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많은 현대오일뱅크...과연 내년이 상장 적기일까
입력 2021.06.18 07:00|수정 2021.06.21 09:55
    아람코·현대중공업지주 등 상장 관련 요구사항 많아
    상장 ‘3수생’ 체면 지키기 위해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 중요
    • 현대중공업지주 계열사 현대오일뱅크가 내년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이지만 적정한 기업가치를 받기에 적기일지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아람코와 현대중공업지주 등 상장 과정에 ‘입김’을 불어넣을 의사결정자들이 많은 데다, 현대오일뱅크 스스로도 밸류에이션(Valuation)에 대한 욕심도 만만치 않다는 후문이다.

      관건은 결국 현대오일뱅크의 올해 실적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에 상장을 한다면 올해 말 실적을 기준으로 몸값이 매겨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유업황 회복 등을 통한 기대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지난 15일 현대오일뱅크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는 2022년 중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을 추진하고 지정감사인을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오일뱅크가 2019년 1월 상장을 추진했다가 잠정 중단한 뒤로 약 2년5개월 만에 다시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업공개를 시도하며 유독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2012년과 2019년 두 차례 상장을 시도했지만 스스로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2012년 유로존 위기, 2019년에는 증시 침체 및 투자 위축 등 외부 요인으로 시장에서 적정 가격을 인정받기 어려워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바꿔 말하면 현대오일뱅크 스스로 기업가치에 대한 욕심이 크다는 의미다. 현대오일뱅크 내부에서는 두 차례에 걸친 상장 철회에도 여전히 적정 기업가치에 대한 고민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다 현대중공업지주, 아람코, 증권사 IB들까지 현대오일뱅크 상장에 관여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많다는 점도 상장 추진에 상당한 부담이라는 후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9년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형식으로 아람코로부터 약 1조3749억원을 투자 받았다. 지분 약 17%를 매각하는 조건이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약 74.1%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아람코가 지분율 약 17%로 2대 주주다. 당시 아람코가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사뒀던 만큼 현재까지도 현대오일뱅크 상장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지주와 현대오일뱅크 등 회사와 관련이 있는 증권계 IB들 역시 의사결정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크레디트스위스 등을 상장 주관사로 두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2018년 상장할 당시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현대중공업의 IPO(기업공개)주관사를 맡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중공업지주가 긴밀한 교류를 하고 있다”라며 “(현대오일뱅크 상장과 관련해서도) 주관사단에서는 풍부한 유동성에 공모주 시장 호황 등을 앞세워 상장 추진을 독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결국 모든 이해참여자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기 위해서는 현대오일뱅크의 올해 실적 추이에 달려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대오일뱅크 스스로든, 투자자인 아람코나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지주든 원하는 바는 적정한 기업가치다. 적어도 아람코에 투자를 받았을 당시 기업가치인 8조1000억원은 웃돌아야 현대오일뱅크가 상장 재추진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올해 연간 기준 최소 1조원의 영업이익은 내야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유업 특성상 EV/EBITDA(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배수가 4~6배 정도임을 감안하고 최대 6배의 배수를 인정받는 전제 아래서다. 쉽지만은 않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연간 매출은 13조6899억원을 냈지만 약 5933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은 탓이다. 최근 인도 및 동남아 등에서 코로나 재확산세가 퍼지는 점을 감안하면 업황 반등에 좀 더 시간이 걸린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1분기 호실적을 내기는 했지만 정유업이 워낙 씨클리컬(경기민감)한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올해 실적 전망을 완전히 낙관하기는 어렵다”라며 “현대오일뱅크 내부에서도 (상장과 관련해) 올해는 당연히 어렵고 내년에도 변수가 많을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