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SK그룹 첫 IPO는 바이오사이언스...IET는 하반기 예정
입력 20.11.04 07:00|수정 20.11.05 10:13
SK㈜ㆍSK케미칼ㆍSK네트웍스 계열별로 적극 상장 추진
일정 조율 한창...사이언스ㆍIET 이후는 원스토어 등 대기
SK플라즈마 내년 준비 착수할 듯...루브리컨츠ㆍ건설은 곤란
  • 기업공개(IPO) 시장의 화수분이 된 SK그룹 계열의 내년 첫 거래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될 전망이다. 전기차 테마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SK IET는 하반기 중 공모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에도 원스토어ㆍSK실트론ㆍSK플라즈마 등 계열사 상장이 잇따라 추진될 예정이다. 다만 추진 과정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SK루브리컨츠와 SK건설, 오너 리스크가 불거진 SK매직은 당분간 공모 시장에서 보기 힘들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SK케미칼 계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르면 내년 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전망이다. 큰 변수가 없다면 4월 예심 통과 후 공모 절차를 거쳐 상반기 중 증시에 입성하게 된다. SK바이오팜에 이은 SK그룹 두 번째 바이오 상장사가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지난달 27일 1대 2 무상증자를 통해 전체 발행주식수를 204만주에서 612만주로 늘렸고, 지난달 말 주주총회에서 10대 1 액면분할을 결의했다. 분할 후 총 발행주식 수는 6120만주가 된다. 주식 분산 요건을 맞추는 데 문제가 사라진다.

    기업가치는 현 단계에서 추정이 어렵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일단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26억원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제조업체로 현재 주력품목은 세포배양 독감백신이다. 향후 코로나19 백신 사업이 주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로제네카, 노바백스와 코로나19 후보물질 두 가지의 글로벌 공급 계약 관련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한 상태다.

    코로나19 백신이 이르면 올해 말 임상 3상을 마치고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는 만큼, 내년 상반기가 상장 최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SK㈜ 계열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생산업체 SK IET는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후 내년 5~6월경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전망이다. SK IET 역시 당초 내년 상반기 상장이 점쳐졌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 이후 추진키로 일정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SK IET는 현재 중국 창저우와 폴란드 실롱스크에 분리막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자 지난달 29일, 아직 완공도 되지 않은 폴란드 생산라인을 두 배 증설키로 결정했다. 설비 투자 자금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달 프리미어파트너스로부터 3000억원의 상장 전 투자(Pre-IPO)를 유치했고, 내년 상장 공모를 통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SK IET의 현재 분리막 생산 능력은 연간 5억3000만제곱미터(㎡)다. 증설이 모두 끝나는 2023년 생산능력은 18억7000만㎡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이 부문 세계 1위는 중국 상해은첩 (29억㎡), 2위는 일본 아사히카세이(9억㎡)다.

    이후에도 SK그룹 계열사만 5~6곳이 상장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모바일 앱 플랫폼 원스토어(SK㈜ 계열)는 최근 주관사단 선정을 완료했다. 반도체 산업 싸이클이 턴어라운드 단계에 접어들며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SK㈜ 계열)의 상장 추진 가능성에도 다시 관심이 모이고 있다.

    또 다른 바이오 계열사 SK플라즈마(SK케미칼 계열)는 내년 중 주관사 선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혈액제재를 생산하는 SK플라즈마는 2015년 SK케미칼에서 분사한 직후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ㆍ산은캐피탈ㆍ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0억원을 투자받았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오는 2022년 7월부터 당시 투자한 우선주(RCPS)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SK플라즈마가 상환에 따른 자금 부담을 피하려면 상장을 통해 FI가 시장에서 회수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줘야 한다.

    지난 2018년 주관사단 선정을 마친 SK네트웍스 계열 SK매직은 다소 일정이 유동적이다. 실적은 순항 중이지만, 사실상 오너라고 할 수 있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최근 비자금 조성 의혹에 휘말리며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인 까닭이다. SK매직은 SK네트웍스의 100% 자회사다. 2016년 SK매직(당시 동양매직) 인수 역시 최신원 회장의 승부수였다.

    한 차례 상장 공모에 실패한 윤활기유 제조사 SK루브리컨츠나 라오스 댐 사태를 겪은 SK건설은 상장 재추진 일정을 잡기 쉽지 않은 상태다.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ㆍ수소차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며 윤활유의 중요성은 점점 줄고 있다. 건설사 역시 디벨로퍼(개발사업자)를 제외하면 투자 시장에서 선호하는 업종이 아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SK㈜ 계열은 물론, 최창원 회장의 SK케미칼 계열, 최신원 회장의 SK네트웍스 계열이 모두 지배구조 정리 및 자금 마련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상장을 추진 중"이라며 "대외적으로는 같은 SK 브랜드인만큼, 시장의 피로도를 낮추기 위해 매년 2곳 정도로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