이 추가로 남았다. 탈모샴푸 제조회사인 TS트릴리온은 28일, 의류제조회사인 엠에프엠코리아는 30일 코스닥에 상장한다. 통상 연말에는 코스닥의 신규 상장 사례가 많지 않지만, 최근의 유동성 장세 덕분에 12월에도 상장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원래는 12월 초나 중순부터는 통상 기업공개(IPO) 시장이 휴식기에 접어들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활발한 상황”이라며 “기본적으로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는 데다 우호적인 수요예측 결과들이 코넥스 기업의 코스닥 이전 상장을 장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넥스 시장의 입지는 점차 줄어드는 모양새다. 코넥스 시장에서 코스닥 진입이 용이해진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코넥스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코스닥 상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2~3년 새 거래소가 벤처기업 육성 차원에서 코스닥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점 역시 코넥스의 필요성을 떨어뜨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 등 대장주들이 빠져나간 점도 일시적으로 코넥스의 영향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월 코넥스의 마켓브리프 자료에 따르면, 지놈앤컴퍼니 시가총액은 7618억원으로 코넥스 시장 1위였다. 2위인 툴젠(4799억원)보다 1.5배 이상 크다. 툴젠 역시 최근 바이오기업 제넥신을 최대주주로 맞이하고 코스닥 이전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어, 조만간 코넥스 소속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현재까지 코넥스 시장에 새로 진입한 기업들은 에이스캠퍼, 씨엔티드림, 루트락, 나우코스 등 9곳이다. 아직까지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신생기업들인 만큼 이들 기업이 지놈앤컴퍼니, 툴젠 등과 어깨를 견줄 때까지는 최소 5~7년가량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넥스협회 관계자는 “코넥스의 설립 목적 자체가 기업들이 이 시장에 오래 머무르는 것이 아닌, 코스닥으로 이전하기 전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물론 대장주들이 빠지면서 일시적으로 시장 규모는 줄어들 수 있지만 이전 상장이 많다는 것 자체가 코넥스의 기능이 충실히 발현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