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몸값 1년새 '3조' 껑충…요기요 몸값은 1.5조?
입력 2021.03.26 07:00|수정 2021.03.25 16:22
    배민 M&A 대가로 받은 신주 가치 상승
    작년 GMV 16조…몸값은 GMV 0.5배 수준
    요기요 작년 GMV 3조…0.5배면 몸값 1.5조
    1년 새 얼마나 가치 유지했는지는 의문
    • 배달의민족 주주들은 2019년말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계약하며 대가로 현금과 DH 신주를 받기로 했다. 거래는 이달 초 마무리됐는데 계약 후 DH 주가가 상승하며 실질 거래 규모는 크게 뛰어 올랐다. 거래액(GMV)도 함께 늘었기 때문에 GMV 대비 거래 배수는 비슷하게 유지됐다.

      배민 M&A 후속으로 나온 요기요의 몸값도 관심이다. 배민과 동일한 거래 배수를 인정받는다면 1조원 중반의 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M&A 업계나 잠재 원매자 사이에서도 수긍할만한 금액이란 분위기다. 배민 승인 절차 중 기업가치를 얼마나 유지했느냐는 변수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12월 DH와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1년 뒤 공정거래위원회는 요기요 매각 조건부로 거래를 승인했고, 지난 2일 거래가 최종 완료됐다. 계약 당시 우아한형제들 100% 지분 가치는 36억유로(당시 약 4조8000억원)으로 평가됐다. 배민 주주들은 인수 대금을 현금 17억유로와 19억유로 규모의 DH 신주(4010만주)로 받기로 했다.

      DH 주가는 배민 M&A 계약 후 두 배가량 올랐다. 자연히 거래 규모도 커졌다. DH는 거래 종결 시점의 주가를 고려한 최종 거래 규모는 약 57억유로(약 7조7000억원, 2일 환율 적용시)라고 밝혔다. 계약 후 1년여 사이 배민 몸값이 3조원 가까이 뛴 셈이다.

    • 지난 16일 DH 발표에 따르면 2020년 배민의 GMV가 116억유로(약 15조7000억원)로 2019년(약 67억유로, 약 9조원) 대비 73% 성장했다. 계약 당시 DH는 배민 2019년 예상 GMV를 8조원으로 보고 GMV 대비 0.6배의 거래 배수를 적용했다. 9조원 대비로는 0.53배 수준이다. 작년 GMV 대비 배민 최종 가치는 0.5배가량이다. 배민이 급격히 비싸졌지만 실질적일 거래 배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M&A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DH가 배민 인수 대금을 더 쳐준 셈인데, 우아한형제들 인수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면 손해 본 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민 거래 배수는 요기요 M&A에서도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요기요 매각주관사가 잠재 인수자들에 발송한 설명 자료에 따르면 요기요는 작년 2조9200억원의 GMV를 달성했다. 여기에 GMV 0.5배의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가정하면 요기요 몸값은 1조5000억원 안팎이 된다. 아직 구체적인 정보는 없지만 M&A 업계나, 잠재 인수후보 사이에서도 이 정도 몸값은 허황된 것이 아니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는 거의 배민과 요기요가 거의 동일 선상의 기업이라는 전제에서다. 실제로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요소들이 적지 않다.

      잠재 원매자군이 상당 부분 겹치는 이베이코리아 매각이 거의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승리자가 요기요까지 인수할 여력은 마땅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요기요를 이베이코리아 대용으로 볼 수 있느냐도 의문이다.

      한 M&A 자문사 관계자는 “요기요 몸값 1조5000억원은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로 보인다”면서도 “이베이코리아와 원매자군이 겹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요기요가 성장하는 음식배달 시장의 2위 사업자긴 하지만 1위 배민과 격차는 크다. 요기요의 시장점유율이 배민 절반 수준이었으니 2조원의 몸값은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작년 GMV 격차는 예상보다 크게 나타났다. DH는 요기요 매각을 감수할 만큼 배민 가치를 높이 봤다.

      가장 큰 변수는 배민 M&A 승인 과정에서 요기요의 기업가치가 얼마나 훼손됐느냐다. 요기요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19년 -619억원에서 1년 뒤 47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볼 수 있지만, 공격적인 영업을 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란 평가도 나온다. DH 입장에선 최악의 경우 요기요와 경쟁해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구태여 요기요에 힘을 많이 실을 이유는 없었다.

      요기요 잠재 인수후보는 “요기요 실적이 급격히 개선됐는데, 이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1년 새 요기요 플랫폼이 얼마나 훼손됐느냐가 중요한 가치산정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