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ㆍ증시불안ㆍ공모경쟁 과다...IPO 서둘러야 할 한화종합화학
입력 2021.03.02 07:00|수정 2021.03.04 22:13
    유동성 고려해 상장시기 최대한 앞당길 듯
    하반기 LG에너지솔루션 등 경쟁사 다수 우려
    • 한화종합화학이 기업공개(IPO)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찍 찾아온 조정세에 증시가 들쑥날쑥한데, 다른 유력 산업의 대어(大魚)들과 상장 경쟁을 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삼성그룹과 맺어둔 상장 기한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여러모로 최대한 서두르는 편이 유리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주력 사업인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생산업의 앞날이 밝지 않다는 것도 이슈다. 최근 트렌드인 '친환경'과 동떨어져 있는데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지난 2015년처럼 수익성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게다가 올해엔 대기업 계열사들을 비롯해 플랫폼, 콘텐츠 등 소위 트렌드에 민감한 ‘대어급’ 공모주들이 너도 나도 상장에 뛰어들고 있어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한화종합화학 입장에선 일단 준비를 최대한 앞당긴 채,  기회를 엿봐야 하는 입장이란 평가다.

    •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최근 하반기로 예정된 상장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진행하는 데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 주관사 선정 당시만 하더라도 여전히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열어두며 조심스레 상장에 접근하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상장 지역을 단정 짓지 않았지만,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한화종합화학의 국내 상장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나스닥 상장은 일정상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화종합화학은 2022년 4월까지 상장해야 한다. 한화종합화학의 원 주인인 삼성그룹과 맺은 주주간 계약에 따른 것이다. 2015년 삼성그룹은 한화에 삼성종합화학을 넘기며 삼성물산과 삼성SDI의 일부 지분을 남겨뒀다.

      한화그룹은 삼성그룹과 내년 4월까지는 한화종합화학을 상장하기로 합의했다. 기한 내 상장을 하지 못할 경우 삼성그룹은 한화그룹에 합의한 조건대로 되사달라고 요청할 권리(풋옵션)을 갖는다. 대신 상장만 하면 풋옵션 부담은 사라진다. 대기업간 거래라 별도의 적격상장(Qualified IPO) 약정은 없기 때문에 가치평가보다 상장 성공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 PTA 업황은 최근 중국에서 비롯된 공급과잉에 따라 갈수록 악화되는 분위기다. 한국화학섬유협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중국의 연간 PTA 생산능력은 7309톤으로 전년보다 28.02%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생산능력 증가세가 수요를 크게 웃돌아 공급가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종합화학 역시 업황 악화에 따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실적 부진이 가시화되기 이전에 부지런히 상장을 서둘러야 하는 셈이다.

      올해 IPO 시장 환경도 한화종합화학에 유리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쟁쟁한 경쟁사들과 자칫 공모 시기가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모주 흥행 바람을 타고 여러 기업들이 너도 나도 상장을 앞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에는 SK 계열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 IET가 서둘러 상장을 꾀하고 있고, 작년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한 크래프톤 역시 상반기 안에 상장 예비심사를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여가 플랫폼을 꿈꾸는 야놀자 역시 테슬라 요건을 통해 최대한 상장 일정을 서두를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반기에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도 기다리고 있다. 최대 100조원의 기업가치가 예상되는 사상 최대 규모 상장으로 작년부터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온 데다, 2차 전지라는 친환경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대어급’ 공모 사례다.

      더욱이 한화종합화학은 이들과 경쟁하기에는 전통 산업인 석유화학업종에 속한다는 시선에서도 탈피해야 한다. 자회사인 한화토탈을 통해 수소 관련한 친환경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고는 있지만, 여전히 매출 비중은 주력인 PTA사업이 위주다. PTA는 폐수ㆍ플라스틱 쓰레기 등의 이슈로 '친환경' 트렌드에서 다소 벗어난 '구시대 산업'으로 취급받고 있다.

      한 IPO 업계 관계자는 "주관사단 내에서 적절한 상장 시기에 대한 고민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증시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 지 예측하기 어려운만큼, 유동성의 힘이 남아있는 상반기 내 진행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화종합화학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상장 시기나 장소와 관련해서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자세한 사항이 나오면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