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 한화생명 주가 반전...인플레이션·IFRS17 도입이 '오히려 효자'
입력 22.01.17 07:00
금리상승 기조 속에 한화생명 투자 관심 높아져
IFRS17 도입되면 보험사 회계 투명성도 개선
금리에 따른 주가 변동성 커지면서 투자자 성향 다양해질 듯
  • 한때 ‘동전주’로 전락했던 한화생명 주가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여전히 낮은 주가 수준이긴 하지만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과 금리 상승에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다. 비단 한화생명뿐 아니라 한동안 외면받던 보험주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다시금 관심을 받고 있다.

    한화생명 주가는 2년 전 한때 주당 900원대에 거래됐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배로 떨어지기도 했다. 공매도 금지 종목으로 선정됐고, 상장폐지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화생명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검토대상에 올리고, 저금리 환경 하에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자본 적정성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반전하기 시작한 건 2020년 11월부터다. 시장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고, 코로나19 펜데믹 여파로 IFRS17 도입에 대한 보험사 부담을 줄이자는 의견이 득세하기 시작하며 한화생명 주가도 반전을 시작했다. 

    여전히 공모가인 8200원에 절반도 못 치지는 30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1000원 미만에서 베팅한 주주들은 3배 이상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베스트증권은 한화생명에 대해 ‘금리에 거는 기대가 크다’라며 “과거 대비 절대금리 수준이 높아진데다 내년 상반기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예상되어 금리변화에 민감한 한화생명에는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주가 상승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역마진’이 해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2020년까지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자산운용을 통해서 나오는 금리보다 낮아서 시간이 흐를수록 회사의 이자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2020년 이후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인상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회사의 이자 비용은 더욱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리 상승은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우려도 불식시키고 있다. 부채 시가평가를 골자로 하는 IFRS17이 내년부터 시행된다. 도입 초기에는 부채 시가평가를 할 경우 수조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도입을 앞두고 금리가 반전하면서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이 상당부분 사라졌다.

    최근의 시장금리 급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돈 줄 죄기'에 따른 여파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험 등 금리 상승 수혜를 보는 업종에 대해 '인플레이션 수혜'라는 딱지를 붙일 정도다.

    IFRS17 도입과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보험주 평가에 있어서도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KB증권은 보험사 분석에 있어서 이익규모 보단 제도 및 가격평가(Pricing)가 중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IFRS17과 관련해서 “보험사의 실질 가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하다”라며 “제도가 바뀌면 행태가 변화하듯이 회계제도 변화가 보험사의 실질적 가치를 더 잘 표현하게 된다면 보험사의 영업 및 수익성 관리 행태 역시 실질적 가치 증가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즉 KB증권의 분석처럼 IFRS17 도입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보험사 재무제표에서 드러난 것은 영업수익 정도의 자료가 전부였다. 이마저도 보험상품의 특성상 결국 고객에게 받은 돈을 돌려줘야 한다는 점에서 영구적인 수익은 아니었다. 

    하지만 IFRS17에선 판매한 보험상품에 대해서 당장 수익으로 인식하지 말고 고객에게 돌려줄 금액을 감안해서 이를 표기하라고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리 변화는 재무제표를 통해서 반영되게 된다.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이전보다 한단계 높아지게 된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IFRS17 도입 이전의 재무제표는 보험사의 실질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란 말까지도 나오기도 했다. 당연히 투자자들은 그런 점에서 보험사 투자를 망설였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이 IFRS17 도입으로 개선되면서 보험사간 옥석가르기뿐 아니라 각 회사의 주가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화생명의 주가 반전처럼 금리 변화에 따라 보험주가 ‘롤러코스터’를 탈 가능성이 많아진다는 설명이다. 금리 변화가 재무제표에 바로 반영되고, 이에 따라 회사의 자본 적정성과 수익성도 파악이 용이해진다. 투자자들로선 의사 결정이 이전보다 용이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또한 투자자들 성향 자체도 안정적인 배당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금융주와는 달리 좀 더 공격적인 투자자들이 보험주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계리 전문가는 “금리 변화가 큰 상황에서 IFRS17마저 도입되면 보험사의 재무지표 변동성이 커질 것이다"라며 "보험사 투자자들도 이런 변동성을 눈여겨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