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필요한 11번가, '쿠팡 모델' 확대…커지는 적자는 부담
입력 21.08.05 07:00
외형 성장 뒷걸음·치열한 경쟁에 '진퇴양난'
아마존 우군 확보 위해 11번가 성과 필요해
직매입 늘릴 계획…적자 확대 ·투자부담 숙제
  • SK텔레콤의 ‘아픈 손가락’ 11번가의 확장 전략에 관심이 모인다. 적자는 커지는데 시장 내 경쟁이 심화하며 진퇴양난이다. 아마존을 우군으로 만들기 위해 11번가의 성과 증명이 필요한 가운데 최근 쿠팡 모델인 직매입 확대 준비에 나서며 돌파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11번가가 2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1번가의 적자 규모는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 별도 법인으로 출범한 2018년 이후 첫 해인 2019년을 제외하고는 계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 특수로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했지만 11번가는 9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뒷걸음질 쳤다. 매출도 2017년 6882억원에서 지난해 545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11번가의 시장 입지가 좁아지는 점이 크다. 쿠팡이 상장 후 유입된 대규모 자금으로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고 있고, 신세계는 SSG닷컴 상장을 앞두고 맞불을 세게 두고 있다. 네이버는 신세계, CJ대한통운과 손잡으며 존재감을 공고히 하고 있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11번가는 다시 ‘쿠팡 모델’인 직매입 사업 강화에 나섰다. 최근 조직을 꾸리고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등 준비 단계다. 직매입 확대에는 물류센터 확보가 필수인 만큼 물류센터 확충도 계획 중이다. 현재 11번가의 배송 거점은 파주, 대전 각각 한곳 정도다. 

    11번가는 최근 몇 년간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내실 경영을 펼쳐왔다. SK텔레콤은 2018년 11번가를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키며 “한국의 아마존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오픈마켓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겠단 전략이었다. 이후 수익성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직매입 사업은 대폭 축소했다. 신선식품 직매입을 중단하고 직매입 전용센터인 이천물류센터 계약도 종료했다.

    ‘전략 선회’의 성과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직접 물품을 매입 후 싸게 팔면 외형을 키울 수 있지만, 판매에서 리스크를 지지 않았던 오픈마켓과 달리 제품이 팔리지 않았을 때 재고처리가 되는 것은 적자 확대의 원인이 된다. 

    11번가의 오픈마켓 비중은 여전히 크지만 그 입지도 안정적이진 않다. 쿠팡과 SSG닷컴도 점차 오픈마켓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SSG닷컴은 직매입을 늘릴 예정이라 사실상 이커머스에서 ‘마켓’의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분할을 하면 이제 수익성으로는 어필이 안되고 GMV(총거래액)가 커지는 걸 보이려면 직매입 확장 밖에 없을 것”이라며 “직매입 확대는 규모를 키우기는 좋지만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인데, 이를 축소하려면 데이터가 쌓여야 하고 풀필먼트를 완벽하게 구축해야 해 대규모 투자가 필수다”라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 주주들은 영업익에 민감하기 때문에 어렵고, 분할이 되면 모회사에 숫자상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적자를 감내하는 전략을 쓰기에는 여유로워졌다”고 덧붙였다.

  • SK텔레콤이 아마존과의 제휴를 위해 성과를 보여야 하는 점도 있다. SK텔레콤은 작년 11월 아마존과의 협력 추진 및 11번가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 이에 8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가 11번가에 오픈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 초기 성과에 따라 아마존의 지분투자(최대 30%) 가능성이 갈릴 전망이다. 직구 시장이 이커머스에서 비중이 작아 단기에 어떤 성과로 연결될지는 지켜봐야한다.

    10월로 예정된 SK텔레콤의 인적분할 후 11번가가 외부투자 유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타사와 협력도 거론된다. 윤풍영 SK텔레콤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지난 6월 투자설명회(IR)에서 하반기 롯데·홈플러스와 여러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이 과거 외부투자 유치에서 아쉬움을 남긴 점을 고려하면 어떤 방안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11번가는 2018년 사모펀드(PEF) H&Q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SK텔레콤은 홈플러스를 보유한 MBK 등 SI(전략적투자자)와도 거래를 논의했다고 전해진다. 인사를 앞두고 담당 임원이 ‘빅딜’이 필요해 무리해서 FI(재무적투자자)와 빠르게 딜을 추진했단 평가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커머스 사업적 특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못했단 평이다. H&Q는 LP(대형 출자자)들이 국민연금, 공제회 등이다보니 ‘손실은 안된다’는 입장이었고, 이런 부분이 계약에도 반영됐다. SK텔레콤은 11번가가 상장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3.5%의 최소 수익률을 보장해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급하게 FI를 들이면서 이것저것 보장해주고 이사회에도 들어오게 했는데 지금 보면 ‘독’이 된 셈”이라며 “이제는 서로 대안이 없으니 롯데나 홈플러스 등과 협력도 열어두겠지만 현실화 여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