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JYP·YG 3대장에서 하이브 '원톱'…K엔터는 세대교체중
입력 21.08.19 07:00
덩치·영향력에 '엔터사 간판'된 하이브
플랫폼 독창성·'BTS 後' 성공 증명 숙제
SM엔터 매각, 엔터업 지각변동 촉매제
  • SM·JYP·YG의 '3강' 체제가 유지돼 온 국내 엔터업계에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BTS(방탄소년단)의 하이브가 국내 대표 엔터사로 올라서 업계 판도를 선도하고 있고, SM엔터는 대기업에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 줄 것으로 보인다. 'K엔터'의 지각변동이 한창인 가운데 하이브를 비롯한 엔터사들은 플랫폼 강화·아티스트 확장 등 '다음 스텝'을 증명해야 한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 이후 하이브는 곧바로 엔터 대장주 자리에 올랐다. 상장 이후 주가가 10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이후 네이버와의 지분 스와프(교환), 올초 미국의 이타카홀딩스 인수 등 굵직한 이벤트들을 만들면서 주가 회복을 이끌었다. 엔터주 리레이팅(재평가)을 거치며 6월엔 시가총액 12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BTS가 국내외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면서 실적도 견조하다. 지난해 하이브의 영업이익은 1455억원으로 SM(65억원), JYP(441억원), YG(107억원) 3사 합계를 크게 앞질렀다. 하이브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27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소폭 감소했는데, 이타카홀딩스 인수 계약 관련 일시적 비용이 약 100억원 발생했다. 

    엔터업계의 판도 자체도 바꾸고 있다. 하이브는 상장 당시부터 엔터를 넘는 플랫폼을 강조해왔다. 최근 SM, JYP, YG도 IP(지식재산권)와 플랫폼 강화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SM엔터는 팬커뮤니티 플랫폼 '버블'을 운영하는 자회사 디어유의 올해 하반기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고, JYP엔터는 IP기반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JYP360'를 설립하고 플랫폼 비즈니스를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가총액이 커지니 기관들도 과거보다 엔터 섹터를 중요하게 보는 '하이브 효과'가 있다"며 "하이브가 BTS로 글로벌 주류시장인 북미로 파이를 넓힌 공이 있고 플랫폼 강화나 해외 레이블 인수, 한·미·일 주요 거점별 경영체제 구축 등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가 명실상부 대표 엔터사로 자리잡았지만, 증명해야 할 '왕관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플랫폼 회사' 타이틀의 상징인 자체 팬십 플랫폼 위버스(Weverse)의 확장성도 숙제다. 위버스는 국내외 아티스트 입점을 늘리며 MAU(월간 활성 이용자)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지난해 가파른 성장세에 비해 최근에는 다소 둔화됐다. 

    위버스는 '팬덤'이 수요의 핵심이라 아티스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이달 초 블랙핑크는 입점 당일 10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결국 BTS와 블랙핑크 '이름값'인 셈인데, 단순 SNS가 아닌 플랫폼 경쟁력을 증명하려면 독자 콘텐츠 등 혁신을 보여야 하는 시기다. 

    엔터사의 핵심 콘텐츠는 결국 아티스트다. 회사들도 "결국 콘텐츠"란 판단 아래 본업인 아티스트 파이프라인 확장에 가장 신경쓰고 있다. 하이브는 BTS 다음이 중요하다. 후속 그룹으로 내놓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CJ ENM과의 합작법인 빌리프랩에서 데뷔시킨 엔하이픈(ENHYPEN)이 음원 성적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BTS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아이돌은 공연 동원력이 중요한데, 코로나가 겹치면서 이를 증명할 시기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모범생'인 JYP엔터는 최근 가장 큰 수익원인 걸그룹 트와이스의 팬덤이 다소 주춤하는 추세다. 후속 그룹인 있지(ITZY),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등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진 못하고 있다. JYP와 YG 모두 내년 초 신인 걸그룹 데뷔가 예정돼 있다. 

    이수만 SM엔터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도 엔터업계의 세대교체를 예고하는 이벤트다. 이 프로듀서가 최대주주에서 내려오면 사실상 SM엔터는 새로운 회사가 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앞세운 카카오가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 CJ ENM도 강력한 잠재 인수자로 거론된다. 

    물론 지분을 매각하고 나서도 이 프로듀서가 SM엔터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은 있다. 이 프로듀서는 올해 70세로 고령의 나이에도 아이돌 캐스팅부터 음반 콘셉트, 노래 디렉팅까지 관여하며 'SM 스타일'을 이끌고 있다. 회사의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곧바로 손을 떼기는 쉽지 않다. 

    다만 최대주주가 바뀌면 라이크기획 등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지적돼 온, 자회사 정리를 비롯한 구조적인 체질개선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굿즈 사업처럼 지금까지 아쉬움(?)을 보인 사업 부문은 확장성이 기대된다. 누가 인수하냐에 따라 국내 엔터업계의 합종연횡 구도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수자가 누구냐 보다는 라이크기획 이슈 처럼 이수만 PD에 몰려있던 체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 등 인수 조건이 중요할 것"이라며 "라이크기획이 연간 100억원씩은 가져가는 회사인데, 만약 대기업이 SM을 인수하게 되면 자체적으로는 정리가 안됐던 엔터사 특유의 주먹구구식 운영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