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 등급강등 한숨 돌렸지만…'부실자산' 예의주시는 계속
입력 2021.03.24 07:00|수정 2021.03.24 09:52
    지난해 등급 전망 강등 직전까지 간 초대형IB
    주식투자 붐 타고 호실적…크레딧 위기 일단락
    우려 나왔던 해외 투자 손실 하나 둘 터지면서
    올해도 자산 건전성 이슈는 면밀히 살펴볼 듯
    • 올 상반기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투자 등 자산 건전성과 관련된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풍부한 유동성, 경기회복세와 더불어 지난해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투자 등 자산 건전성과 관련된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풍부한 유동성, 경기회복세와 더불어 지난해에 불거졌던 유동성 이슈는 일단락된 분위기다. 우려가 나왔던 해외 투자 자산 손실도 급증한 브로커리지 실적으로 상쇄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남은 불확실성에 초대형IB(투자은행)를 비롯한 국내 증권사들이 자산 건전성 우려에서 완전히 해소된 상태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코로나 쇼크’ 이후 예고됐던 초대형IB의 해외 자산 투자 손실 건은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결산 실적에 코로나 영향이 실제 숫자로 나타나면 대규모 손상이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다만 실적이 워낙 좋게 나오다보니 ‘티가 많이 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달 국내 증권사를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이 약 3000억원 규모의 중·후순위 투자를 실행한 '더 드루 라스베가스(The Drew Las Vegas)' 리조트 사업 건이 코로나 확산으로 개발이 중단되면서 투자금 전액 손실로 결정났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가 메자닌을 주관·인수했고 NH투자증권은 지분 투자(에쿼티)도 병행했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달 브라질 부동산 펀드가 원금의 85% 손실을 내고 8년 만에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이익이 많이 날 때 손실을 반영하는 것이 나은 점을 고려해 증권사들이 이번 결산에 손상을 포함 시킨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상반기에까지는 해외투자 자산 부실화를 좀 더 면밀히 살필 예정”이라며 “증권사 거래대금이 최고점을 찍었을 때보다는 낮아져 수익 규모가 줄어들고 있기도 하고, IB쪽에서 지연된 대체투자 등 투자 건들을 올해 해나갈 것으로 보여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은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었다. 지난해 초 ‘코로나 쇼크’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유동성 이슈가 떠오른 바 있다. 대형 증권사들 또한 파생결합증권 관련, 해외펀드 등의 평가손 부담으로 1분기 실적 부진을 보였다. 한국투자증권(1339억원), KB증권(146억원)은 분기별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발빠른 위험 점검에 나섰다. 코로나 이전부터 지적돼 온 증권사의 우발채무 문제 등 재무건정성 우려는 더욱 커진 상황이었다. 당시 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각각 대형 증권사 1곳과 2곳에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특정 증권사의 등급 및 전망 변경을 통보하진 않았다. ‘크레딧 충격’을 막기 위해 모 증권사는 신평사에 재무 개선 계획을 내고 진행 결과에 따른 강등 조건을 걸기도 했고, 일부 증권사들은 재심을 요청하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2분기 이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회복세를 보였고, 국내에서 '동학개미운동' 등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증권사 실적도 정상화됐다. 1분기 적자를 기록한 증권사들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상황이 반전되면서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증권사들 등급도 유지됐다. 브로커리지 호황은 하반기까지 이어졌고, 증권사들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과 신용평가사들 간의 갈등이 드러나기도 했다. 상황이 좋을 때나 악화됐을 때 각각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는 신용평가사 입장에서는 위험 경고를 제시할 수밖에 없지만, 최대 실적을 내며 상황이 개선된 증권사들은 '후한 평가'를 기대했던 것이다. 지난 연말 모 신평사 증권 담당 실장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자 업계에선 '고객(증권사)'과의 갈등이 인사에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해외를 직접 못가고 있다 보니까 장부가로 계산돼 있는 기존 투자 자산들이 어디가 부실인지를 알지 못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터지고 있다”며 “실적이 좋아서 티는 안나고 있지만 올해 증시가 다소 출렁이고 있기도 하고 작년처럼 이익을 많이 내기 어려울 수도 있어 그런 와중에 해외에서 큰 건이 하나 터지면 이슈가 번질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